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살 때는 먼저 종목부터 선택해야 한다. 투자에 관한 이론을 공부하고 실전투자 경험이 많은 투자자는 기업의 재무제표와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지표를 확인한 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상의 차트를 보며 기술적으로 분석해 종목을 직접 선택한다.
하지만 스스로 방법을 터득해 종목을 선택하는 투자자라 하더라도 주식시장의 수많은 종목을 일일이 확인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온·오프라인 등 각종 매체에 나오는 종목정보와 자료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새내기 투자자라면 더욱 그렇다. 심지어 귀동냥으로 듣는 얘기에 의존해 종목을 선택하는 경우도 흔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리포트의 ‘목표주가’ 주목하라
종목을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자료는 무엇일까. ‘카더라통신’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역정보도 많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투자자를 유인한다는 얘기도 많은 만큼 공식적인 매체를 통해 나오는 정보와 자료를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투자자가 흔히 참고하는 것은 신문기사, TV, 증권 관련 인터넷사이트 등에 전문가들이 올리는 글이다. 이 자료의 내용은 증권사의 분석 리포트에 바탕을 두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음식료, 화장품, 게임, 자동차, 전자제품 등은 그 제품이 얼마나 괜찮은지, 소비자의 선호도가 어떤지를 투자자가 직접 알 수 있지만 그저 참고사항일 뿐 그것만으로 기업의 실적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기관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변수를 세밀하게 조사할뿐더러 기업을 직접 탐방해 정보를 얻어내므로 개인에 비해 심도 깊게 분석할 수 있다.
증권사가 리포트를 통해 분석한 변수가 신빙성이 높더라도 미래는 추정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확인된 영업실적과 기업의 상태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과거 및 현재의 주가만 보면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곤란하다. 앞으로 주가가 올라갈 종목을 선택해야 수익을 낼 수 있으므로 앞으로 예상되는 실적이 훨씬 더 중요하다.
현재 실적이 저조하더라도 앞으로 실적이 좋아질 전망이라면 추후 결산실적이 공식적으로 드러나기 전에 주가가 먼저 오른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영업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와 업황, 실적추정치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앞으로 6개월~1년간 주가가 도달할 수 있는 가격을 예측해 목표주가로 제시한다.
따라서 현주가에 비해 목표주가가 높으면 현재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셈이다. 목표주가가 현재 주가보다 높으면 높을수록 상승여력이 많다고 여긴다. 목표주가가 지난번 리포트보다 높아졌다면 주가의 상승추세가 더욱 견고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목표주가=수익’ 믿으면 ‘낭패’
이처럼 목표주가를 참고해 투자하면 수익을 잘 낼 수 있을까. 보통 여기에서 머뭇거려진다. 목표주가를 보고 투자했지만 실패한 경우가 워낙 많아서다. 2011년 말 국내 3개 이상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제시한 종목은 210개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제시한 종목별 목표주가 적중률은 12%에 불과했다. 1년 뒤 주가가 증권사 목표주가 컨센서스를 상회한 종목은 26개에 그쳤고 나머지 184개 종목은 여전히 목표주가에 미달한 채 거래됐다.
JCE의 경우 신작 매출 효과에 중국진출 모멘텀까지 더해져 증권사들이 주가의 안정적인 상승을 예상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61.7%나 폭락했다. 신작 매출 효과는커녕 매출이 빠르게 감소하고 중국시장 매출 발생이 한참 뒤로 미뤄져 실적악화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또 증권사들은 웅진씽크빅의 목표주가를 2만1600원대로 제시했지만 실제 주가는 6000원대까지 추락했다. 증권사들이 뒤늦게 목표주가를 8900원으로 낮췄지만 투자자들은 이미 큰 손실을 본 상태였다.
2013년 7월8일 에프앤가이드는 국내 3개 이상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내놓은 215개 상장사의 목표주가가 실제주가와 평균 36.8%의 괴리율을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당시 종합지수는 3분의1 수준인 13%가량 올랐다. 삼성전자는 여러 증권사 목표주가의 평균치가 190만7778원이었지만 6개월 또는 1년 이내 도달한 최고주가는 그보다 21%나 밑도는 150만원이었다. 투자자들은 수익을 적게 올리더라도 진작 팔지 않았음을 후회했다.
