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고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미인도'가 공개됐다. /사진=뉴시스

천경자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검찰은 오늘(19일) 지난 25년간 위작 논란을 겪었던 고 천경자화백의 작품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이날 "미인도 소장이력 조사,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 감정 내용 등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는 진품으로 판단됐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미술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청취하고, 사건관계자들을 철저히 조사했다. 현 시점에서 동원 가능한 거의 모든 감정방법을 통해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했다"며 진품 결론에 대해 설명했다.


천 화백은 지난 1991년 재료, 채색기법 등이 자기 작품과 다르다며 미인도가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은 진품이라고 주장해 갈등이 이어졌다. 여기에 위조범으로 알려진 권춘식씨가 자신이 미인도를 직접 그렸다고 주장했다가 다시 아니라고 말을 바꾸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의 공동변호인단은 결국 지난 5월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관장 등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사자명예훼손 및 저작권법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검찰은 이후 권씨의 모작과 미인도, 천 화백의 진품 등을 놓고 상호 비교하는 과정을 거쳤다. 진품 확인을 위해 검찰은 X선·적외선·투과광사진·3D촬영, 디지털·컴퓨터영상분석, 권씨 DNA분석, 필적감정 등 각종 분석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권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결과 위작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한 진술에 일관성이 없었고, 수정이나 '압인선(붓을 눌러서 긋는 방식)' 없이 스케치 그대로 '분채' 안료로 채색했다는 주장도 실제 작품 분석 결과와 달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소인측, 피고소인측, 미술계 전문가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선정한 교수, 화가, 미술평론가 등 총 9인의 감정위원들의 안목감정 역시 진품 의견을 낸 전문가들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품 의견을 낸 전문가들은 석채 사용, 두터운 덧칠, 붓터치, 선 묘사 등에서 미인도와 진품 사이에 같은 특징이 나타난다고 봤다.

지난 9월에는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감정단이 입국해 미인도를 감정한 결과 지난달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발표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은 보도자료를 내 "극히 일부자료에 대한 통계적, 인상적 분석 결과만 내놓았다"며 진품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검찰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인도가 진품으로 확정됐다고 밝힌 정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고, 피고소·고발인 5명은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