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쟁쟁한 정보통신기술(ICT)업계의 구루(Guru)들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모였다. 이번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는 2월27일부터 3월2일까지 4일간 총 11개 세션의 기조연설(Keynote)이 숨가쁘게 진행됐다. 황창규 KT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아지트 파이 미국FCC(연방통신위원회) 위원장, 존 스탠키 AT&T CEO 등 거물급 인사 43명이 기조연설자로 나서 모바일 기술의 미래에 대한 식견을 피력했다. 여러 기조연설 중 가장 주목받은 황창규, 손정의, 리드 헤이스팅스 3인의 연설 내용을 정리했다.
황창규 KT 회장. /사진제공=KT
◆황창규 “5G, 속도만 빨라진 네트워크 아니다”
“5G는 단순히 네트워크 속도를 향상시키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속도(Speed)와 연결성(Connectivity), 용량(Capacity)에 지능화(Intelligence)까지 보강되면서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것이다.”
지난달 27일 오전 9시(현지시간) ‘MWC 2017’ 메인행사장 피아 그란 비아에서 열린 ‘5G 너머 새로운 세상’(New World Beyond 5G)이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주최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의 수닐 바르티 미탈 의장, 마츠 그란리드 사무총장에 이어 세번째로 무대에 오른 황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5G가 속도만 중요시했던 이전 세대의 네트워크와 달리 빠른 속도와 끊김 없는 연결, 방대한 용량과 함께 ‘지능화’로 차별화된 네트워크라고 설명했다. 지능화된 네트워크는 ▲네트워크 보안 ▲통제역량 등이 추가됨으로써 활용성이 극대화된다.
황 회장은 “5G 시대에 네트워크와 IoE(Internet of Everything),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이 상호 결합해 ‘지능형 네트워크’(Intelligent Network)로 진화할 것”이라며 “내년 열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5G가 어떻게 생활을 변화시킬 것인지 보여주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뉴스1 DB
◆손정의 “30년 안에 컴퓨터가 인간 능가한다”
“30년 안에 컴퓨터가 인간을 능가할 것이며 이 시점의 컴퓨터 칩 1개는 IQ 1만 수준의 지능을 갖출 것이라 믿는다. 그것이 내가 ARM을 인수한 이유다.”
손정의(Masayoshi Son) 소프트뱅크 회장은 첫날 첫번째 기조연설 마지막 연설자로 무대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컴퓨터의 지능이 인간을 능가하는 ‘특이점’(Singularity)이 30년 이내에 일어날 것”이라며 “인간의 IQ 평균은 100 정도이고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가 200이라면 30년 이내에 컴퓨터의 IQ는 1만이 될 것이다. 인간보다 50배나 뛰어난 AI를 ‘슈퍼 인텔리전스’(Super Intelligence)라 명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IoE 시대에 대한 전망도 제시했다. 손 회장은 “칩이 들어있는 신발 한짝이 인간보다 똑똑해진다. 우리는 그것을 발로 밟게 된다”는 농담으로 좌중을 웃게 한 뒤 “문제는 해킹 사건이 증가하는 점”이라며 “IoT 시대의 핵심 기술은 보안과 연결성인데 그것이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ARM을 인수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7월 33조원을 들여 영국의 반도체 설계기업 ARM을 인수했다. ARM은 세계 2위 반도체설계 전문업체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분야에서 80% 이상의 점유율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손 회장은 ‘특이점’이 가져올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옥스포드대학이 발표한 12가지 인류 멸망 시나리오에 기후 변화, 세계적 유행병, 화산 폭발, 거대한 운석의 충돌 등과 함께 AI도 포함됐다”며 “AI는 위험하지만 나머지 11가지 위험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슈퍼 인텔리전스가 인간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사진=뉴스1 DB
◆헤이스팅스 “우리는 모바일용으로 디자인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바일용으로 (저화질 콘텐츠를) 디자인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바일을 포함해 모든 화면에서 보고 싶은 이야기에 중점을 둔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첫날 저녁 6시 열린 마지막 세션의 유일한 기조연설자로 등장해 이같이 말했다. 헤이스팅스의 이날 기조연설은 프레젠테이션 방식이 아닌 사회자와의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회자는 BBC 저널리스트 프랜신 스톡이 맡았다.
헤이스팅스는 전세계 1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글로벌 동영상플랫폼기업 넷플릭스의 서비스 전략이 고객이 주로 사용하는 기기가 아닌 콘텐츠의 내용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등에서 모바일을 통해 많은 콘텐츠가 소비되는 걸 알고 있지만 우리는 화면의 제약을 받는 콘텐츠를 계획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통신사업자가 과거의 정량 서비스가 아닌 무제한 데이터 패키지를 판매한다”며 “데이터 허용량에 대해 과거처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으로 전송속도 및 대역폭이 강화돼 모바일에서도 고화질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는 뜻.
나아가 모바일기기 진화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LG가 발표한 새 스마트폰 G6에 HDR(High Dynamic Range)이 탑재됐다”며 “넷플릭스는 모바일기기에 HDR을 지원하기로 했다. 모바일기기가 진화하면 넷플릭스도 진화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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