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올해 들어 여타 생명보험사와 사뭇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자산규모를 키우기보다 한국판 솔벤시Ⅱ와 IFRS4 2단계 도입에 대비해 보장성보험 비중을 확대하는 등 사전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새로운 구조의 변액종신보험을 판매하고 조만간 유병자보험도 출시할 계획이다.
또 전속설계사조직 슬림화에 열중하는 다른 보험사와 달리 교보생명은 판매자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전속설계사채널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판매자회사나 GA채널보다 전속설계사가 불완전판매율이 낮고 수익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온라인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을 통해 온라인시장 판 키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또 전속설계사조직 슬림화에 열중하는 다른 보험사와 달리 교보생명은 판매자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전속설계사채널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판매자회사나 GA채널보다 전속설계사가 불완전판매율이 낮고 수익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온라인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을 통해 온라인시장 판 키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교보생명 본사. /사진제공=교보생명
◆IFRS4 2단계·솔벤시Ⅱ 사전준비 ‘박차’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지난해 일시납(즉시연금 등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는 5352억원으로 전년(1조847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종신보험, CI보험 등 보장성보험 비중은 5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단기 저축성보험의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일시납 저축성상품 판매를 줄여 양적인 측면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보장성보험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보험사가 안정적으로 손익을 관리하려면 보험료가 꾸준히 들어올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은 한번에 많은 보험료를 거두는 저축성보험보다는 매달 꾸준히 보험료가 들어오는 보장성보험이 한국판 솔벤시Ⅱ와 IFRS4 2단계의 대안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중장기 보장성보험 중심의 상품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상품 개발 포트폴리오를 IFRS4 2단계에 맞게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
교보생명은 지난달 해지환급금미보증형 구조의 종신보험을 출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하이브리드변액종신보험을 출시했다. 종신보험은 보장성보험 중 수익성이 높은 상품이면서 금리역마진 리스크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 특히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운 변액보험은 IFRS4 2단계 도입을 앞둔 상황에 금리역마진 부담을 덜 수 있다. 금리역마진 부담이 낮아지면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부채(LAT·보험계약부채 적정성 평가) 리스크도 줄어든다. 주가에 따른 리스크도 보험사가 아닌 소비자가 감수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부담해야 할 LAT는 약 7조~8조원”이라며 “변액보험으로 금리리스크를 가입자에게 전가해 LAT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교보생명의 경우 2000년대 중반부터 지속적으로 변액보험을 비롯해 보장성보험 판매비중을 높여왔다”며 “임기가 있는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가 있는 보험사 특성상 2020년 IFRS4 2단계 도입 준비에 경영진까지 관심을 보이는 등 타 보험사보다 빠르게 사전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교보생명은 ‘빅3’ 생보사 중 상장하지 않은 유일한 보험사다. 그룹이라는 ‘비빌 언덕’도 없다. 따라서 준비금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 또는 자금수혈 등의 차선책을 기대할 수 없다. 교보생명이 보장성보험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교보생명은 이르면 이달 말 유병자보험도 출시할 계획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꼭 변액보험만으로 IFRS4 2단계 도입을 대비하는 것이 아니고 상품 전반적으로 IFRS4 2단계, 한국판 솔벤시Ⅱ 등 새로운 회계기준에 적합하도록 구조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보생명은 IFRS4 2단계 도입의 사전분석 컨설팅에 35억원의 비용을 투입하고 27명으로 TF팀을 꾸렸다. 10명 안팎으로 구성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TF팀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교보생명 IFRS4 대응팀 중 일부 인원은 유럽 보험사 등에 방문해 관련 사항을 조사했다. 컨설팅 결과 필요자금은 약 10조원 내외이며 수익성이 높은 새로운 보장성상품으로 상품포트폴리오를 변경해야 한다는 내용 등의 보고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설계사채널 주력… 자회사로 온라인 활성화
설계사채널 관련 정책을 달리하는 점도 눈에 띈다. 삼성, 한화, 미래에셋, 라이나생명 등 보험업계에 ‘판매자회사’(자회사형 보험대리점) 설립 붐이 일고 있지만 교보생명은 전속설계사채널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신규설계사 모집기준도 강화했다.
또 각 보험사들이 사업비 비중을 줄이기 위해 소형점포를 축소하는 분위기인 반면 교보생명은 오히려 점포장을 중심으로 소형점포를 집중 육성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많은 보험사가 자사형 GA를 설립했지만 아직 성과가 미흡하고 실적이 낮은 설계사를 무작정 내칠 수도 없다”며 “차라리 전속설계사채널을 전문적으로 육성해 계약유지율을 높이는 게 더욱 효율적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교보생명은 내부적으로 전속설계사채널을 키우고 밖으로는 91.3%의 지분을 보유한 온라인전용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을 통해 온라인시장 판 키우기에 나선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생보업계에 온라인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데다 교보생명이 시스템 구축 등에 비용을 많이 들인 터라 라이프플래닛이 기를 펴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가 출범한 것을 계기로 라이프플래닛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우선 IBK기업은행과 제휴를 맺고 모바일 방카슈랑스 전용상품을 출시했다. 또 ▲홈페이지에서 보험을 설계해주는 ‘나의 리얼 플래너’ ▲CS매니저 1대1 고객전담제 ▲카카오톡으로 보험계약 관련 안내사항을 발송하는 ‘알림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판매채널을 확대에 나섰다. 텔레마케팅(TM)채널이 없는 단점을 이 같은 서비스를 통해 해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교보생명의 ‘마이웨이’가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용어풀이>
☞IFRS4 2단계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국제회계기준)는 전세계가 재무제표를 획일화함으로써 회계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IFRS4 1단계와 2단계의 가장 큰 차이는 부험부채의 시가평가 여부다. 현행 1단계에서는 부채를 원가평가한다. 최초 보험계약 시 적용하는 요율을 전 보험기간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식이다. 그러나 2단계는 부채를 매년 말 실제위험률 및 시장금리로 재평가한다.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저금리 기조에 따라 적립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 같은 상품을 판매해도 보험사에 잡히는 회계상의 수익이 달라진다.
☞솔벤시Ⅱ
솔벤시Ⅱ는 보험사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발생해도 보험금 지급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준비금을 쌓게 하는 자기자본 규제제도로 유럽연합(EU)이 올해부터 보험사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보험사 지급여력제도로 볼 수 있다. 솔벤시Ⅱ 방식이 한국에 도입되면 보유주식에 대한 위험부담금 적립기준이 현행 8~12%에서 최대 40%로 높아진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용어풀이>
☞IFRS4 2단계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국제회계기준)는 전세계가 재무제표를 획일화함으로써 회계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IFRS4 1단계와 2단계의 가장 큰 차이는 부험부채의 시가평가 여부다. 현행 1단계에서는 부채를 원가평가한다. 최초 보험계약 시 적용하는 요율을 전 보험기간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식이다. 그러나 2단계는 부채를 매년 말 실제위험률 및 시장금리로 재평가한다.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저금리 기조에 따라 적립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 같은 상품을 판매해도 보험사에 잡히는 회계상의 수익이 달라진다.
☞솔벤시Ⅱ
솔벤시Ⅱ는 보험사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발생해도 보험금 지급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준비금을 쌓게 하는 자기자본 규제제도로 유럽연합(EU)이 올해부터 보험사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보험사 지급여력제도로 볼 수 있다. 솔벤시Ⅱ 방식이 한국에 도입되면 보유주식에 대한 위험부담금 적립기준이 현행 8~12%에서 최대 40%로 높아진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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