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비용 경영권 승계, 오너 이익 증대… 두 마리 토끼 잡을 묘수

지주회사 전환을 마친 ‘일동제약’, 준비 중인 ‘크라운제과’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표면적 목적으로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와 경영 효율성 강화를 내세우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모두 다른 노림수가 존재한다. 최소 비용 경영권 승계나 오너 이익 증대가 대표적이다. 특히 지주사 전환을 전후한 시기 오너일가가 보유한 주요 기업의 지분이 움직이는 것을 들여다보면 주객(主客)이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일동제약, 오너 3세 승계 맞물린 체제 전환

지난 8월 일동제약은 기업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일동홀딩스, 사업회사 일동제약·일동바이오사이언스·일동히알테크로 나뉘었다. 이 과정에서 인적분할로 새롭게 탄생한 (신)일동제약은 오너 3세인 윤웅섭 사장이 단독으로 이끌게 됐다.


일동제약 측은 이번 지주사 체제 전환에 대해 “각 사업부문의 전문화와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도모해 목표달성 및 수익창출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기업과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체제 전환을 그간 준비해온 오너 2세에서 3세로의 승계 작업을 마무리짓기 위한 선택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 윤 사장은 지난해 2월 아버지인 윤원영 회장의 개인회사인 씨엠제이씨 지분 90%(27만9000주)를 넘겨받았다. 이 회사는 일동제약 지분 8.3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당시 1주당 액면가인 5000원 수준에서 증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경우 증여가액은 13억9500만원이다. 증여세율 40%(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를 적용하면 윤 사장은 5억5800만원의 세금만 내고 사실상의 일동제약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윤 사장 본인이 보유한 일동제약 지분 1.67%를 더하면 그의 실질적인 일동제약 지분은 10.01%다.


여기에 친인척(9.91%)과 송파재단(3.04%) 지분을 더하면 22.96%다. 지분 승계 과정에서 중간에 회사를 하나 끼워 넣어 세금 부담을 최대한 낮췄음에도 지난해 녹십자와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손을 잡은 H&Q코리아의 3호 사모투자펀드(PEF)가 출자한 썬라이즈홀딩스의 지분 20%를 더해야 안정적 지배가 가능한 구조다.

지난해 윤 사장 일가와 썬라이즈홀딩스는 의결권 공동행사, 주식 처분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주식 공동보유 계약을 체결하며 한배를 탔지만 사모펀드의 특성을 감안하면 모종의 대가를 약속한 단순 계약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 사모펀드가 원하는 조건을 오너일가가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계약이 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윤 사장이 스스로 지분을 늘릴 필요가 있는데 아직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지만 안정적 지배력 확보를 위해 이후 지주사 일동홀딩스가 신주를 추가로 발행하면서 사업회사 (신)일동제약 지분과의 주식스왑을 하거나 씨엠제이씨를 활용해 지분율을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왼쪽)와 윤석빈 크라운제과 대표. /사진=머니투데이DB

◆크라운제과, 절묘한 오너가 지분 이동 타이밍

크라운제과는 지난달 21일 주주총회를 열고 식품사업 부문을 분할해 크라운제과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또 존속하는 투자사업 부문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상호를 ‘크라운해태홀딩스’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존속회사인 크라운해태홀딩스가 해태제과식품 등 자회사 관리를 맡는 지주사가 되고, 새롭게 생기는 크라운제과가 기존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회사가 된다. 최종 결정은 내년 1월25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이뤄지며 분할 기일은 내년 3월1일이다.

이에 대해 크라운제과 측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수직 계열화를 이뤄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구조로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선 일동제약과 마찬가지로 지주사 전환 시도를 통한 경영권 승계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크라운제과는 지주사 전환 결정 4일 뒤에 윤영달 회장이 크라운제과 주식 105만주(지분율 7.12%)를 시간외 매매로 두라푸드와 장남인 윤석빈 대표에게 넘겼다고 공시했다. 두라푸드에게는 60만주(4.07%)를 주당 3만2200원에 매각했고, 윤 대표에게는 45만주(3.05%)를 증여했다.

이에 따라 두라푸드는 크라운제과 지분 24.13%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윤 회장은 지분 20.26%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내려갔고, 크라운제과 지분이 전혀 없던 윤 대표는 3.05%를 확보해 3대 주주에 올랐다.

두라푸드는 연양갱 등을 만들어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에 납품하는 회사로 최대주주는 지분 59.6%를 보유한 윤 대표다. 이번에 본인이 직접 보유하게 된 지분을 더하면 사실상 윤 대표가 크라운제과 지분 27.18%를 보유한 1대 주주가 된 셈이다. 

현재 크라운제과 지분분포는 오너일가 우호지분이 49.13%에 이를 정도로 오너가의 지배력이 탄탄하다. 하지만 승계 과정에서 윤 회장이 윤 대표에게 직접 상속을 하게 되면 증여세로 50%가량이 빠져나가 지분율이 10% 이상 감소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가운데 지주사 전환 시도와 오너일가의 주식 거래가 맞물리며 윤 대표는 크라운제과 최대주주의 지위를 확보하는 한편 지주사 주식과 사업회사 주식스왑을 통해 지분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주식스왑에 따른 지주사 신주 발행으로 오너가 지분율이 희석되더라도 직접 상속하는 것보다는 지분 손실이 훨씬 더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주사 전환이 사실상 승계에 쐐기를 박는 마지막 퍼즐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특히 지주사 전환은 오너가 지분율 상승을 통한 배당 이익 증대라는 부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녀에게 경영권을 대물림하는 것을 꼭 나쁘게 볼 수는 없지만 승계 과정에서 오너일가가 보유한 알짜 비상장회사를 끼워 넣어 세금 부담을 줄이고 지주사 전환으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은 꼼수로 비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