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사진=뉴시스

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됐다. 투표 전만 해도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이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트럼프가 주요 경합주를 휩쓸면서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미국 뉴욕증시 다우지수 선물이 8일 밤 700포인트(4%) 급락했다. 아시아증시도 예상 밖의 결과에 폭락했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2.2% 급락으로 오전장을 마치고 나서 오후 들어 4.3%로 낙폭을 확대했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1.3% 하락으로 오전장을 마감했다. 홍콩증시 항셍지수는 3.5% 급락했다. 미국 달러화당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20페소 선으로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 이탈(브렉시트)에 버금가는 공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사건으로 상반기에는 브렉시트가 꼽혔다면 하반기에는 트럼프 리스크가 지목될 전망이다. 


◆트럼프 시대 개막, 'G2 환율전쟁' 발발 가능성 

먼저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 환율전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후보 1차 TV 토론에서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을 돼지 저금통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중국이 통화를 절하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가 이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중국 환율정책을 맹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가 선호하는 금융완화정책의 초점은 미 달러화 강세를 약세로 돌리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일자리 감소 및 경상수지 적자 확대에 중국을 비롯한 교역 상대국의 통화가치 절하가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로 미 달러가 강세로 돌아섰고 무역수지가 떨어졌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미국 무역수지는 539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3348억달러로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앞으로 트럼프는 중국의 통상압력 수단으로 위안화의 대규모 절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985년 플라자 합의처럼 위안화 가치의 두 배 절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은 극심한 불확실성 국면이 전개된다.

현재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나 G20 정상회담에서는 세계경제 회복을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배제하며 '인위적인 환율 절하를 시도하지 않는다'는 상호 협력적 문구를 사용한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초래하는 보호무역주의 반대에 설 가능성이 높다.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통화분쟁은 중국경제가 외환 및 금융위기에 직면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미국과 중국발 글로벌금융위기가 2010년대 말에도 재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머징 통화가치 하락, 원화가치도 급락 우려

이머징 통화 역시 극심한 변동성이 예상된다. 미국의 금융완화정책과 약달러 정책은 이머징 통화의 강세요인이지만 중국과의 통상마찰과 환율전쟁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은 이머징 통화의 약세요인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 간의 불협화음이 커지면 이머징 통화가치는 급격히 하락한다. 궁극적으로 이머징 통화는 세계경제 침체 및 불확실성 확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폭락국면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원화가치도 이머징 통화가치 영향권에 들어갈 전망이다. 원화가치는 트럼프의 약달러 및 원화절상 압력으로 일시적으로 오를 수 있지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하락세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트럼프 시대의 이머징 통화가치는 단기적으로 강세지만 중장기적으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 원화가치 역시 이머징 통화가치의 반응 경로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여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