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빈 경영' 성장통… '고인 물' 되나

국내 최초 반값 판매, 소셜커머스시장의 효시, 가입 회원 1700만명 돌파, 월 평균 구매자 250만명, 1인당 월평균 구매액 10만원(5년새 2배 증가)….


올해로 창립 6돌을 맞은 소셜커머스업체 티켓몬스터(이하 티몬)가 일궈낸 성과다. 티몬은 경쟁사인 쿠팡·위메프에 앞서 소셜커머스라는 업종을 국내에 선보인 곳. 티몬의 등장을 시작으로 소셜커머스시장은 연매출 1조5000억원을 올리는 유통업의 한축으로 성장했다. 그 중심엔 스물여섯의 나이에 티몬을 창업한 신현성 대표가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 500만원으로 일군 '유통 혁신'
2010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사무실. 신 대표를 포함한 20대 청년 5명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혁신적인 사업아이템을 구상했다. 이들은 PC나 오프라인에 의존하던 유통업을 온라인과 모바일에 기반한 형태로 탈바꿈하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된 소셜커머스 티몬. 음식점이나 여행상품 티켓을 모바일을 통해 ‘반값’에 선보이는 새로운 유통방식이었다.

첫 상품은 한 맥주전문점의 맥주 4병과 수제소시지. 창업멤버 5명이 각각 100만원 씩 500만원을 모은 뒤 석달간 발품을 팔아 따낸 첫 딜이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원래 가격의 절반인 2만5000원에 해당 쿠폰을 내놓자 총 113장이 판매됐다.

순식간에 입소문이 났다. 하루 한가지 상품을 반값에 구입할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창업 6개월 뒤 누적 거래액이 100억원을 넘어서더니 1년 후엔 월간 200억원 이상의 거래가 이뤄지는 국내 대표 소셜커머스업체로 성장했다.


5월 기준 티몬 회원수는 1700만명이다. 이 가운데 15%인 250만명이 매달 티몬에서 상품을 구입한다. 이들의 한달 평균 구매액은 10만원. 창업 2년차였던 2011년과 비교하면 구매자 수는 5배 이상, 구매액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고객이 늘면서 판매 상품군도 다양해졌다. 개점 당시 하루 한가지 지역상품을 반값에 할인 판매했지만 현재 생필품, 패션뷰티, 여행, 가전디지털, 육아용품,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 중이다. 지역상품 비중은 오히려 10% 수준으로 축소됐다.

자연스레 매출도 뛰었다. 첫해 30억원대였던 매출은 2014년 1575억원, 지난해엔 1959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늘어났다. 5명으로 시작한 직원 수는 6년 만에 1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생필품을 판매하는 티몬의 슈퍼마트가 주력사업으로 부상하면서 구매 고객과 매출이 함께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슈퍼마트는 티몬이 지난해 6월부터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생수나 화장지, 세제 등 생필품을 최저가에 공급하겠다며 시작한 사업이다.

티몬은 이를 통해 6개월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으며 올해는 3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잡았다. 최근에는 판매 상품을 확대하는 동시에 서울 장지동에 위치한 제1물류센터 자동화도 완료했다. 전담배송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는 등 보다 빠른 사업 확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신 대표는 “티몬은 저연령층의 반값 할인채널을 넘어 이제는 삶과 밀접한 대부분의 상품을 빠르게 제공하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진화했다”며 “앞으로도 방대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최적의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적자의 늪 ‘허덕’… 주인만 네번 바뀌어

하지만 신 대표가 일군 성과에는 아직 내실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소셜커머스의 ‘아이콘’이자 작은 회사를 유력한 기업으로 도약시킨 청년사업가지만 그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른 결과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선 신 대표는 창업 후 매년 적자폭을 키워가며 6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단 한해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지난해 티몬의 영업손실은 1418억원을 기록, 2014년 246억원보다 6배가량 늘어났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지난해 부채총계는 4214억원. 장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속빈 경영'으로 몇년을 버텨온 셈이다.

그 사이 티몬의 주인은 4번이나 바뀌었다. 신 대표가 창업한 지 1년 만인 2011년 미국 소셜커머스업체인 리빙소셜에 3000억원에 매각됐고 그 후 2년 만인 2013년 글로벌 소셜커머스 1위 업체인 그루폰에 2750억원에 재매각됐다.

2차례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신 대표는 지분을 모두 처분, 창업자에서 최고경영자로 옷을 갈아입었다. 지난해 4월에는 세계적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다시 인수됐다. 신 대표는 이 사모펀드와 함께 티몬 지분 59%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되찾았다. 불과 6년 만에 주인이 4번 바뀐 것이다.

티몬은 현재 총 3억달러(약 3500억원)를 목표로 투자 유치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NHN엔터테인먼트로부터 4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신 대표는 앞으로 자금조달이 완료되면 배송중인 상품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정보통신기술 개발 등 서비스 개선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티몬이 추가적인 자금 조달을 받기 위해선 제2의 수익모델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소셜커머스가 대표적인 승자독식 시장이긴 하지만 전략적 투자만 지나치게 강행하다 보면 '고인 물' 신세를 면치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6살 생일을 갓 넘긴 티몬과 갖은 풍파 속에도 자리를 지켜온 신 대표. 이제 그에게 필요한 것은 더 넓은 바다를 보는 안목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이끌 또 다른 혁신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중요한 기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 대표의 티몬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거나 자칫하면 국내 영업과 경쟁에만 안주해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할 수 있는 시기여서다.


☞ 신현성 대표는
▷1985년 서울 출생 ▷2004년 미국 토머스제퍼슨 과학고등학교 졸업 ▷2007년 맞춤식 배너광고 업체 ‘인바이트 미디어’ 창업(구글이 인수) ▷2008년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 경영학부 졸업 ▷2008년 맥킨지컨설팅 입사 ▷2010년 5월 티켓몬스터 창업 ▷2011년 12월 벤처 인큐베이터 '패스트트랙 아시아' 공동 설립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