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2월은 통상 그룹사들의 사장·임원 인사와 함께 내년 사업구상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시기다. 특히 올해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중국 성장둔화,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글로벌 경영환경이 악화된 만큼 선제적 경영전략 수립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발빠른 기업은 이미 인사를 확정하고 내년 사업계획을 가다듬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왼쪽부터)삼성전자 서초사옥, 현대차 양재동 사옥. /사진=뉴스1 DB

◆삼성, 이재용식 실용주의 강화 
“IT사업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등 장기적 관점에서의 전략적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그간 핵심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사업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는데, 앞으로도 사업구조를 더욱 경쟁력 있게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과 프린팅사업부 매각 결정을 위해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실용주의를 강조해온 오너 3세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삼성전자는 ‘선택과 집중’, ‘실용주의’를 키워드로 내년 사업 방향성을 설정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IM부문은 올 하반기 야심작 갤럭시노트7 사태로 인한 실질적 실적 감소와 브랜드 가치 하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년 3월쯤 출시할 예정인 갤럭시S8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안전성은 기본이고 최고의 성능을 담아 내기 위해 최근 인수한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기업 비브랩스의 AI기능을 갤럭시S8에 적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DS부문은 내년에 외형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인 3D낸드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증권가에선 낸드플래시부문 영업이익이 올해 4조2400억원에서 내년에는 6조2800억원으로 증가하며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 부회장이 2014년부터 실질적으로 삼성의 경영을 이끌며 진두지휘한 사업재편 작업은 현재 진행 중인 프린팅사업부 매각이 완료되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선 삼성전자 프린팅사업부 매각 외에 다른 사업재편 계획이 없다”며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 경영 방침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각 계열사별 업황에 맞는 세부 경영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친환경차·신차 라인업 확대

최근 5년간 영업이익률이 10%에서 6.6%(올 상반기 기준)로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벌 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전기차와 수소차를 비롯한 친환경차와 고성능차에 집중해 반등을 모색할 계획이다. 

우선 기아차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친환경차 라인업을 하이브리드(5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4종), 전기차(4종), 수소전기차(1종) 등 총 14개까지 늘려 글로벌 판매량을 높일 방침이다. 

현대차는 현재 판매중인 아이오닉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에 이어 내년엔 플러그인하이브리드까지 총 3종의 친환경차 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 고성능차 제네시스의 유럽, 중동시장 진출 등 글로벌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I30, 6세대 그랜저, 제네시스 G80 스포츠 등 신차 모멘텀을 바탕으로 펀더멘털적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윗쪽부터)SK텔레콤 을지로 사옥, LG 여의도 사옥. /사진=뉴스1 DB

◆SK, 사업 변화와 혁신 추진
SK그룹은 지난달 12~14일 열린 ‘2016 CEO 세미나’에서 중장기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만큼 당시 결정된 틀 안에서 내년 세부계획을 짜는 중이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이 “근본적 변화와 혁신의 실천”을 당부해 관련된 기존 사업의 대대적 변화가 예상된다.

SK의 주요 사업은 정보통신, 에너지·화학, 반도체로 구분된다. 정보통신 분야의 핵심기업인 SK텔레콤은 신수종사업으로 AI와 사물인터넷(IoT)을 꼽고 관련 투자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에너지·화학 분야에선 중국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꾸준히 투자해 온 중국 석유화학사업이 궤도에 오른 만큼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한편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대한 신규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또 세계적 관심이 높은 신재생에너지 부문과 관련해 태양광, 풍력발전, 바이오가스사업 등을 강화할 예정이다. 

반도체 분야를 담당하는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분야의 경쟁력 확보, 이미지센서 등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육성을 위해 대대적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차세대 10나노 후반급 D램 제품의 개발을 차질없이 진행해 D램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며 “내년 1월 1x나노(10나노 후반급) D램을 램프업해 2분기에 양산을 시작하고 상반기 중으로 4세대 제품 개발을 완료해 하반기부터 양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 신성장사업 집중

LG그룹은 신성장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며 미래를 준비 중이다. 우선 LG전자는 강점을 가진 고효율 태양광 모듈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와 관련 구미공장 생산라인에 2018년 상반기까지 약 5200억원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6개 증설, 총 14개의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LG화학은 2차 전지, 고부가 합성수지, 수처리필터 등에 선제적인 투자를 늘린다. 충남 대산에 위치한 고부가 합성수지 엘라스토머공장 증설을 위해 4000억원을 투자해 어떤 환경에서도 성장 가능한 고부가제품 중심의 사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OLED 투자를 가속화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구미공장 건설에 1조3600억원을 투자하며 파주공장에는 2018년까지 1조9900억원을 투자해 월 1만5000장 규모의 6세대 OLED 생산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LG그룹 관계자는 “변화의 흐름에 대응하고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성장가능성이 높은 신성장사업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는 쪽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