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직격탄을 맞은 삼성이 지난 2월28일 쇄신안을 전격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리더십이 부재한 가운데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해체를 골자로 하는 포스트 삼성체제의 길을 제시한 것. 하지만 재계 안팎에선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삼성의 급격한 변화를 바라보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한다.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각 계열사 자율경영 돌입

삼성 쇄신안은 ▲미전실 해체 및 최지성 부회장 등 사장급 이상 인사 일괄 퇴임 ▲그룹 사장단 회의 폐지 ▲대관업무 조직 해체 ▲외부 출연금, 기부금 일정기준 이상은 이사회 또는 이사회 산하 위원회 승인 후 집행 ▲박상진 승마협회장(삼성전자 사장) 사임 및 승마협회 파견 임직원 소속사 복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번 게이트와 관계된 그룹 수뇌부 및 조직이 모두 사라지고 앞으로는 각 계열사 대표이사와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에 돌입한다는 얘기다.

당장 삼성전자는 지난 2일 권오현 대표이사(부회장) 직속으로 글로벌품질혁신실을 신설하고 김종호 삼성중공업 사장을 수장으로 임명했다. 삼성을 대표하는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다른 계열사에 있던 사장을 데려오는 독자적 사장단 인사를 실시한 것이다.

김 사장은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15년까지 32년간 생산·자재관리, 경영혁신, 무선 제조분야에서 일한 삼성전자 내 최고의 제조전문가지만 지난해 그룹에서 발표한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중공업 생산부문장에 임명돼 다른 계열사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이 지난달 28일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미래전략실을 해체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삼성 서초사옥 모습. /사진=뉴스1

재계 한 관계자는 “총수가 부재 중인 상황에서 그룹 컨트롤타워까지 없앤 것은 정치권의 외압 등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삼성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며 “전문경영인(CEO)과 이사회 중심의 각 계열사 자율경영은 기업의 투명성 제고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쇄신안으로 총수를 중심으로 58년간 지속된 그룹 중심의 수직적 경영체제(비서실→구조조정본부→미전실)가 갑자기 사라지며 각 계열사의 경영에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포스트 삼성체제, 기대와 우려 교차

삼성의 지배구조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통해 “삼성전자의 경쟁우위 요소 중 하나가 삼성SDI·삼성전기 등으로부터 소재·부품을 집중 공급받는 수직계열화 체제라는 것은 일반적 상식인데 이들 계열사가 아무런 조정 기능 없이 독립 경영하는 상황은 상상할 수 없다”며 “미전실의 기능을 일부 축소하고 부분적으로 분할해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등의 핵심 계열사 내부로 이전하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컨트롤타워의 조정 기능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되 그것이 최종적인 결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각 계열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검토하고 승인하는 절차를 구축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법적 실체가 없기 때문에 권한과 책임이 괴리되고 그 결과 총수일가 및 가신들의 사익을 위해 무리수,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는 기존 미전실의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종료에 맞춰 이재용 부회장이 공언한 대로 미전실을 해체한 것”이라며 “과거 그룹의 실체에 대한 논란이 있었을 때 구조본을 해체했다가 미전실로 이름을 바꾼 전례가 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수요 사장단 회의까지 해체한 것은 각 계열사별 독자 경영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