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강자’ 신세계그룹이 식품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신세계의 식품·외식 계열사인 신세계푸드는 자사 브랜드를 붙인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오는 9월부터 생산해 판매할 예정이라고 지난 7월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 오뚜기, 대상 등 간편식시장의 기존 강자들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신세계의 식품시장 진출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신세계는 이마트의 자체브랜드(PB) ‘피코크’(PEACOCK)가 대성공을 거두며 한층 자신감을 얻었다. 2013년 상품 초기 출시 300억원대에 불과했던 피코크 매출이 3년 만에 1200억원대로 급성장했으며 올해는 1600억원대까지 예상된다.
신세계의 식품시장 진출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신세계는 이마트의 자체브랜드(PB) ‘피코크’(PEACOCK)가 대성공을 거두며 한층 자신감을 얻었다. 2013년 상품 초기 출시 300억원대에 불과했던 피코크 매출이 3년 만에 1200억원대로 급성장했으며 올해는 1600억원대까지 예상된다.
/사진=머니투데이DB @머니위크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창업의 모든 것
신세계의 식품시장 진출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직접 생산한 식품브랜드를 회사 창립 이후 사상 처음으로 타 유통채널에 판매한다는 점이다.
신세계푸드는 지금까지 이마트 자체브랜드인 피코크·노브랜드 제품을 이마트와 일부 유통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했다. 피코크는 출시 초기 기존 이마트를 비롯한 신세계그룹 내 유통채널에서만 구매가 가능했다. 반면 이번에 선보이는 브랜드는 제조업체 고유 브랜드(NB)로서 경쟁 유통채널에 진출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식품업체 현장 영업사원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한다고 들었다”면서 “자사 유통채널에서만 판매한 피코크가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타 채널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신세계의 유통력과 노하우를 지닌 영업사원들의 시너지가 이뤄지면 무시할 수 없는 식품브랜드가 탄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피코크도 신세계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있다. 피코크는 그동안 판매채널 다각화에 힘입어 롯데닷컴, 쿠팡, G마켓 등 다양한 채널에서 판매 중이다. 신세계는 피코크를 국내 대표 식품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식품브랜드 론칭으로 식품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외식사업 부진… 신성장동력 필요
신세계푸드는 급식과 식자재유통업으로 사업을 시작한 회사다. 하지만 몇년 전부터 위탁급식시장의 파이가 크게 줄어들자 외식사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기불황과 함께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외식업도 신세계의 미래를 보장해줄 수 없게 됐다. 신세계푸드는 올 1분기 매출액 2455억8218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7%가량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6억6463만원으로 86%나 감소했다.
외식사업이 전반적으로 부진을 겪자 신세계는 식품제조사업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외식사업 부진과 맞물려 그룹 차원에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 2012년부터 꾸준히 추진한 식품제조사업이 하반기에는 직접 제조하는 브랜드를 바탕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수준에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공략을 위해 신세계는 지난해 말 800억원가량의 생산 규모를 지닌 음성식품가공센터(음성2공장)를 완공했다. 유연한 식품시장 진출을 위해 이마트 출신 임원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푸드는 앞으로 3년간 제조업의 판매시설을 확충하고 라인을 증설해 장기적인 수익기반을 구축하는 데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신세계푸드가 9월 출시 브랜드의 첫 제품으로 가정간편식을 선택한 것은 이 시장이 요즘 가장 ‘핫’하기 때문이다.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혼밥’ 트렌드가 맞물려 간편식시장은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업계 등에 따르면 간편식시장 규모는 2010년 7800억원에서 2014년 1조5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1조7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올해는 2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대형식품업체들도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식품업계 1위 업체인 CJ제일제당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좋은 ‘비비고’와 ‘햇반’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간편식을 내놨다.
대상 청정원 역시 세계 각국의 가정식 요리를 담은 ‘휘슬링 쿡’ 등을 출시하며 신세계의 도전에 맞선다. 이밖에도 아워홈, 오뚜기, 샘표, 농심, 오리온, SPC 등도 시장 선점 전쟁에 동참하며 경쟁 중이다.
◆업계 반응 긍정적… “뭐가 잘 먹히는지 아는 기업”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신세계의 식품시장 진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체에 의뢰, 자사 채널을 통해 상품 유통만을 맡는 PB상품에 비해 모든 채널에서 판매가 가능한 NB상품의 수익성이 더 좋기 때문이다.
식품업체 한 관계자는 “신세계는 이미 피코크를 통해 어떤 제품이 소위 시장에서 ‘잘 먹히는지’ 아는 것이 강점”이라면서 “신세계가 제조와 유통, 두가지 분야 모두에서 시장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당장 실적면에서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성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NB브랜드 출시는 구조적으로 그룹 내 유통망의 한계성을 넘어서는 초석이 될 수 있다”며 “HMR시장을 선도하고 있어 충분히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으며 브랜드 다양화를 통한 유통망 확대에 따라 한발 앞선 시장선점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푸드는 기존 식품업체가 선점한 두부 등의 시장에는 아직 진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일단 가정간편식 분야에서 타 업체들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이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한 뒤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하반기 식품업계에 불어닥칠 ‘신세계발 식풍(食風)’이 유통업계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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