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성공적인 투자로 수익을 거둘 수도 있지만 매수한 주식이 폭락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다만 투자의 위험을 줄일 수는 있다. 한 기업이 아닌 여러 기업의 주식을 매수해서 위험을 분산시키는 방법이다. 왜 여러 주식을 매수하면 투자 위험이 줄어들까.

미래에 주가가 움직일 방향이 주식마다 제각각이어서다. 예컨대 100만원으로 한주 가격이 1만원인 100개 기업의 주식을 기업당 1주씩 샀다고 해보자. 또 기업마다 주가 등락이 매일 10%라서 하루에 한 기업의 주가는 1000원이 오르거나 1000원이 떨어진다고 가정하자. 운이 좋다면 100개 주식이 모두 동시에 올라 하루에 10만원의 수익이 날 수 있지만 반대로 운이 나쁘면 모두 함께 내려 10만원의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만약 이 100개 기업의 주가가 다 제멋대로 변한다면 어떨까. 오르내릴 확률이 50%니 당연히 기대수익은 0원이다. 그럼 이 100개 기업에 대한 투자위험성은 어떻게 측정할까. 가장 표준적인 방법은 말 그대로 ‘표준편차’를 측정하는 것이다. 100개 기업에 투자한 위의 사고실험을 계산하면 표준편차는 1만원이다. 투자총액이 100만원이었으니 투자액 대비 수익률 변동폭은 1%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가령 같은 액수 100만원을 분산투자하지 않고 한 기업의 주식을 100주 샀다면 하루에 10만원의 수익이나 10만원의 손해를 볼 수 있으니 이 ‘몰빵투자’의 수익률 변동폭은 10%다. 즉 투자 주식의 수를 100개로 하면 투자위험성은 10%에서 1%가 되니 10분의1로 감소한다. 이처럼 주식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주식의 수를 N으로 했을 경우 투자위험성을 재는 변동성은 N의 제곱근의 역수다. 여러 주식에 투자하면 위험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계산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만약 100개의 주식이 한번에 모두 오르거나 한번에 모두 내리는 경우에 위의 계산은 완전히 잘못된 결과를 낳는다. 전세계를 휩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주범이 이와 같다. 위험한 자산을 여럿 모으면 안전해진다고 생각해 겉모습만 안전한 자산으로 만들면서 벌어진 사태다.
위험한 자산을 여럿 모았다고 항상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독립적으로 움직이던 가격이 때를 맞춰 함께 움직이면 투자위험성을 측정하는 표준적인 방법은 실패한다. 이렇게 시작된 갑작스런 위험은 금융연결망을 거쳐 순식간에 전세계로 파급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시스템 금융위기'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