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이끄는 양대기업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가 ‘고난의 시기’를 맞았다. 신흥시장의 장기침체로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연이어 터진 결함 이슈와 이에 따른 고발, 노조파업이 겹쳐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다.

위기론이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현대차는 ‘성장통’을 이겨낼 방안을 도모한다. 고객경영으로 돌아가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다짐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글로벌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일 복안을 궁리 중이다.

/사진=뉴시스 DB

◆ 뇌관 터진 불안요소들
지난 2012년 이후 실적 감소와 함께 조금씩 드러난 현대차의 불안요소들이 올 3분기에 한꺼번에 폭발했다.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노사관계에서다. 현대차의 노사갈등은 올해 임금협상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12일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하기까지 약 150일간 진행된 올해 교섭에서 현대차 노조는 총 24차례의 파업과 12차례의 특근거부를 실시했다. 사측은 이로 인해 14만2000여대, 약 3조1000억원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한다.

태풍피해 등이 겹치며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고 정부의 만류가 이어지며 올해 갈등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연례행사’라는 표현이 쓰일 정도로 매년 이어지는 노사간 대립은 현대차가 가진 큰 리스크 중 하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계가 불매운동을 진행하고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할 정도로 올해 교섭은 많은 상처를 남겼다”며 “세계에서 전무한 대립적 노사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글로벌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역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영위기도 심각하다. 상반기까지 실시된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 후 현대차는 국내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감소를 겪었다. 주요 원인은 ‘신차 부재’와 ‘소비자 신뢰 상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싼타페 에어백 결함 미신고’와 ‘YF쏘나타 미국 엔진결함’ 등으로 소비자 신뢰가 더욱 떨어졌다”며 “4분기 경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시장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신흥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에선 엔저를 앞세운 일본 자동차가, 중국시장에선 현지자동차가 가격공세를 이어간다.

이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낮춘 올해 목표 생산대수(813만대) 달성도 어려워 보인다. 올 들어 9월까지 현대·기아차의 생산대수는 562만2000여대(목표량의 6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줄어들었다. 상반기 개소세 인하 효과가 적용됐던 점을 고려하면 전년도 판매대수(약 801만대)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의 역성장은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 해법은 ‘신뢰확보·혁신·신시장개척’

현대차그룹은 여러모로 힘든 시기지만 고객중심 경영으로 신뢰를 제고하고 혁신적인 고급 신제품, 중국시장 집중 등을 통해 수익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최근 현대·기아차는 미국서 세타2 엔진 탑재차량을 보상하며 시작된 ‘내수차별 논란’에 대해 국내에서도 동일차량의 보증기간 연장을 결정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서 발발한 엔진결함이 앨라바마 엔진공장의 문제라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지만 국내 고객서비스 강화를 위해 동일 엔진을 장착한 국내 판매 차량 전체의 엔진 보증기간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떨어진 수익성은 고급차 중심의 판로 개척을 통해 극복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급차는 중소형차에 비해 수익성이 훨씬 높아서 고급차의 판매 비중 확대는 영업이익률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늦어도 12월까지 신형 그랜저를 출시할 예정이다. 신차에 목말랐던 현대차는 그랜저가 가뭄의 단비가 되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제네시스브랜드 2개 차종(G90, G80)의 미국 마케팅을 강화하고 미국 외 글로벌시장에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외에 현대차가 주력할 과제는 ‘새로운 시장의 확보’다. 현대차는 세계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시장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몽구 회장은 막바지 점검을 위해 중국 창저우 4공장을 방문했다. 정 회장의 이번 방중은 최근의 중국법인 수뇌부 교체와 맞물려 중국시장에서 새로운 전략이 수립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과포화 상태인 중국 동부연안에서 벗어나 미개척지인 서부내륙에 본격 진출할 것으로 관측한다. 현재 서부 유통망을 대폭 확충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충칭 5공장이 완공되면 본격적인 공략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충칭 5공장의 건설이 마무리되면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총 27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현대차는 중국 4, 5공장이 완공되면 최근 중국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비롯해 다양한 현지전략형 모델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역시 SUV를 필요로 하는 내륙 산간지방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현재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면서도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라며 “대부분의 자동차업계가 동부연안에 기틀을 둔 상황에서 서부내륙지방에 대한 선점 싸움이 본격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