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와 한국스마트카드(티머니)가 서울시 개인택시의 카드수수료율 인하를 위힌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티머니가 카드사에 수수료 인하 부담을 떠넘겨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서울시 택시사업에 티머니가 독점적으로 참여하는 현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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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머니, 카드사에 수수료부담 떠밀기
13일 서울시와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현대·롯데카드와 티머니는 지난 8일 서울시 개인택시 카드수수료율을 현행 1.7%에서 1.5% 수준으로 인하하기 위한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측은 이달 안에 합의해 이르면 내년 초 택시요금 카드수수료를 인하할 방침이다.
그러나 티머니가 카드사에 수수료 인하 부담을 떠넘기고 있고 카드사는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 수익 악화로 물러나기 힘든 상황이어서 합의에 이를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특히 대형가맹점임에도 공공성을 띤 특수가맹점의 지위를 지니는 티머니에 카드사는 0.9%의 수수료만 부과하고 있어 더 이상 수수료를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택시 기사만 피해자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서울시 개인택시 기사가 부담하는 카드수수료율은 신용·체크카드 1.7%, 티머니선불카드 1.5%다. 이는 연 매출 2억원 미만의 영세가맹점 수수료(0.8%)는 물론 연 2억~3억원의 연매출을 보이는 중소가맹점 수수료(1.3%)보다 높은 수준이다. 서울시 개인택시 기사의 평균 연매출은 지난해 기준 3500만원 정도다.
영세사업자인 개인택시 기사가 이처럼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는 이유는 티머니가 특수가맹점 지위로 카드사와 수수료 계약을 맺고 택시기사는 티머니에 종속된 관계기 때문이다. 택시기사가 가맹점으로서의 지위를 갖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가 택시비를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대금은 티머니를 거쳐 택시기사에게 돌아간다. 서울시개인택시조합이 카드사와 티머니 측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해온 배경이다.
◆서울시, 티머니만 ‘독점 정산사’로 인정
부산의 택시기사 가운데 1만4000여명은 최근 특수가맹점과 계약을 끊고 밴(VAN)사업자인 ‘스마트로’와 가맹계약을 맺었다. 영세가맹점의 지위를 확보한 부산의 택시기사들도 카드 우대수수료율(0.8%)을 적용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스마트로와 같은 밴사업자는 물론 이비카드 등과 같은 정산프로세싱 사업자도 사실상 서울시 택시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서울시 조례(서울특별시 택시요금 카드수수료 지원을 위한 조례) 상 서울시가 인정한 정산사가 티머니뿐이어서다.
다른 사업자가 서울시 택시사업에 진출하더라도 서울시의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현재 서울시는 티머니를 거쳐 개인택시 기사에게 매월 ▲6000원 이하 결제수수료 전액 보전 ▲통신비 5000원 보전(정액제) ▲단말기 유지보수비 3000원 보전(정액제) 등을 보조한다.
'티머니' 발행사인 한국스마트카드가 입주하고 있는 서울시티타워. /자료사진=머니S DB
이와 관련 티머니가 서울시 택시사업을 독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독점 구조가 깨지지 않는 이상 개인택시 기사들은 높은 수수료를 그대로 떠안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관계자는 "보안문제가 있다면 티머니의 독점적 지위가 인정되겠지만 서울시가 왜 티머니에만 유독 이런 지위를 주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서울시는 티머니가 자체 개발한 서울택시정보시스템(STIS)을 운용하기 때문에 티머니만 정산사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티머니가 제공하는 서울 택시 운행정보를 택시정책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도로교통본부 택시물류과 관계자는 "현재 티머니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에 대해서만 정산이 이뤄진다"며 "다른 시스템으로는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티머니, 우대수수료율 정책 피하기 꼼수?
카드사와 티머니간 가맹계약 과정에서 티머니가 '갑'의 위치를 악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재 티머니와 카드사간 개인택시 수수료 계약기한은 오는 2018년 중순으로 지난 2013년 말 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이 5년인 셈이다. 그러나 당시 티머니가 카드사에 요구한 계약기간이 10년이었던 점이 알려지며 카드 우대수수료율 정책을 피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 초 카드수수료 정책은 ‘업종별 부과’에서 ‘매출별 부과’로 전환됐다. 백화점 등 매출이 많은 가맹점이 매출이 적은 가맹점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게 영세사업자에게 부담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영세 및 중소가맹점에 한해 우대수수료율 체계가 도입됐는데 금융당국은 적격비용을 따져 3년에 한번씩 수수료율을 바꿀 것을 권고했다. 영세가맹점에 대한 카드수수료가 인하되는 추세를 감안해 10년짜리 계약을 미리 맺으려는 티머니의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카드업계는 티머니 측에 가맹 계약기간이 3년이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그런데 계약기간이 5년이어서 그 사이 우대수수료율이 더 인하된다면 개인택시 기사들은 더 큰 역차별을 받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개인택시 기사들이 영세가맹점으로 인정된다면 당연히 0.8%의 수수료를 부과한다는게 카드사들의 공통된 입장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티머니 관계자는 "단말기 운용, 장비 수리, 24시간 ARS(자동응답시스템) 고객 응대 운용 등 택시사업에 적잖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개인택시 기사들에게 할 수 있는 서비스는 다 하고 있다. 중간에서 난처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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