증권사들이 처음 목표주가를 제시했을 때보다 상황이 달라져 업황이 부진하고 실적이 예상보다 못할 것으로 전망이 바뀌면 서둘러 목표주가를 낮춰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목표주가를 낮춘다는 것은 매도의견에 해당한다. 2014년 1~7월 현대차 주가는 22만~24만원의 박스권 움직임을 반복했다. 이때 5개 증권사가 현대차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제네시스와 LF쏘나타 등 신차가 출시됐지만 환율이 하락해 수익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후 현대차는 9월부터 주가가 본격적으로 추락해 11월까지 30% 넘게 떨어졌다.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낮춘 것을 참고했던 투자자는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주가가 하락하는 종목이 많음에도 증권사가 매도의견을 내놓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매도의견을 내면 해당기업이 좋아할 리 없고 그에 따라 앞으로 해당기업으로부터 자료와 정보를 얻기 힘들어져서다.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발간된 약 6만8000건의 리포트 중 매도의견 비율은 전체의 약 0.035%에 그쳤다. 지난해 9월30일 기준으로는 매도의견 비율이 0.8%였으며 33개 증권사 가운데 23곳의 매도의견 비율은 아예 0%였다.
주가가 목표주가를 훨씬 뛰어넘는 종목도 있다. 파라다이스는 주가가 8400원이던 시절 목표주가 컨센서스가 1만원이었는데 이후 1년 만에 주가가 2만1000원까지 올랐다. 증권사들은 뒤늦게 목표주가를 2만3000원으로 상향했다.
빙그레는 목표주가가 7만원대였지만 이후 바나나맛우유의 인기에 힘입어 1년 만에 목표주가의 2배 가까이 올랐다.
이처럼 목표주가를 초과해 상승하고 심지어 2배 이상 크게 오르는 종목도 적지 않다. 목표주가에 대한 신뢰도가 낮지만 목표주가의 하향 조정을 참고했을 때 큰 손실을 막을 수 있고 높아진 목표주가를 보고 투자했을 때 큰 수익이 얻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따라서 목표주가를 얼마나 감안해야 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리포트 방향 읽고 타이밍 잡아라
최근 이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달 13일 교보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리포트를 통해 다룬 종목의 수익률이 그렇지 않은 종목보다 높았다. 3곳 이상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제시한 328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지난해 이후 19.1%로, 같은 기간 종합지수 상승률 3%를 크게 초과했다. 목표주가가 제시된 종목의 상승률은 ▲대형주(100위 이상) 16.3%, ▲중형주(300위 이상) 25.9%, ▲소형주(300위 미만) 17.6%로 나타났다.
목표가를 제시하지 않은 NR(not rated) 리포트도 있다.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리포트는 책임을 회피하고 리포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빠뜨렸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NR에서 다룬 232개 종목의 최근 1년6개월간 누적수익률이 53.9%에 이르렀다. 오히려 목표주가를 제시한 종목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달성한 것이다.
이는 기업을 분석하면서 미래의 예상이익을 추정하기에 자료가 부족하고 기업이 추구하는 구체적 성장목표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해 6개월~1년의 목표주가를 계산하기 힘든 경우라고 보면 될 것이다.
주식시장의 속성상 기업이 분명히 성장 중이라면 먼 미래의 상황을 미리 예상해 주가가 빠르게 오르기도 한다. PER이 상당히 높음에도 주가가 계속 오르는 고성장주에서 흔히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긍정적인 분석의 리포트가 나오면 곧바로 주가가 오를 때도 있다. 그 시점에 주식을 매수하면 단기 고점 매수가 돼 한동안 주가 하락으로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주가가 목표주가를 향해 오르기도 한다. 증권사의 리포트를 참고해 선택한 종목에서 주가변화를 추적하며 매매타이밍을 잡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특히 리포트에는 목표주가만 덜렁 제시하지 않고 그 배경에 대한 설명이 잘 나와 있다. 업황, 기업상황, 제품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투자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리포트의 활용가치는 더욱 크다. 따라서 목표주가에 집착하지 말고 리포트 안의 모든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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