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지난달 23일 열린 이사회에서 LG가 보유한 LG실트론 지분 전량을 매입하겠다고 결의하면서 SK그룹으로 투자자의 관심이 쏠렸다.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SK와 LG의 주가는 동반상승하며 ‘윈윈’하는 효과로 나타났다.
SK의 LG실트론 인수는 계열사 중에서 연관성이 가장 큰 SK하이닉스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1일 SK하이닉스는 LG실트론과의 시너지 기대로 5만4000원에 장을 마치며 종가 기준 최고가를 기록했다. 특히 장중에는 5만49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EV/EBITDA’ 고려 시 LG실트론 매입가 양호
시장에서는 SK가 LG실트론의 지분 51%를 6200억원에 매입한 것을 놓고 적정성 논란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SK가 앞으로 LG실트론이 보여줄 성과를 기대하고 프리미엄을 얹어 산 것으로 볼 수 있다며 ‘EV(기업가치)/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를 기준으로 설명했다.
LG트윈타워. /사진제공=LG
EV/EBITDA는 주로 기업의 가치를 산정할 때 지표로 삼으며 기업이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을 이용해 어느 정도의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이 지표는 비율이 낮을수록 영업활동으로 창출해내는 현금흐름에 비해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고 할 수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LG실트론 EBITDA는 135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LG실트론 매각가치는 1조2100억원이며 EV를 EBITDA로 나누면 8.9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웨이퍼의 수급요인으로 인한 실적 개선 시 LG실트론의 EBITDA는 2000억원대까지 증가할 전망”이라며 “이 경우 EV/EBITDA는 7.9배로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쟁사인 신에츠화학의 EV/EBITDA은 올해 10.3배, 섬코(SUMCO)는 12배로 예상된다”며 “이를 고려하면 LG실트론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LG실트론의 EV/EBITDA는 영업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 시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상원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SK의 LG실트론 매입 가격을 EV/EBITDA를 들어 적정가격이라고 판단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번 딜로 SK의 순자산(NAV) 가치는 더욱 높아져 할인율 매력도가 높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LG실트론은 국내 유일의 반도체용 웨이퍼 제조·판매업체로 구조조정을 실시해 2015년부터 흑자로 전환했다”며 “올해 역시 340억원가량 흑자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실트론은 반도체용 웨이퍼 생산업체로 2015년 연간 매출 7774억원, 영업이익 54억원을 기록했다. 세계 4위인 LG실트론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10~14%로 추정된다. 지난 몇년간 고전했지만 최근 중국업체들의 반도체시장 진출과 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혁신에 따른 반도체 미세화로 웨이퍼의 수급요인과 판매가 인상 기대감이 높다. 실적도 빠르게 개선되는 중이다.
SK그룹 본사. /사진제공=SK
◆SK하이닉스 시너지 기대… SK ‘함박웃음’
‘반도체 빅딜’을 성사시킨 SK그룹의 올해 전망은 밝다. 이번 딜을 통해 SK그룹은 ▲원천기술의 내재화 및 중국향 매출 확대 ▲SK머티리얼즈와 실트론을 통해 특수가스와 웨이퍼 등의 반도체 핵심 소재사업 포트폴리오 구축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IT부문의 수직계열화를 통한 비용절감 및 시너지 창출을 노린다.
SK의 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OCI머티리얼즈 인수 이후 반도체 소재산업으로의 사업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중이다. 따라서 여기서 창출되는 브랜드 로열티와 배당수익으로 매년 8000억~9000억원의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SK로선 LG실트론의 주식매입가격이 부담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10년 전만 해도 SK와 FI(재무적투자자) 모두 LG실트론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 2위에 오르는 등 반도체로 쏠쏠한 재미를 보는 SK 입장에서는 앞으로 LG실트론의 성과를 예상할 때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살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SK는 업황 회복과 SK하이닉스 중심의 IT부문 수직계열화 등을 통한 경영 효율성 증대 측면에서 전략을 꾀하고 있다”며 “SK가 비교적 높은 가격에 LG실트론을 매입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을 위한 실리콘 웨이퍼 매입에 10%의 원재료 비용을 사용 중인 만큼 실리콘 웨이퍼를 만드는 LG실트론과 시너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실트론의 주식 매입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SK의 주가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89% 상승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일에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59% 오른 22만3000원에 장을 마치며 주가 상승 분위기를 굳혔다. 물론 특검을 포함한 정치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등락이 반복될 수는 있지만 SK의 올해 전반적인 전망은 밝은 편이다.
여기에 SK그룹이 올해 국내시설 투자는 물론 신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의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도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또 SK그룹이 역대 최대규모인 연간 17조원을 투자하는 등 공격경영에 나선다는 소식도 주가상승 전망을 뒷받침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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