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사진=머니투데이 DB
투자자들의 관심이 원유에 투자하는 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로 쏠린다. 최근 몇달 사이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다만 원유펀드와 ETF 고공행진 지속 여부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 시점은 원유상품에 대한 투자적기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원유펀드·ETF, 유가 급등에 ‘활활’


지난 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ETF를 포함한 원유펀드 수익률은 25%가 넘는다. 또 이 기간 동안 ‘삼성WTI원유’와 ‘KTB WTI원유’는 각각 27.4%, 25.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원유 생산기업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KBSTAR미국원유생산기업ETF’와 원유 선물지수에 반응하는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ETF’도 각각 28.64%, 24.5%로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원유펀드와 ETF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상승세를 보이는 국제유가의 영향을 받아서다. 국제유가는 올해 저점대비 90% 이상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2월11일 배럴당 26.11달러까지 하락했으나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장중 한 때 배럴당 50.21달러를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를 다시 썼다.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도 지난달 25일 장중 한 때 50달러 선를 넘어섰다. 50달러 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국제유가 급등은 지난달 캐나다 앨버타주 대형화재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나이지리아·리비아의 석유 생산 차질, 미국 원유 재고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강유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예상보다 생산 중단 규모가 큰 나이지리아의 공급 차질과 미국 원유생산 감소로 국제유가는 지지되겠지만 2분기에는 가격 조정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유가 추가 상승, 기대 어려워

일부 전문가들은 원유펀드와 ETF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 이상의 국제유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현재까지는 추가 상승하더라도 그 폭이 크지 않거나 거꾸로 가격이 조정(하락)될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세다.

이들 전문가가 제시하는 대외 변수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미약한 경기 회복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이다. 이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 리스크 때문에 자칫하면 현 시점이 고점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앞서 원유 생산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도 국제유가 상승의 걸림돌이다. 박영훈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람코가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수차례 확인시켜준 만큼 국제유가 상승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기 고점 확인한 것으로 판단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펀드 투자에도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금속, 농산물 등 원자재는 글로벌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전반적으로 원자재 가격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아 관망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원유펀드의 경우 수익률이 이미 많이 오른 상태라 지금 투자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앞으로 1년 동안 투자해도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수익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손영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는 단기 고점을 확인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 실망감과 캐나다 산불 등 지정학적 리스크 진정으로 하락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 원유펀드와 ETF 투자는 부정적이라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은 원유에 대한 앞으로의 3개월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