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재판. 홍준표 경남도지사(가운데)가 8일 재판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이날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준표 지사(62)에 대한 1심 선고 재판을 열어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이날 법원은 홍준표 지사가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임을 감안해 법정구속하지 않았지만 실형이 확정되면 지사직을 잃게 된다.
홍준표 지사는 지난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모 전 부사장으로부터 현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기소됐다. 검찰은 홍준표 지사가 경선 자금 명목으로 이 돈을 받았고, 성 전 회장은 총선 공천을 목적으로 금품을 건넨 것으로 봤다. 검찰과 홍준표 지사 측은 기소 후 1년여 동안 진행된 재판에서 윤 전 부사장의 진술 신빙성을 두고 공방을 이어왔다.

재판부는 돈을 줬다는 성 전 회장 윤 전 부사장의 진술 신빙성을 인정해 홍준표 지사의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이 일관됐다며 "(돈이 든)쇼핑백을 받는 과정에서의 경남기업 관계자들의 진술과 의원회관으로 이동해 돈을 전달하는 과정까지 윤 전 부사장과 그 처의 진술이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성 전 회장의 사망 직전 언론 인터뷰 등의 신빙성을 인정해 지난해 경남기업 압수수색 후 성 전 회장이 윤 전 부사장을 통해 홍준표 지사에게 1억원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홍준표 지사 측 인사들이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하는 대화 녹음 등을 볼 때 윤 전 부사장이 배달사고로 1억원을 횡령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홍 지사가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아 민주주의와 법치, 국민 일반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한 뒤 "윤 전 부사장이 허위 사실을 꾸며냈다거나 1억원을 임의로 썼다고 주장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 실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양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금품 전달자로 함께 기소된 윤 전 부사장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재판을 받은 뒤 홍 지사는 취재진에게 "나중에 저승에 가서 성완종한테 물어보는 방법밖에 없다. 돈은 엉뚱한 사람에게 다 줘 놓고 왜 나한테 덮어씌웠는지 물어보겠다"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실형 선고에 대해 "노상강도 당한 느낌이다. 재판이 1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항소해서 바로 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 홍 지사에 대한 유죄 판단은 앞서 핵심 증거로 거론된 윤 전 부사장 진술과 성 전 회장이 사망 전 남긴 메모·인터뷰의 신빙성이 인정됨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 리스트에 연루돼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 역시 1심 재판부가 성 전 회장의 쪽지에 대한 증거 능력을 인정해 유죄 판단을 받았다.

성 전 회장은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경남기업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지난해 4월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죽기 전 남겨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로 불리던 메모에는 '김기춘 10만달러, 허태열 7억원, 홍문종 2억원, 서병수 2억원, 유정복 3억원, 홍준표 1억원, 이완구, 이병기'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후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준비해 지난해 7월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리스트의 나머지 인물들,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등에 대해서는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겐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