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수치보다 '허리 약화'가 문제
서울 면목동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던 강모씨(36)는 올 초 경기도 용인의 한 빌라를 매입해 이주했다. 서울에선 살 집도, 전셋집도 찾기가 불가능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강씨는 “전세보증금에 가진 돈을 다 보태도 서울에선 전셋집을 구할 수가 없었다”며 “분당, 평촌 등 서울 근교의 신도시 집값도 서울과 다를 바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할 수만 있다면 다시 서울에서 살고 싶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세대 가까이 고유명사처럼 쓰였던 ‘1000만 서울’이란 표현이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 5월말 주민등록상 서울인구는 999만5784명으로 집계됐다. 1988년 최초로 1000만명을 넘어선 이후 28년만의 일이다.
◆진짜 문제는 ‘허리 상실’
사실 서울의 인구감소는 예견된 일이며 정책적으로 의도된 것이기도 하다. 도심과밀을 억제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10여년간 정부부처를 지방으로 이전하고 혁신도시를 개발하는 등의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서울 인구는 1992년 1093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저층주택을 고층 아파트로 바꾸는 뉴타운 개발이 진행된 2000년대 중후반 서울 인구수는 증가세를 보였지만 2010년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주민등록상 1000만 인구 감소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행정구역상 ‘서울시’는 인위적인 행정구역일 뿐 사람들의 생활권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서울시가 ‘메가시티’(인구 1000만 이상의 도시)로서 영향력을 잃는다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속도다. 서서히 감소하던 서울인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소세가 급격히 빨라졌다.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년간 서울의 유출 인구는 4만2424명이었으나 이후 올해 4월까지 1년간은 9만1910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부터 심화된 ‘전세난’에 의해 정책적 의도보다 훨씬 높은 수치의 인구유출이 시작된 것이다.
이전부터 인구유출이 급증할 기류는 있었지만 방아쇠를 당긴 것은 강남발 재건축이었다. 재건축으로 인해 주변지역, 외곽까지 전세수요가 급증하며 서울 외곽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경기도로 급격히 밀려난 것. 이는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전세물량이 급감하며 ‘전세 엑소더스’라는 사회문제로 급부상했다.
서울시가 느끼는 위기감의 본질은 이렇게 급증한 인구유출이 앞서 강씨의 사례처럼 30·40대 인구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순유출한 30·40대 인구는 7만3223명으로 전체 순유출인구(13만7256명)의 53.3%를 차지했다. 시는 경제의 ‘허리’층이 빠져나가 기존의 주거지역이 활기를 잃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을 빠져나간 사람들의 대부분이 평일 낮에는 서울에서 근무하고 저녁과 주말은 외곽에서 지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사회인프라는 그대로 유지해야 하지만 거주자를 중심으로 지방세수와 교부세 규모가 정해지기 때문에 재정악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시는 부랴부랴 주거안정화 대책을 통한 ‘젊은층 잡기’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인구 감소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젊은층 인구의 유출현상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시의 주거 안정화 대책의 핵심은 공공·민간 임대주택 공급물량 확대다. 서울시는 2018년까지 공공임대 6만가구·민간임대 2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또 최근 발표한 역세권 2030 행복주택 사업도 이와 같은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역세권의 규제를 완화한 뒤 청년층 등에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공립 어린이집 등 보육서비스를 강화하는 것도 주요 정책이다.
◆ 탈서울 지속에도 집값하락은 요원
인구가 1000만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탈서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과 지방의 주택가격 양극화가 여전하기 때문.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는 0.09% 상승한 반면 지방은 0.02%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같은 기간 수도권의 전세가 상승폭은 매매가의 두배(0.18%)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탈서울 현상이 완화되는 시점은 현재 진행하는 임대주택이 완공되고 재건축 붐이 마무리되는 2018년 쯤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2018년 즈음 일부 가구들이 서울로 돌아오는 ‘역도시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인구가 다시 1000만대로 진입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 감소로 전체 인구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서울 인구 감소가 지속되면 서울시의 집값하락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급격한 집값 하락은 없다"고 선을 긋는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구수는 간접요인이고 부동산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구수인데, 서울은 여전히 주택보급률이 100%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 급격한 가격하락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구수의 급격한 감소에도 서울 25개 구 가운데 11개 구가 5년 전보다 가구수가 증가했다. 특히 원룸 밀집지역이 형성된 관악과 동대문 등 7개 구의 인구가 감소했지만 오히려 가구수는 늘어 '1인 가구'가 급증했음을 방증했다.
