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자료=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페이스북 캡처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가 공개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5개월 전 호주 학자와 가진 마지막 인터뷰가 8년 후 뒤늦게 공개됐다.
호주국립대의 김형아 교수는 2008년 12월8일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터뷰한 내용을 최근 학술지 '저널 오브 컨템퍼러리 아시아(Journal of Contemporary Asia)' 온라인판에 공개했다.
주간조선에 따르면 김형아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인터뷰와 한국에서의 노무현 현상(President Roh Moo-Hyun’s Last Interview and the Roh Moo-Hyun Phenomenon in South Korea)’이라는 영문 논문에서 2008년 12월 8일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과 3시간 반 동안 가졌던 인터뷰 일문일답을 공개했다.
김형아 교수는 지난 8년 간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한국 사회와 정치 한복판에 던져져 있다시피 해서 그분의 마지막 인터뷰가 어떤 연유이든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터뷰를 통해 "나는 내가 대선에서 당선된 것 자체가 역사의 진전에서 의미 있는 사건이라 믿었고, 그것 자체로 진전이라고 믿었다. 내 임기 동안 중요한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가 기대했던 이유다. 하지만 돌아보면, 내 임기 중 무슨 진보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요즘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도대체 어떤 것인가?’”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은 독단적인 권력이 아니라 규범 또는 사회 상식에 의한 지배가 사회적 문화로서 정착되어야 하고 다시는 후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요즘 보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탈권위주의라는 것이 그래야만 하지만, 나는 얼마나 진전을 이뤘는지 회의가 든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세 가지 요소를 ▲권력층이 규범을 준수하는 것, 법의 지배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 문화 ▲자유와 평등을 꼽으면서 "그것이 그 결과물로 실현되어야 한다. 바로 공평한 사회와 사회적 평등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것들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금 한국 정치는 완전히 낡은 지역구도로 돌아갔다. 지역구도가 깨지지 않았든지 (과거로) 회귀했든지, 다른 말로 하면 우리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결국 민주주의에서 타협의 정치라는 것이 전혀 작동하지 못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그래서 나는 임기 중 민주주의에서 얼마나 진전을 이뤘는지에 대해 무척 실망하고 있다. 성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후임자를 가리는 2007년 대선에서 보수 진영이 승리한 것에는 "어떤 나라든 10년이 지나면 정부가 바뀌는 것이 자연스럽다. 행정부의 자연스러운 교체일 수 있다. 대선은 새로운 후보에 대한 평가이지,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던 김정일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그는 나에게 어떤 의심도 없이 말했다”며 “적어도 그가 나에게 말할 때 어떤 것도 숨기거나 복선을 깔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대미관계에 대해서 그는 많은 의견의 차이에도 불편한 문제는 없었다며, 미국이 기대와는 달리 문제를 일방적으로 다루지 않았고 서로 상대의 의견을 존중했다고 소개했다.
이밖에 박정희 전 대통령 평가와 관련해서는 국가 주도 경제가 부작용이 있지만 필요한 부분이 있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개발도상국가 모델(developmental state model)에 관한 모든 것은 권위주의적인 체제를 가진 국가들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눈여겨봐야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