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 500X /사진=FCA코리아 제공


이탈리아는 패션으로 유명하다. 세계 4대 패션쇼인 밀라노컬렉션이 열리고 가죽이나 천 등 소재산업이 발달했다. 그래서 이름만 들어도 브랜드 로고와 제품이 떠오르는 구찌, 프라다, 아르마니, 펜디 등 명품 브랜드도 많다. 이탈리아 패션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톡톡 튀는 ‘컬러’다. 영국의 단정하고 타이트한 절제미와는 다른 자유분방함이 매력이다.
이탈리아 자동차는 이탈리아 패션의 특징을 모두 담았다. 패션 소품으로 활용해도 좋을 만큼 화사한 컬러를 뽐낸다. 대표적인 브랜드인 페라리, 알파로메오, 피아트 모두 국내에선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색의 옷을 입었으며, 개성을 살린 인테리어와 편안하고 튼튼한 가죽시트까지 더해져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피아트 500X 주행장면 /사진=FCA코리아 제공

지난달 26일 시승한 올-뉴 500X도 다양한 컬러가 특징이다. 네로 시네마(블랙), 블루 베네치아(메탈릭 블루), 베르데 토스카나(메탈릭 그린), 브론조 마그네티코 오파코(매트 브론즈), 로쏘 아모레(트라이코트 레드) 등 11가지 컬러를 고를 수 있다. 아쉬운 건 메인 컬러인 오렌지는 유럽에만 판다.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외관도 2가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으니 500X를 탈 땐 평범한 컬러보다 과감히 개성을 표현하는 게 오히려 더 잘 어울릴 듯싶다.


왼쪽부터 피아트 500X와 500C /사진=박찬규 기자



◆예쁘장한 겉모양, 터프한 주행성능
피아트 500(친퀘첸토)은 이탈리아의 국민차다. 우리나라에선 아주 근소한 차이로 경차 혜택을 받지 못하지만, 유럽에선 기아 모닝(현지명 피칸토)과 같은 세그먼트로 분류된다. 게다가 500의 컨버터블 모델인 500C도 있다.

이런 이유로 500X가 500에서 파생된 모델이라 생각하며 같은 크기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피아트 500의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계승했을 뿐, 덩치와 성격이 다른 소형 SUV다. 길이x너비x높이는 4270x1795x1620(mm)로 경쟁모델인 푸조2008, 미니 컨트리맨과 비교해도 결코 작지 않다.

국내 출시된 500X는 2.0ℓ 멀티젯 디젤 엔진이 탑재된 4륜구동(AWD) ‘올-뉴 피아트 500X 크로스’와 ‘올-뉴 피아트 500X 크로스 플러스’, 2.4ℓ 멀티에어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전륜구동(FWD) 모델 ‘올-뉴 피아트 500X 팝 스타’로 구성된다. 변속기는 피아트 브랜드 최초로 9단 자동이 적용됐다. 고속에서 낮은 엔진회전수(RPM)을 유지할 수 있어 엔진소음을 줄이며 높은 효율을 내는 데 도움을 준다. 이번 시승에선 3가지 버전을 번갈아 타며 각자의 특장점을 느끼는 데 집중했다.


주행모드를 고를 수 있는 피아트 무드 셀렉터 /사진=박찬규 기자

크로스와 크로스 플러스 트림엔 2.0ℓ 멀티젯 터보디젤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힘을 낸다. 오토, 스포츠, 트랙션+ 등 주행상황과 운전자 취향에 맞춰 주행모드를 바꿀 수 있는 피아트 무드 셀렉터도 적용됐다.
오토 모드에서 가속할 때 첫 반응은 더딘 편이지만 힘이 부족한 건 아니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엔진회전수가 올라가고 운전대가 무거워지며, 서스펜션도 탄탄해진다.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꽤 날렵한 몸놀림을 보여준다. 물론 주행 소음은 작지 않고 거칠다.


또 AWD시스템과 함께 뒤 차축 분리시스템이 적용돼 필요할 때만 네 바퀴 모두에 힘을 전달한다. 평소엔 앞 바퀴로만 달릴 수 있어 연료효율을 높일 수 있다. 복합연비는 ℓ당 12.2km다.


팝스타 인테리어 /사진=박찬규 기자

크로스 플러스엔 패들시프터가 적용됐지만 가솔린 모델인 올-뉴 500X 팝 스타에 오히려 잘어울린다. 이 모델에 탑재된 2.4ℓ 멀티에어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88마력, 최대토크 24.2kg·m의 성능을 내며, 복합연비는 ℓ 당 9.6km다.
비교하며 달려보니 2.4ℓ 가솔린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 조합이 꽤 좋았다. 차의 성격과도 잘 어울린다. 앞바퀴구동방식(FWD)이고 촘촘한 변속기 덕에 2.0ℓ 디젤엔진과 비교해도 효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고속주행시 사운드도 박진감 넘치고, 디젤에 비해 엔진회전수에 여유가 있어서 스포티 드라이빙에 유리한 데다 부드럽기까지 하다.

가죽 소재의 느낌을 잘 살린 500X 인테리어 /사진=박찬규 기자



◆감각적인 인테리어, 다양한 활용성
인테리어는 더 만족스럽다. 오리지널 피아트 500에서 기원한 클래식한 원형 계기반, 입체적인 3D 컬러 대시보드로 멋을 냈다. 큼직큼직하고 간결히 배치된 여러 버튼과 다이얼은 조작하기 쉽다. 글로브박스도 두 개를 설치해 수납공간을 늘린 점도 돋보인다. 트림에 따라 다르지만 고급스런 가죽시트도 인테리어 만족도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피아트 500X는 주중엔 출퇴근용으로, 주말엔 나들이용으로도 충분하다. 가벼운 오프로드도 즐길 수 있으니 SUV로서의 기본기를 갖췄지만 내비게이션이 불편한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국내판매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반영하면 팝스타 2990만원, 크로스 3580만원, 크로스플러스 3980만원이다. 탑재된 품목들을 따져보면 이탈리아나 미국보다 싼 가격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마음을 열기엔 살짝 모호한 구석이 있다. 차라리 불필요한 품목을 덜어내고 저배기량 엔진을 탑재해 가격을 낮춘 실속형 모델을 투입한다면 전체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피아트 500X /사진=박찬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