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수가 곧 월급' 대출중계 시스템 개선 필요
#1. 저축은행에서 3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은 직장인 A씨. 그는 지난해 12월 초 대출모집인의 설득에 못이겨 다른 저축은행 대출상품으로 갈아탔다. 당시 저축은행에서 적용받은 대출금리는 연 14%. 대출을 갈아타면 연 10%대 초반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대출모집인의 얘기에 마음이 혹한 것. 그런데 뒤늦게 확인해보니 새로 갈아탄 대출금리는 연 17.6%였다. 중도상환수수료를 내고 더 높은 금리를 내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해당 저축은행에 항의했지만 금융사 직원은 대출모집인에게 따져야 한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문제의 대출모집인은 연락을 받지 않다가 지금은 회사를 그만둔 상태다.
#2. “개인사업자 B씨는 지난달 대출모집인의 권유로 저축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 연 10%로 저축은행 대출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은 B씨는 때마침 급전이 필요했던 상황이라 복잡한 절차를 거쳐 신청접수를 마쳤다. 그로부터 3일이 지난 후 대출모집인한테 저축은행 대출이 힘들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다른 은행에서 받은 대출이 많아 한도가 꽉 찼다는 것. B씨는 "대출모집인에게 다른 은행에서 받은 대출로 한도가 부족할 것이라고 미리 얘기했다"며 "그럼에도 대출모집인이 추가대출이 가능하다고 말해 믿고 기다렸는데 시간만 허비한 셈”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대출모집인의 태도에도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B씨는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대출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더니 이후 ‘한도초과로 대출불가’라는 짧은 문자만 남기고 연락이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수당 챙기려 불법·편법 난무
‘고금리대출 갈아타세요, 신용불량자(채무불이행자)도 상담 가능. 30분 내 입금 가능’.
전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단 등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광고문구다. 이는 대부분 대출모집인이 낸 광고다. 일반인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급전이 필요하거나 좀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기를 원하는 수요자에겐 솔깃한 정보다. 하지만 대출모집인의 불법대출과 불완전판매가 기승을 부리면서 애꿎은 서민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는 대출모집인 수수료체계의 영향이 크다. 대출모집인은 신규대출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다. 고객이 1000만원을 대출받으면 대출모집인은 대출금액의 약 3~4%를 수수료로 챙긴다. 제2금융권은 수수료가 천차만별이다. 일부 대출모집인은 건수에 따라 27%대의 높은 수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거의 기본급을 받지 않는다. 시중은행 가운데 은행과 자체 계약한 대출모집인의 경우 차비와 식대 수준의 기본급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신규대출 계약 건수가 곧 월급이기 때문에 불완전판매는 물론 불법영업까지 불사한다.
서민의 피해가 늘자 금융당국도 칼을 빼 들었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올 1분기 중 고금리대출을 유치하려고 무분별하게 대출 갈아타기를 유도하는 일이 없도록 모집수당 지급체계를 개선키로 했다. 하지만 대출모집인시장에 편법과 불법이 난무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출모집인 영업경력 2년차인 이모씨는 “감독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도 정작 (대출중계) 시장에서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모집수당 지급체계를 개선하면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달라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조건 믿지 말고 확인 거쳐야
이 같은 상황에도 대출모집인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은행연합회와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협회와 중앙회에 등록된 대출모집인은 7068명이다. 특히 시중은행 대출모집인이 가파르게 늘었다.
시중은행 대출모집인은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 문제 등으로 줄일 것을 권고하면서 2012년 5100명에서 2014년 2800여명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다시 늘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말 3668명으로 증가했다. 저축은행 대출모집인은 같은 기간 3400명으로 시중은행에 맞먹는 규모다. 여기에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불법 대출모집인까지 더하면 총 규모는 2만명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대출모집인이 줄지 않는 이유는 영업에 적잖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저축은행이 대출모집인을 통해 달성한 대출규모는 6조원을 훌쩍 넘는다. 시중은행 역시 대출모집인의 실적이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20%를 웃돈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늘면서 대출모집인도 계속 증가세”라며 “당분간 이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대출모집인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사실 고객 입장에서 대출모집인은 고마운 존재다. 예컨대 고객이 신규대출을 받을 때 대출모집인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모두 금융회사가 지급한다. 고객 입장에선 몰랐던 금융정보를 제공받고 대출에 필요한 서류도 대출중개인이 알아서 떼주기 때문에 더 쉽고 편리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 정식으로 등록된 대출모집인이라면 피해가 발생해도 대부분 은행이 책임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의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철저하게 관리한다”며 “대출모집인은 은행이 직접 채용하거나 아웃소싱업체에 추천을 받아 관리하는데 현재까지 접수된 민원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부 저축은행들이다. 대출모집인은 1명당 1저축은행의 대출만 모집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대출모집인은 한명이 여러 저축은행을 소개하고 대출금리를 비교해 알선해준다. 만약 비등록 대출모집인에게 대출을 신청해 피해를 입으면 그 부담은 고객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대출모집인은 기본적으로 한명당 한곳의 은행만 관리해야 한다”며 “만약 여러 저축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하다고 말하면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출모집인 피해방지 4계명
1. 은행연합회·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에서 등록 여부 확인하기
2. 5분 이내 대출, 비상식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시한다면 의심할 것.
3. 여러 금융회사의 대출 알선은 불법. 대출신청 전 해당 금융사에 미리 확인하기.
4. 피해가 발생하면 금융감독원에 꼭 민원을 제기하기.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