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특검 재소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늘(14일) 새벽 특검 소환 조사를 마치고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시간 가까운 조사를 받았다. 지난달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던 이재용 부회장은 어제(1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재소환돼 15시간30분에 이르는 조사를 받고 오늘(14일) 새벽 특검 사무실을 나섰다.
삼성의 최순실씨 일가 특혜지원과 관련,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특검에 출석해 두 번째 밤샘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2일 특검에 출석해 22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조사를 바탕으로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이날 추가조사를 위해 재소환한 것이다.

어제 오전 9시26분쯤 서울 서초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한 이 부회장은 오늘 새벽 1시4분쯤 조사를 마치고 건물을 나섰다. 이 부회장은 순환출자 관련 청탁 여부, 경영권 계승 관련 박근혜 대통령과의 대화 여부 등에 대해 질문을 받았으나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승마지원 등 최씨 일가에 대한 특혜지원을 댓가로, 경영권 계승을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정부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2015년(당시 보건복지부장관) 이뤄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질 것을 국민연금에 종용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그러나 법원이 범죄소명 부족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지난 3주 동안 추가수사가 진행됐다.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39권을 추가로 압수하는 등 의미있는 증거들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수첩에는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만나 금융지주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정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를 바탕으로, 삼성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을 시도하다 금융위원회 반대로 무산되자 박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청탁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또 보강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외압을 행사해 삼성에 특혜를 준 정황도 드러났다. 특검팀은 공정위가 순환출자 고리 강화 등을 이유로 삼성SDI에 매각을 요구한 삼성물산 지분이, 청와대가 압력을 행사해 당초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어든 채 발표된 의혹을 확인했다.

특검팀은 이날 추가수사를 바탕으로 이번 주 안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수사가 향후 재벌 수사 등에도 미칠 파장을 고려해 영장 재청구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날 조사를 마친 후 집으로 가지 않고 곧바로 서초동 집무실로 이동했다. 이 부회장은 주요 임원들과 향후 특검 수사 등에 대한 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곧바로 서초사옥으로 이동해 회의를 열고 특검에 수사 진행에 대한 대비와 향후 계획에 대한 회의를 열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