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녹취록. 박태환 김종. /자료사진=뉴스1

박태환 녹취록이 공개됐다. 박태환(27)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55)의 올림픽 포기 외압 논란에 대해 "당시엔 (김종 전 차관이) 너무 높으신 분이라서 무서웠지만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 21일 박태환의 매니지먼트사인 팀GMP가 공개한 박태환 녹취록에 따르면 이날 박태환은 일본 도쿄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 전 차관을 만났을 당시) 무섭기도 했다. 선수로서 앞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무게와 책임 등에서 무서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박태환과 김 전 차관의 만남은 지난 19일 박태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박태환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당시 박태환에게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기업 스폰서 연결을 해주겠다고 약속했고, 장차 단국대 교수를 해야할 것 아니냐며 회유하면서 만약 올림픽에 출전하려고 한다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의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태환은 "김 전 차관과의 만남에 대한 정황은 말씀드리기 힘든 부분이 있다. 수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긴장도 많이 됐다. (김 전 차관은)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너무 높으신 분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올림픽을 앞둔 상태에서 내가 (금지약물 적발이라는) 안 좋은 일도 있었고 그에 대한 무게감도 많았다. 올림픽에 출전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면서 "그 외에는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때 워낙 긴장을 해서 많이 듣고만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의 이야기를 듣고 심경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 박태환은 "만약 김종 전 차관의 이야기에 흔들림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올림픽을 안 갔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때는 선발전보다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감을 키우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기업 후원이라던지 교수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것이 귀에 들어오기 보다는 '올림픽 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갈 수 있을까'가 생각났다"고 덧붙였다.

김 전 차관의 외압 등 당시 부정적인 분위기들이 올림픽에서의 부진에 영향을 끼쳤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올림픽은 나라를 대표해 나가는 것이다. 레이스에만 집중해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해야 하는데 김종 전 차관과 만난 뒤 정신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부분으로 레이스를 못했다고 핑계나 변명을 대고 싶지는 않다. 레이스를 못한 것은 못한 것"면서 연관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다만 박태환은 "정신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고 뒤늦게 생각이 들지만 그런 부분으로 인해 내가 못했다는 변명은 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내가 못한 것이다. 많은 국민이 응원해주셨는데 멋진 레이스를 못 보여드려서 아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태환은 지난 20일 일본 도쿄에서 끝난 제10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4개(자유형 100m·200m·400m·1500m)와 동메달 1개(계양 400m)로 부활을 알렸다. 박태환은 "시상대에서 애국가를 들은 것이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다. 긴장을 많이 했다. 원래 따라불렀을텐데 첫 날에는 정신이 없어서 얼떨떨했다"고 웃었다.

"리우에서의 레이스는 나도 답답했다. 내 몸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고 계속 답답한 레이스를 했다. '진짜 안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다"는 박태환은 "전국체전과 이번 대회에서 좋은 기록이 나와 자신감이 생긴다. 더 열심히 해서 발전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박태환 측은 김 전 차관으로부터 압력을 받은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통화 녹취록을 갖고 있고 검찰이 요청할 경우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