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제3자 뇌물죄’ 적용의 중요한 고리로 지목한 국민연금의 통합 삼성물산 탄생 도우미 의혹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특수본은 삼성 측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하고 별도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와 조카 장시호씨를 위해 51억원을 출연한 대가로 국민연금으로부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의견을 얻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의혹 규명을 위해 검찰은 지난 23일 국민연금본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사무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다음날에는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소환조사도 실시했다.

국민연금은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합병 후 삼성물산 주식 손실은 전체 주식시장의 하락세 등 업황 요인에 기인 ▲합병 시너지 효과 고려한 판단 ▲투자위원회 표결 전 준법감시인 의견 청취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밀회동은 일반적 행위 등의 해명을 내놨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찬성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4일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두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하지만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국민연금의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4일 논평을 통해 “국민연금의 해명은 새로운 게 없이 기존의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정 논란의 핵심은 국민연금이 삼성의 로비나 정치권의 외압에 상관없이 수탁자로의 책임을 성실히 이행했는지 여부라 할 수 있는데 국민연금의 해명에는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투자위원회의 양사 합병에 대한 자체 결정은 의결권행사에 관한 내부규정과 과거 10년간의 선례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며 “불과 2주 전 SK그룹 합병 건에서도 지켜지던 안건 회부의 원칙이 삼성 합병 건부터 바뀐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연금은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바이오 부문의 미래가치 등 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합병에 찬성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입장을 취했는데 바이오 부문의 미래가치 평가는 삼성이 제시한 낙관적인 전망에만 기초한 것으로 그 근거가 매우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재무적 관점의 판단’이라는 국민연금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단일주주로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가 될 (통합)삼성물산 및 그룹의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경영권 승계 과정의 핵심과제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자신의 판단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회의 당시 첨부했던 모든 자료들을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현재 국민연금의 해명 수준은 ‘규정에 따라 내부적으로 충분한 검토를 거쳐 결정한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는데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정으로 기금재산을 이 부회장의 지분승계에 오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