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의 최전방인 증권가가 꿈틀대고 있다. 주식거래 중개수수료로 안전하게 돈 버는 시대가 저물면서 증권사가 변화를 도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 이제 자기자본 8조원을 넘으면 사실상 은행과도 경쟁이 가능한 ‘공룡증권사’로 성장할 수 있다. 이에 발맞춰 대형사는 몸집을 불리는 데 여념이 없다. 중소형사는 각자의 특성에 맞는 사업모델을 찾아 종횡무진 업계를 누비고 있다. <머니S>는 2017년 격변의 증권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올바른 방향은 무엇일지 집중 조명했다.<편집자주>
올해 국내증권사의 화두는 투자은행(IB)이다. 증권사들은 2000년대 온라인 주식거래 활성화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성이 정체되자 IB 역량을 키우기 시작했다. 더 이상 중개수수료로 먹고살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IB분야는 증권사의 새로운 활로로 떠올랐다. 하지만 IB 역량 강화에 나선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국내증권사들은 글로벌 IB와의 경쟁에서 뒤처졌다. 이에 증권사들은 ‘융합’으로 한국형 IB 진출을 모색하는 중이다.
올해 국내증권사의 화두는 투자은행(IB)이다. 증권사들은 2000년대 온라인 주식거래 활성화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성이 정체되자 IB 역량을 키우기 시작했다. 더 이상 중개수수료로 먹고살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IB분야는 증권사의 새로운 활로로 떠올랐다. 하지만 IB 역량 강화에 나선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국내증권사들은 글로벌 IB와의 경쟁에서 뒤처졌다. 이에 증권사들은 ‘융합’으로 한국형 IB 진출을 모색하는 중이다.
◆수수료 무료… 위탁매매는 ‘서비스’
증권사의 전통적인 수입원은 위탁매매다. 과거 전체 증권사 수익 중 60%의 비중을 차지하던 것에 비하면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가장 높은 수익기여도를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55개 증권사의 전체 수탁수수료 수익은 9543억원으로 판매관리비 차감전 영업이익의 37.4%를 차지한다. 위탁매매는 증권거래를 중개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영업이다. 사실상 영업 라이선스만 취득하면 위험부담이 거의 없는 ‘알짜’사업인 셈이다. 1990년대 돈 많은 자본가들이 너도나도 증권업에 뛰어들었던 이유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영업환경이 확 바뀌었다. 온라인의 발전으로 투자자들이 전화나 방문거래 대신 홈트레이딩서비스(HTS)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 자연스레 종목전광판이 있는 객장이 사라지고 주식브로커 직원도 줄면서 중개수수료가 과거 0.5%대에서 0.01%대로 낮아졌다. 최근에는 주식계좌를 지점 방문없이 비대면으로 개설할 경우 최장 10년 동안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증권사도 등장했다.
증권사들은 위탁매매수수료를 받지 않아도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게 장기적으로 이익이라고 말한다. 자사의 거래계좌를 튼 고객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져 마케팅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의견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번 고객이 되면 계속 관계를 유지하면서 부가적인 상품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위탁매매수수료는 서비스 개념이 됐다”며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IT가 발전하면서 개인 위탁매매수수료로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떠나는 ‘개미’… 수수료 수입 급감
국내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수년째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위탁매매 수익감소의 원인이다. 2011년 첫 거래일에 코스피지수는 2063.69에 장을 시작했고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에는 2026.46으로 마감했다. 6년간 변동이 거의 없었던 셈이다. 증시가 부진하면 투자자의 관심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거래대금 역시 증시활황기에 증가세를 보이다가 하락기에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거래대금 추이는 증권사의 위탁매매 수입과 정비례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4조5000억원으로 2015년 대비 8300억원(-15.5%) 감소했다. 지난해 8월 한국거래소가 증시 유동성을 늘리겠다며 거래시간을 30분 연장했지만 거래대금 증가 효과는 거의 없었다. 2015년 당시 거래대금이 많았던 이유는 전세계적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며 코스피지수가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실제 2013년, 2014년에는 일평균 거래대금이 4조원 수준에 머물렀다.
개인투자자 이탈도 거래대금 감소에 한몫했다. 지난해 코스피시장에서 개인은 8조6000억원을 팔아치우며 8년째 증시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인투자자가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원인 중 하나는 부진한 수익률이다. 지난해 코스피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수익률은 -33.07%다. 2015년 -34.5%, 2014년 -36.80%로 매년 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개인투자자가 많이 산 종목에서 신뢰를 잃는 사건이 터지면서 개인의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개인투자자 순매수가 많은 종목 중 하나인 한미약품이 대표적이다. 한미약품은 늑장공시와 미공개정보 유출 등으로 주가가 반토막났다. 2015년에는 대우조선해양이 눈속임 회계를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IB, 수익모델 확보가 ‘관건’
거래수수료 하향평준화와 거래대금 정체가 이어지자 증권사는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IB가 그중 하나다. IB는 기업의 자금조달이나 기업공개(IPO) 주간, 인수합병(M&A) 자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다양한 사업모델을 통칭한다.
이 같은 특성상 IB분야는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이 좌지우지되는 현상이 덜하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증권사의 IB업무 규모는 2013년 112조원에서 2015년 158조원으로 40% 넘게 증가했다. 특히 기존에는 IB가 채권업무에 치중됐지만 주식관련, M&A 관련 IB업무 규모가 두배 이상 급증하면서 비중도 커졌다.
다만 골드만삭스 등과 같은 글로벌 IB와 경쟁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제조업의 생산설비와 같은 개념인데 국내증권사 중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이 6조5000억원으로 골드만삭스(91조원)나 노무라증권(28조원)에 비해 매우 적다.
또 늘어난 자본만큼 수익성을 늘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글로벌 IB의 경우 오래된 역사와 함께 쌓인 네트워크로 IB 영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국내증권사는 IB를 외친 지 이제 10년 남짓인 상황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증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증권사들은 ‘융합’에서 해법을 찾는 모양새다. IB에서 발굴한 모델을 자산관리(WM)에 접목하는 방식이다. 실제 KB증권은 통합 출범 후 첫 특판상품으로 S&T(세일즈&트레이딩)부문과 IB부문이 협업한 ‘부산도시공사 신용연계 DLS’를 내놨다. 삼성증권도 강점인 탄탄한 고객층을 기반으로 자기자본 4조원의 초대형 IB 라이선스를 활용한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1년 대형증권사들은 프라임브로커 자격을 얻기 위해 대규모 증자에 나선 후 자본효율성이 떨어졌던 경험이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게 IB의 영역이 확대되고 WM과의 융합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