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투데이 DB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이 시작된 걸까. 중국 내에서 한류 금지령(한한령·限韓令)이 강화돼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공연, 방송, 광고 등이 금지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 엔터·여행·레저 관련주가 급락세를 보인다. 이들 주가는 단기간에 상승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시장 분위기다.
◆정치적 문제 선결돼야… 투자는 ‘글쎄’

지난 18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한한령이 한층 강화됐고 광고도 안된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장쑤위성TV가 당국으로부터 받은 한국 연예인 출연 방송 광고금지 등에 관한 지침이 담긴 내부문건 사진이 게시됐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측은 들은 바 없다고 일축하면서도 우회적으로 한한령을 언급해 우려감을 키웠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1일 정례브리핑에서 “한한령에 대해 들은 바가 없고 중국은 양국의 인문 교류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양국 간의 인문 교류는 민의가 기초가 돼야 하고 이는 모두가 이해할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를 결연하게 반대하며 이 입장은 모두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 때문에 한국 콘텐츠 규제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증시에서 중국과 관련된 업종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한령 소식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21일 에스엠엔터테인먼트와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각각 8%, 7%가량 떨어졌다.


FNC엔터와 JYP엔터도 7%, 3%대 하락률을 보였다. 중국에 콘텐츠를 수출하는 CJ E&M도 7%가량 하락하며 한한령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이들의 주가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한령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증시 침체까지 맞물려 주가 회복이 힘들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원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와 같은 구두지침이 구체화될 경우 드라마 제작사의 해외판권 판매 제한 및 연예기획사들의 매니지먼트 수입 타격이 예상된다”며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서는 각 회사의 상황보다는 정치적인 문제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여행·레저업종의 타격도 불가피해 보인다. 양일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중국인 입국자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4.7% 증가에 그친 데다 중국정부의 한류 제한 움직임이 지속돼 이달에도 증가율이 5%를 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여행업은 원/달러 환율 상승과 공무원 인센티브 여행 수요 감소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하나투어 목표주가를 8만3000원에서 8만원으로, 모두투어는 4만원에서 3만6000원으로 각각 내렸다. 또 카지노업종의 투자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일 미칠 것이라며 파라다이스 목표주가를 2만2000원에서 2만원으로, GKL은 3만원에서 2만7000원으로, 강원랜드는 4만8000원에서 4만5000원으로 각각 하향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사드 배치 이후 중국관련주가 수개월간 하락해온 만큼 이미 저평가된 점이 있지만 주가가 상승 전환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한한령 이슈가 계속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제 언급되는 수준으로 제재가 가해지면 콘텐츠 제작유통업, 연예기획사 등은 사실상 중국비즈니스 중지”라며 “중국 관련 미디어·엔터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추가적으로 급랭할 가능성이 있고 단기에 상승 반전할 모멘텀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