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점포가 변신을 시도 중이다. 이동점포를 운영하는가 하면 카페·갤러리와 융합한다. 또 국내고객 대신 외국인을 대상으로 거래하는 은행도 속속 생겨났다. 점포가 변신을 시도하는 이유는 살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모바일이 등장하고 인터넷전문은행도 곧 오픈을 앞두면서 비대면채널을 원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은행의 점포 수는 420여개 감소했다. 점포변화를 꾀하는 은행들의 전략은 통했을까. 이색점포 2곳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탄력적 시간 조절로 ‘금융 한류화’

지난달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6 국제로타리세계대회’를 찾았다. 전세계 180만개 나라, 120만 회원을 보유한 최대민간봉사단체 ‘로타리’(Rotary)의 축제가 한창이었다. 2전시장에서 1전시장으로 걸어 이동하는 데만 10여분이 걸렸다. 길 한쪽으로 늘어선 부스엔 떡볶이 등 푸짐한 먹거리가 침샘을 자극했다. 주최 측은 행사기간 동안 로타리 외국인 회원 2만5000여명이 이곳을 찾은 것으로 추산했다.

1전시관 귀퉁이, 2전시관을 잇는 길목에는 선글라스를 낀 한 남성이 하늘색 트럭 주위를 경계 중이었다. 그가 지키는 것은 ‘EXCHANGE’(환전) 표지가 붙은 KEB하나은행 이동형 환전소. KEB하나은행은 트럭을 개조해 ATM 2대와 창구 2개를 운영 중이었다.

우리은행 카페 인 브랜치. /사진=서대웅 기자

임시설치된 계단을 올라 창구에 들어섰다. 하나은행 외환사업부 소속 두 외국인 나리싸라 유디 대리와 띠다툰 대리가 외국인을 상대하고 있었다.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외국인과 환전창구의 한국인 행원을 이어 주었다. 외국인이 환전하는 데 걸린 시간은 3~5분 남짓. 멕시코에서 온 조세 세풀베다는 “빠르고 효율적”이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이동형 환전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환전 후 트럭 앞에서 기념 촬영한 독일인 로플러 부부는 “많은 나라를 다녔지만 이 같은 점포를 본 적이 없다”며 “신기하고 굉장히 편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류금융을 알리기 위해서일까. 창구마감시간도 탄력적이었다. 점포 관계자는 애초 오후 4시에 마감할 예정이었지만 축제기간 외국인고객이 많아 5시에 마감했다고 말했다. 이날도 환전하려는 외국인의 줄이 끊이지 않아 마감은 4시50분으로 미뤄졌다. 이날에만 외국인고객 수가 230여명. 개막일이었던 29일에는 450여명이 찾았다.

KEB하나은행은 이번 로타리 세계대회에서 이 같은 점포를 총 5곳 운영했다. 넓은 킨텍스 전시관 곳곳에서 외국인이 손쉽게 환전할 수 있도록 한 것. 그러나 2전시관 8홀 ‘우정의 집’ 하나은행 환전소에서 만난 안니 하얄암비에바(불가리아)는 “외국환 거래전표에 영어표기가 없어 읽을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KEB하나은행 이동형 환전소. /사진=서대웅 기자

◆카페와 융합, 주민에게 다가가기

지난 3월28일 개장한 서울 용산구의 우리은행 동부이촌동지점 ‘카페 인 브랜치’(Cafe in branch)는 커피전문점 ‘폴바셋’과 손잡은 우리은행 최초의 통합점포다.

지난 1일 오전 8시 영업을 시작한 폴바셋엔 이미 손님 3명이 줄을 서 있었다. 왼쪽 유리창 너머 은행 직원이 하나둘 움직였다. 30분쯤 지나자 손님이 몇몇 더 들어왔고 카페 직원은 “오랜만에 뵙는다”며 그들을 반겼다. 유모차를 끌고 온 주부와 노트북을 들고 온 학생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이곳은 여느 카페처럼 누군가에겐 공부방, 또 다른 이에겐 만남의 장소였다.

동부이촌동지점의 특징은 영업시간이 지나도 정문이 아닌 예금창구 위에서 셔터를 내린다는 점이다. 객장(고객대기장소)은 주중 저녁과 주말에 폴바셋으로 변신한다. 대기의자 배치는 동그랗게 변하고 전표 필기대는 지역 주민과 이야기를나눌 수 있는 소통 공간이 된다.

오전 9시 예금창구의 셔터가 올라가고 은행영업이 시작됐다. 카페와 객장을 잇는 미닫이문을 열고 자리를 옮겼다. 카페에서 흐르는 음악이 객장을 잔잔히 채웠다. 커피향이 틈새로 흘렀고 폴바셋에서 인테리어한 창구가 눈을 사로잡았다. 키보드 타이핑 소리와 계수기(돈 세는 기계) 소리, 순번발행기 소리로 가득한 여타 은행과 다른 모습이었다.

동부이촌동지점은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다. 유동인구가 적고 고객의 대다수가 주민들이다. 예금금리가 은행마다 크게 차이 나지 않아 이들은 ‘충성고객’이 됐다. 이곳 카페를 찾은 한 여성주민은 “밤 늦은 시간 ATM을 이용할 때 안전하다”고 말했다. 구석에 위치했지만 객장이 카페로 변한 덕에 많은 이들이 자리하고 있어서다. 오전 8시30분부터 3시간여 카페를 지킨 한 취준생은 “나중에 돈을 벌면 우리은행을 이용할 것”이라며 웃었다.

<인터뷰> 홍근석 우리은행 동부이촌동지점장
우리은행 카페 인 브랜치. /사진=서대웅 기자
“카페 융합, ‘대면 거래’ 위한 매개”
홍근석 우리은행 동부이촌동지점장은 점포의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단순한 인테리어의 변화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금융거래가 증가추세지만 오히려 고객과 만나 직접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30~40년 이상 이곳에 거주해온 어르신들에게 비대면 금융거래는 익숙지 않다.

홍 지점장의 마음이 통한 것일까. 그는 4월 중순 부임했지만 이촌1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 주민과의 소통을 위해 그는 매달 마지막 월요일 저녁 자치회의에 참여한다. 지점장이 직접 주민자치위원회의에 참석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곳 자치위에서도 금융권 인사는 홍 지점장뿐이다.


그는 “카페와의 융합은 대면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매개”라며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진심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