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며 보는 풍경은 늘 새롭다. 같은 사물도 예전과 지금이 다르고 앞으로도 달라질 것이다. 걷는 것은 장면을 인상 깊게 하고 시간을 느리게 만든다.
여행작가 김동우(38)가 걷기를 좋아하는 이유다. 그에게는 ‘트레커 김동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는 2012년 4월부터 약 300일 동안 북미와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의 명산들을 도보여행했다. 이때 쓴 기록들로 유명 블로거가 됐고 그가 블로그에 남긴 여행 관련 글은 1317개에 달한다. 지금까지 110만명 넘는 사람이 그의 블로그를 다녀갔다. 여행기를 책으로 엮은 <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 <걷다 보니 남미였어>가 인기를 끌며 그는 수많은 강연과 팬미팅 자리도 가졌다.
걷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김 작가를 만났다.
여행작가 김동우(38)가 걷기를 좋아하는 이유다. 그에게는 ‘트레커 김동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는 2012년 4월부터 약 300일 동안 북미와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의 명산들을 도보여행했다. 이때 쓴 기록들로 유명 블로거가 됐고 그가 블로그에 남긴 여행 관련 글은 1317개에 달한다. 지금까지 110만명 넘는 사람이 그의 블로그를 다녀갔다. 여행기를 책으로 엮은 <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 <걷다 보니 남미였어>가 인기를 끌며 그는 수많은 강연과 팬미팅 자리도 가졌다.
걷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김 작가를 만났다.
여행작가 김동우. /사진=임한별 기자
◆부모님 ‘커플 등산화’에 매료된 시절
김 작가는 대학시절부터 혼자 북한산 등지를 걸으며 트레킹에 빠졌다. “베란다에 똑같이 생긴 등산화 두켤레가 있었어요. 부모님이 함께 산에 다니셨는데 그때는 산을 몰랐지만 등산화가 나란히 놓인 게 보기 좋더라고요.”
첫 직장에 들어간 후에는 본격적으로 산을 다녔다. 월급을 받으면 트레킹 장비를 사 모으고 해외에 있는 산도 가봤다. 처음 해외에서 산을 접한 곳은 코타키나발루였지만 그의 트레킹 인생을 만든 건 두번째 여행인 안나푸르나다. 네팔 히말라야 중부의 안나푸르나는 제1봉이 해발 8091m로 세계에서 10번째로 높은 산. 그는 안나푸르나에 대해 ‘존재의 기쁨을 주는 곳, 그 앞에 서는 것만으로 철학이고 삶인 곳’이라고 표현했다. “30대 초반 안나푸르나를 보고 산은 다 똑같지 않다는 것을 느꼈어요. 웅장한 자연 앞에 작은 점이 돼버린 느낌, 그때부터 꿈을 키웠죠. 세계의 명산을 걸어보자.”
킬리만자로. /사진제공=김동우 작가
◆킬리만자로 앞에 두고 죽을 고비
김 작가는 부에노스아이레스·볼리비아·에티오피아·이집트·요르단 등 한번에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의 나라와 도시를 다녔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여행지를 꼽는 것은 의미가 없을 터. 다만 목숨을 위협받을 만큼 위험한 순간이 있었다.
아프리카대륙의 최고봉 킬리만자로는 그의 여행에서 최대 목표였다. 그런데 킬리만자로를 눈앞에 두고 여행을 포기할 뻔했다. 킬리만자로 트레킹 직전 말라리아에 걸린 것. 말라리아는 모기에 의해 감염되는 급열성 전염병으로 치료시기를 놓치면 사망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병이다. 그는 아프리카 오지에서 3일 밤낮을 앓다가 영어가 통하지 않는 시골병원의 흑인의사에게 치료받고 가까스로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여행 중 최대 고비였으나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생애 최고의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 /사진제공=김동우 작가
◆도심 속 산 좋지만 ‘트레킹부대’ 싫어
김 작가는 여행뿐만 아니라 도심 속 산과 섬, 서울의 한옥거리, 인왕산 성곽길, 염리동 소금길 등 명소를 즐겨 걷는다. 걸으면서 시간을 느리게 쓰는 법을 배운다. 천천히 걷고 보며 풍경과 사물이 던지는 이야기를 생각한다. “사진기를 메고 사물에 집중하면 소중한 한컷한컷이 눈에 들어와요. 10년 전 찍은 사진과 지금을 비교해도 내가 사물을 보는 태도가 달라진 것을 느낍니다. KTX를 타면 볼 수 없는 풍경이 얼마나 많습니까.”
하지만 그는 여러 사람과 어울려 걷는 것을 싫어한다. 특히 단체등산객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한다. 산은 조용히 스며들었다가 조용히 나오는 곳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올바른 걷기 요령도 소개했다. 오르막길에서는 허벅지 근육을 주로 쓰고 평지에선 종아리 근육을, 하산길엔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쓴다. ‘433법칙’이라는 말이 있는데 힘을 올라갈 때 40%, 내려갈 때 30% 쓰고 나머지 30%는 저장해둬야 한다. 또 탄수화물이 함유된 행동식 섭취, 면 섬유 입지 않기, 고어텍스는 입지 않고 들고 가기, 발이 붓는 오후에 신발 사기 등도 강조했다.
◆3년 직장인으로의 삶, 내년 봄 다시 출발
인터뷰 도중 그에게 놀라운 소식을 두번 들었다. 올해 3월 결혼한 사실과 내년 봄 다시 세계일주를 떠난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지난 세계일주를 마친 후 1년간의 휴식을 가졌고 지금은 수협중앙회 홍보실에서 근무 중이다. 현재 그의 명함에는 ‘어업인(in)수산 기자’라는 직책이 명시돼 있다. 사보를 통해 우리 바다를 알리고 홍보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안정된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그는 얼마 전 또 사표를 냈고 한달 후 퇴사한다. “결혼도 했는데 여행 후의 삶이 불안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는 “내가 사는 것은 미래가 아닌 현재의 삶”이라고 답했다.
이쯤 되면 그에게 금전적으로 믿을 만한 구석이 있는지 궁금했지만 그는 아니라고 했다. 결혼 전 여행할 때는 전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과 모아둔 돈을 합해 3000만원을 만들었고 이번에는 일산의 신혼집을 팔아 처가로 합가하면서 여행자금을 마련했다. 다음 여행은 더 천천히, 더 길게 할 계획이라는 트레커 김동우씨.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았지만 캅카스산맥 3개국 조지아·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를 걷고 싶단다. “이제는 무작정 걷지 않고 공부하고 싶어요. 그 공부가 책에 있을 수도, 길에 있을 수도 있죠.”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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