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두고도 그랬다. 어떤 가정을 이루고, 어떤 방식으로 원만히 결혼해서 잘 살 것인가에 대해서만 고민했을 뿐이다. 아직은 더 배울 단계고, 미숙한 내 모습을 단단하게 채워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일이 좋았고, 사회 구성원으로 소속된 내 모습이 더 익숙했다. 누구의 엄마가 되는 일은 그래서 더 막연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정확히 말하면 지난해 11월13일 아침. 임신테스트기 ‘두 줄’을 통해 엄마가 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앞으로 일은 어쩌지?” “연말이라고 잡힌 일정은 어떻게 소화하지?” “회사는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 “복귀가 가능할까?” “아이를 낳으면 육아휴직은 얼마나 써야하지?” 짧은 시간 안에 수십개의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예정보다 조금은 일찍 우리 부부에게 와준 2세와 처음 만난 날. 지난 31년간 엄마를 불러만 본 기자에게 처음 떨어진 미션이다. 엄마로 사는 법, 나아가 워킹맘으로 사는 법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을 해야 했다.
◆ “엄마를 글로 배웠어요~”
엄마로 사는 첫 단계는 ‘포기’ 혹은 ‘못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매일 2잔의 아메리카노와 일주일에 2~3회 저녁자리가 있었던 기자에겐 더더욱 그랬다. 커피와 술은 못 먹는 것이 되어 버렸고, 며칠 전 사 놓았던 구두와 스키니진도 한 순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다.
반면 챙겨먹어야 할 것들은 많아졌다. 엽산부터 비타민D, 우유와 치즈, 녹색채소 등등. 주수에 따라 태아에게 도움 되는 영양소라면 기꺼이 먹어야 마땅했다. 먹는 것 하나 하나, 한 걸음을 떼더라도 이제 내 몸은 내 것 만이 아니었다.
내 몸의 심장은 두 개가 뛰고 있지만 직장에서의 나는 ‘그냥 나’이고 싶었다. 선후배들, 상사들도 나를 그렇게 봐주길 원했다.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다른 구성원의 업무가 가중되거나 불필요한 배려는 받고 싶지 않았다. 평소대로 기획을 하고 아이템을 내고 마감을 하는 반복된 일상이라도 나를 ‘임산부’가 아닌 ‘김기자’로 살 수 있게 하는 순간이 좋았다. 엄마가 된다는 부담에서 유일하게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랄까.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다시 엄마가 될 준비를 해야 했다. 예비엄마를 위한 필독서도 몇 권 구매했다. “OO를 글로 배웠어요~” 온라인상에서 종종 조롱 섞인 상황에 쓰이던 이 단어가 ‘엄마’가 될 줄이야….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임신, 태교 관련 책과 블로그 정보는 예비엄마라면 꼭 봐야할 지침서나 다름없었다.
같은 시기 비슷한 고민에 빠진 예비엄마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주수에 맞게 태아가 잘자라고 있는지, 엄마의 몸 상태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시기에 맞춰 준비해야할 것은 무엇인지 등등이 담긴 책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출·퇴근길, 덜컹덜컹 지하철에 몸을 싣고 한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는 임신과 관련된 정보를 검색하는 일도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행여 나의 잘못된 습관이 태아에게 해를 주진 않을까, 내 몸의 반응 하나하나까지 확인하고 공부하는 시기. 포기를 넘어 내 안에 자라나는 작은 생명을 나보다 더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것.
나는 그렇게 초보 엄마가 되기 위한 첫 걸음마를 뗐다.
“앞으로 일은 어쩌지?” “연말이라고 잡힌 일정은 어떻게 소화하지?” “회사는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 “복귀가 가능할까?” “아이를 낳으면 육아휴직은 얼마나 써야하지?” 짧은 시간 안에 수십개의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예정보다 조금은 일찍 우리 부부에게 와준 2세와 처음 만난 날. 지난 31년간 엄마를 불러만 본 기자에게 처음 떨어진 미션이다. 엄마로 사는 법, 나아가 워킹맘으로 사는 법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을 해야 했다.
◆ “엄마를 글로 배웠어요~”
엄마로 사는 첫 단계는 ‘포기’ 혹은 ‘못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매일 2잔의 아메리카노와 일주일에 2~3회 저녁자리가 있었던 기자에겐 더더욱 그랬다. 커피와 술은 못 먹는 것이 되어 버렸고, 며칠 전 사 놓았던 구두와 스키니진도 한 순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다.
반면 챙겨먹어야 할 것들은 많아졌다. 엽산부터 비타민D, 우유와 치즈, 녹색채소 등등. 주수에 따라 태아에게 도움 되는 영양소라면 기꺼이 먹어야 마땅했다. 먹는 것 하나 하나, 한 걸음을 떼더라도 이제 내 몸은 내 것 만이 아니었다.
내 몸의 심장은 두 개가 뛰고 있지만 직장에서의 나는 ‘그냥 나’이고 싶었다. 선후배들, 상사들도 나를 그렇게 봐주길 원했다.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다른 구성원의 업무가 가중되거나 불필요한 배려는 받고 싶지 않았다. 평소대로 기획을 하고 아이템을 내고 마감을 하는 반복된 일상이라도 나를 ‘임산부’가 아닌 ‘김기자’로 살 수 있게 하는 순간이 좋았다. 엄마가 된다는 부담에서 유일하게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랄까.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다시 엄마가 될 준비를 해야 했다. 예비엄마를 위한 필독서도 몇 권 구매했다. “OO를 글로 배웠어요~” 온라인상에서 종종 조롱 섞인 상황에 쓰이던 이 단어가 ‘엄마’가 될 줄이야….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임신, 태교 관련 책과 블로그 정보는 예비엄마라면 꼭 봐야할 지침서나 다름없었다.
같은 시기 비슷한 고민에 빠진 예비엄마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주수에 맞게 태아가 잘자라고 있는지, 엄마의 몸 상태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시기에 맞춰 준비해야할 것은 무엇인지 등등이 담긴 책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출·퇴근길, 덜컹덜컹 지하철에 몸을 싣고 한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는 임신과 관련된 정보를 검색하는 일도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행여 나의 잘못된 습관이 태아에게 해를 주진 않을까, 내 몸의 반응 하나하나까지 확인하고 공부하는 시기. 포기를 넘어 내 안에 자라나는 작은 생명을 나보다 더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것.
나는 그렇게 초보 엄마가 되기 위한 첫 걸음마를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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