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의 면담이 지난 2일(현지시간) 진행됐다. 면담에서는 북핵 문제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란의 가장 높은 성직자를 의미하는 '아야톨라' 지위의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이란의 우방국인 북한에 대한 압박 효과가 결코 작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지역 평화와 안정에 대한 한·이란 협력을 강조한 것은 북핵 문제 해결을 간접적으로 압박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정 일치 국가인 이란은 대통령이 일반 행정을 맡으면서도 이슬람교 지도자인 최고지도자가 국가 중대사의 최종 결정 등 주요 국정운영에 있어 절대 권력을 갖는 정치체제를 갖고 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권력 서열 1위,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서열 2위이다.
하지만 이날 면담에서 한반도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최고지도자가 절대 권력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종교 지도자이며, 큰 틀에서 양국 관계가 대화의 주제였기 때문이다. 앞서 로하니 대통령이 이미 북핵불용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오랜 우방으로서 관계를 맺어온 이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양국은 미사일 개발 및 공급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또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1989년 5월 당시 이란 대통령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특히 이란은 핵과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과 2015년 4월 이란 핵협상을 최종 타결한 바 있으며, 국제기구의 북한 인권 규탄 결의안에 반대하는 등 북한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거꾸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대북 압박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각각 이슬람교 시아파와 수니파를 대표하는 이란과 사우디가 최근 사우디의 시아파 지도자 처형 등으로 외교관계를 단절하는 극단적 갈등에 이르렀다. 이에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따른 수니파 국가 달래기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