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ROE 두자릿수… 리테일 부진 홀세일로 채워
증권사들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대부분의 증권사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30%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와 더욱 움츠러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메리츠종금증권이 주목받는다. 두자릿수 ROE(자기자본이익률) 행진을 벌인 데 이어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업계 최고수준을 기록해서다.
메리츠종금증권 본사. /사진제공=메리츠종금증권
◆순이익 감소에도 업계 최고 ROE ‘주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52.6% 성장한 4조946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269억원, 당기순이익은 2538억원으로 각각 19.3%, 11.7% 감소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지난해 실적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기업의 수익성 잣대인 ROE가 14.4%를 기록한 점이다. 2014년부터 3년 연속 두자릿수를 유지했는데 이는 업계 최고수준이다.
지난해 잠정실적을 발표한 증권사들의 연결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미래에셋대우의 ROE는 0.3%에 불과하다. 대우증권 합병 추진에 따른 비용부담으로 전년(5.9%)에 비해 급격히 떨어졌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 ROE가 5.1%에 그쳤다. 삼성증권의 경우 전년 7.4%에서 4.7%로 미끄러졌다.
2015년에는 증권사들이 기록적인 호황을 누렸지만 지난해에는 이익 레벨이 평년 수준으로 복귀했다. 이 점을 고려하면 메리츠종금증권의 지난해 실적은 눈여겨볼 만하다. 또 지난해 4분기 국내부동산금융의 비수기로 기업금융부문 실적이 직전 분기 대비 17.2%,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된 것을 감안해도 양호한 실적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키움증권과 함께 독일 도이치텔레콤 본사 사옥을 2640억원에 공동 인수했고 국내 부동산금융의 비수기를 상쇄할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았다.
이에 메리츠종금증권의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반등에 성공하며 상승 중이다. 실적이 공개된 지난 6일 코스피시장에서 메리츠종금증권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3.40% 오른 3650원으로 장을 마쳤다. 다음날 상승분을 소폭 반납했지만 증권사들은 메리츠종금증권의 1분기 주가 흐름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메리츠종금증권은 키움증권뿐만 아니라 미즈호증권과 1조원 규모의 항공기펀드를 조성하는 등 국내 부동산경기 둔화에 대응해 해외 딜(deal)로 수익 다변화를 진행 중인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IB·리테일 부진… 트레이딩·홀세일이 상쇄
메리츠종금증권은 기업금융과 리테일부문에서의 실적 부진을 트레이딩과 홀세일이 상쇄하며 지난해 4분기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6일 KB증권이 집계한 메리츠종금증권의 지난해 4분기 별도기준 순영업수익(영업수익-영업비용+판매관리비)은 전년 대비 4.6% 증가, 직전 분기 대비 9.5% 감소한 1470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부문별로 살펴보면 기업금융은 지난해 동기 대비 8.7%, 직전분기 대비 17.2% 감소한 830억원으로 집계됐고 리테일부문도 지난해 동기 대비 33.6%, 직전분기 대비 25.5% 줄어든 19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트레이딩과 홈세일부문이 기업금융과 리테일부문에서 빠져나간 실적을 메우면서 견조한 실적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트레이딩부문은 10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9.2%, 직전분기 대비 17.0% 늘어났고 홀세일은 지난해 동기 대비 40.2%, 직전분기 대비 30.2% 증가한 164억원을 기록했다.
기업금융부문의 실적 부진도 대출금 감소와 순이자마진 감소에 따른 것으로 구조적 요인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유승창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리츠종금증권은 기업금융부문의 단순한 실적 부진에 초점을 맞추면 안되고 대출금 감소와 순이자마진 감소에 주목해야 한다”며 “계절적 요인과 리스크 관리 차원을 감안하면 구조적인 실적 부진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애널리스트는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부동산 중심에서 수수료 중심의 기업금융으로 영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기업금융에서의 경쟁력을 감안할 때 해당부문의 수익성 악화는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투자포인트, ‘ROE·배당수익률’
메리츠종금증권의 투자포인트는 ROE와 배당수익률이다. 또 메리츠캐피탈 인수를 통한 자본확충과 종금 라이선스 만료 이후의 불확실성을 해소한 부분도 눈여겨볼 만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대형IB 진입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지난해 말 메리츠화재가 보유한 메리츠캐피탈 지분 100% 인수를 결의하고 관련 작업을 추진 중이다. 메리츠캐피탈 인수작업이 완료되면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원으로 현재보다 3800억원가량 늘어난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2020년 종금 라이선스 만료 대비 일환으로 자기자본 규모를 3조원으로 늘려 대형IB 진입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메리츠캐피탈 인수를 통해 대형IB 진입시기를 한층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딜로 대주주인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분율이 32.36%에서 44.53%로 늘어나 보다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몇년간 위탁매매(금융상품) 인력 확대와 더불어 비용효율성을 높인 만큼 증시회복 시 수익개선 폭이 클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메리츠종금증권의 올해 예상 순이익 2554억원, ROE 13.7%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업종 내 최고 수준의 자본이익률과 양호한 실적, 높은 배당성향 등으로 2017년, 2018년 예상배당수익률이 각각 5.5%, 5.8%를 기록할 전망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의 현 주가는 자본이익률과 배당수익률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게 증권업계의 반응이다. KB증권은 메리츠종금증권의 목표주가를 5200원으로 설정하고 투자의견 ‘매수’와 업종 내 톱픽(최우수)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IBK투자증권도 “메리츠종금증권이 올해에도 두자릿수 ROE를 시현하고 업종 최고의 배당수익률을 보장해 주가상승이 예상된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4600원을 제시했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메리츠종금증권이 업황 부진에도 수익 다변화로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올렸다”며 목표주가 5000원,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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