다만 권 교수는 “서울 주택시장에서는 도심지역의 고급주택과 역세권 초소형주택 등으로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뚜렷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세대 가까이 고유명사처럼 쓰였던 ‘1000만 서울’이란 표현이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 5월말 주민등록상 서울인구는 999만5784명으로 집계됐다. 1988년 최초로 1000만명을 넘어선 이후 28년만의 일이다.
강남역 스케치. /사진=임한별 기자
◆진짜 문제는 ‘허리 상실’
사실 서울의 인구감소는 예견된 일이며 정책적으로 의도된 것이기도 하다. 도심과밀을 억제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10여년간 정부부처를 지방으로 이전하고 혁신도시를 개발하는 등의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서울 인구는 1992년 1093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저층주택을 고층 아파트로 바꾸는 뉴타운 개발이 진행된 2000년대 중후반 서울 인구수는 증가세를 보였지만 2010년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주민등록상 1000만 인구 감소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행정구역상 ‘서울시’는 인위적인 행정구역일 뿐 사람들의 생활권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서울시가 ‘메가시티’(인구 1000만 이상의 도시)로서 영향력을 잃는다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속도다. 서서히 감소하던 서울인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소세가 급격히 빨라졌다.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년간 서울의 유출 인구는 4만2424명이었으나 이후 올해 4월까지 1년간은 9만1910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부터 심화된 ‘전세난’에 의해 정책적 의도보다 훨씬 높은 수치의 인구유출이 시작된 것이다.
이전부터 인구유출이 급증할 기류는 있었지만 방아쇠를 당긴 것은 강남발 재건축이었다. 재건축으로 인해 주변지역, 외곽까지 전세수요가 급증하며 서울 외곽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경기도로 급격히 밀려난 것. 이는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전세물량이 급감하며 ‘전세 엑소더스’라는 사회문제로 급부상했다.
서울시가 느끼는 위기감의 본질은 이렇게 급증한 인구유출이 앞서 강씨의 사례처럼 30·40대 인구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순유출한 30·40대 인구는 7만3223명으로 전체 순유출인구(13만7256명)의 53.3%를 차지했다. 시는 경제의 ‘허리’층이 빠져나가 기존의 주거지역이 활기를 잃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을 빠져나간 사람들의 대부분이 평일 낮에는 서울에서 근무하고 저녁과 주말은 외곽에서 지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사회인프라는 그대로 유지해야 하지만 거주자를 중심으로 지방세수와 교부세 규모가 정해지기 때문에 재정악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시는 부랴부랴 주거안정화 대책을 통한 ‘젊은층 잡기’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인구 감소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젊은층 인구의 유출현상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시의 주거 안정화 대책의 핵심은 공공·민간 임대주택 공급물량 확대다. 서울시는 2018년까지 공공임대 6만가구·민간임대 2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또 최근 발표한 역세권 2030 행복주택 사업도 이와 같은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역세권의 규제를 완화한 뒤 청년층 등에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공립 어린이집 등 보육서비스를 강화하는 것도 주요 정책이다.
◆ 탈서울 지속에도 집값하락은 요원
인구가 1000만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탈서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과 지방의 주택가격 양극화가 여전하기 때문.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는 0.09% 상승한 반면 지방은 0.02%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같은 기간 수도권의 전세가 상승폭은 매매가의 두배(0.18%)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탈서울 현상이 완화되는 시점은 현재 진행하는 임대주택이 완공되고 재건축 붐이 마무리되는 2018년 쯤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2018년 즈음 일부 가구들이 서울로 돌아오는 ‘역도시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인구가 다시 1000만대로 진입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 감소로 전체 인구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서울 인구 감소가 지속되면 서울시의 집값하락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급격한 집값 하락은 없다"고 선을 긋는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구수는 간접요인이고 부동산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구수인데, 서울은 여전히 주택보급률이 100%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 급격한 가격하락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구수의 급격한 감소에도 서울 25개 구 가운데 11개 구가 5년 전보다 가구수가 증가했다. 특히 원룸 밀집지역이 형성된 관악과 동대문 등 7개 구의 인구가 감소했지만 오히려 가구수는 늘어 '1인 가구'가 급증했음을 방증했다.
다만 권 교수는 “서울 주택시장에서는 도심지역의 고급주택과 역세권 초소형주택 등으로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뚜렷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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