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체제 삼성호가 출범했다. 지난 2년여간 사실상 삼성그룹을 이끌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7일 핵심계열사 삼성전자 등기이사(사내이사)로 선임되며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권오현 부회장은 “이사회는 급변하는 사업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적인 경영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이어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에 선임되면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 회사의 글로벌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주총에 참석한 400여명의 주주들은 반대없이 박수로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안을 통과시켰다. 이 부회장이 최고운영책임자로서 수년간 경영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쌓았고, 지난 2년간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실적 반등과 사업재편을 이끄는 등 경영자로서의 역량과 자질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으로 삼성은 ‘뉴삼성’으로의 변화를 예고한다. 그는 이미 그룹의 실질적 최종 의사결정권자였지만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어서 결정에 대한 법적 책임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잘못된 이사회 결정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또 본인이 이사회 구성원이 되며 앞으로 그룹 미래전략실의 권한은 축소되고 이사회의 권한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면한 산적한 과제도 경영 최일선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우선 내년 초까지 약 7조원대 손실이 예상되는 갤럭시노트7 사태를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연말 사장·임원 인사와 함께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 조직 개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중장기적으로는 오너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이 5%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시장에선 엘리엇이 제안한 삼성전자 분할로 인한 지주회사 전환 이후 삼성전자 지주사와 삼성물산과의 합병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법률안 개정, 주주 반대, 막대한 비용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면 경영권 승계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