문철상 신협중앙회장이 1년 만에 공식 석상에 섰다. 문 회장은 3월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임기 동안 거둔 성과와 미래전략, 목표를 공개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취임 1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이날 문 회장은 시종일관 밝은 표정이었다. 자신감이 넘쳤고 여유마저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임기를 맡은 기간 동안 신협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이는 수치만 봐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신협은 지난해 말 전년 대비 24% 오른 23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14년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총자산은 지난 2월 말 기준 67조원을 기록했다.
신협은 1994년 자산 10조원을 돌파한 뒤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2014년 60조5000억원, 지난해 말 65조원을 달성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8.8% 성장한 수치다. 또 두달여 만에 2조원의 총자산을 추가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경기침체 등 어려운 외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대출금을 늘려 신협의 예대비율을 2014년 70.7%에서 74.7%로 4%포인트 높였다. 특히 최근 4년간 조합원에게 배당금으로 약 3472억원을 지급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했다.

신협중앙회의 활약도 빛났다. 지난해 말 여신활성화를 통해 비회원대출 2조원을 돌파했고 공제자산 4조7000억원, 8년 연속 목표 초과달성 등의 성과를 냈다. 당기순이익(기금회계 포함)도 2079억원을 기록해 중앙회의 조합지원 기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협의 숙원사업인 중앙회 비회원 여신한도를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확대, 안정적 자금운용과 회원조합의 경영부담을 덜어줘 경쟁력을 대폭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문 회장은 “지난 2년 동안 무한한 사랑과 애정 속에서 기쁜 마음으로 보람차게 일할 수 있었다”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문철상 신협중앙회장. /사진제공=신협중앙회

◆“자산 100조·조합원 1000만명”
신협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음에도 문 회장은 만족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목표를 제시했다. 2020년까지 자산 100조원을 달성하고 조합원 1000만명 시대를 열겠다는 것. 이에 대한 밑그림도 사실상 완성했다. 금융과 생산, 유통을 총망라하는 ‘융복합협동조합’ 개발이 그것이다. 융복합협동조합은 스페인 몬드라곤과 이탈리아 볼로냐의 협동조합모델에서 착안한 것으로 이들 협동조합은 금융서비스뿐만 아니라 복지·유통 등 사회 전분야에 걸친 종합협동조합의 성격을 띤다.

융복합협동조합을 개발하려는 것은 금융협동조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사업영역을 넓혀 조합원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


첫단계는 조합원의 성공을 지원함으로써 신협의 성장발전을 도모하는 ‘선순환모델’ 개발이다. 협동조합 조직과 설립을 지원·육성할 수 있도록 ‘마더협동조합’ 역할을 수행하고 기존의 협동조합에 대해선 신협 시설활용, 판로지원, 교육 등 신협의 자원을 공유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타금융기관과 구별되는 신협의 고유역할을 전개할 방침이다.

문 회장은 “융복합협동조합을 시행하려면 법과 제도 규정의 정비가 필요하다”며 “올해는 그 길을 준비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미래 청사진에 따른 내부 공감대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협 내부에선 이를 두고 평소 ‘겸손’과 ‘상생’을 강조한 문 회장의 경영철학과 닮았다고 평했다.

◆공적자금 미회수?… 자금력 탄탄

물론 그의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찮다. 신협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금난으로 정부로부터 3조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이 중 아직 2600억원가량을 갚지 못했다. 공적자금을 받은 다른 기관에 비하면 상환능력이 빠르지만 아직은 미상환이라는 꼬리표가 남은 상태다. 일각에선 신협의 재무구조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협동조합업계는 신협이 지난해 말 공적자금을 모두 갚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문 회장은 당당한 표정이다. 언제든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좀 더 타이밍을 보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문 회장은 “최근 열린 대의원총회에서 3700억원의 출자금을 모금하겠다는 안건이 만장일치로 의결됐다”며 “신협 조합원들이 똘똘 뭉친 덕분에 현재 자본금 여력이 충분하다. 다만 완벽하게 이득으로 돌아서고 재무구조가 탄탄해졌을 때 (공적자금을) 갚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위기를 완벽하게 극복하고 이제는 ‘상생’과 ‘나눔’을 실천하는 거대기관으로 성장한 신협. 정부의 도움을 발판으로 성장한 만큼 이제는 조합원, 지역주민과 상생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게 문 회장이 추구하는 방향이자 목표다. 이제 관심은 문 회장의 남은 행보에 쏠린다. 그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신협과 조합원, 나아가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며 상생하는 길을 찾을까. 또 융복합협동조합은 과연 어떤 성과를 이룰까. 수백만 조합원들의 이목이 문 회장에게 집중된다.

☞ 프로필
▲1951년생 ▲1990년 전주대 경영학 석사 ▲2002년 군산대건신협 상임이사장 ▲2004년 전라북도 신협협의회 회장 ▲2009년 신협중앙회 이사 ▲2011년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2011년 군산대 경영학 박사 ▲2014년 3월 신협중앙회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