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고 월드 클래스 파이낸셜그룹의 비전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겠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3월23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공식 선임했다. 한동우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명실상부한 리딩뱅크 수장에 오른 조 회장은 앞으로 3년간 신한금융을 이끌게 된다.

그가 임기 내 제시한 과제는 ▲신한의 영토 넓히기 ▲금융생태계 조성 ▲조직역량 강화 등 3가지다. 저성장과 인구절벽, 정보통신기술(ICT) 발달 등 파괴적 혁신이 금융회사에 위협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ICT, 문화, 교육, 의료 등 다양한 업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금융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


그는 “우리가 만나는 고객이 신한의 팬이 되도록 지도 밖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ICT 역량과 조직을 갖춰 확고한 로드맵에 따라 디지털 신한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진제공=신한금융그룹

◆신속한 의사소통 “금융 새지평 열겠다”
실천사항도 마련했다. 그가 추구하는 목표는 ‘한계극복’이다. 금융권에서 저성장과 불확실성은 더이상 변수가 아니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도전적인 환경을 이기기 힘든 게 냉혹한 현실이다. 조 회장은 명견만리를 통해 이를 극복하기로 했다. 만리 밖의 일까지 궤뚫어 보고 선결·선행, 즉 빠르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우리나라 금융의 새 지평을 열겠다는 각오다.

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정했다. 유기적이며 무기적인 성장과 조화를 추진한다는 것. 이를 통해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화해 제2, 제3의 신한금융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그룹의 모체인 신한은행은 1982년 단 3개의 지점으로 시작했다. 설립 이래 금융의 틀을 깨는 도전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뤘고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금융지주사를 설립, 대형화와 겸업화에 성공했다. 또 조직 안팎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9년 연속 순이익 1위 달성이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1등 계열사, 1등 사업부문을 늘려 리딩금융그룹의 영토를 더욱 확장할 것”이라며 “고객이 진정 필요로 하는 상품·서비스도 한발 앞서 제공하겠다”고 자신했다.


신한 내부에서도 그의 자신감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이는 그의 업적만 봐도 이해할 수 있다. 조 회장은 은행원에서 시작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1984년 입행해 30년 이상 신한은행에 몸담은 정통 신한맨이다. 2013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으로 첫 CEO에 오른 뒤 2015년 신한은행장을 역임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올해 신한의 일인자로 우뚝 섰다.

◆화통하고 격의 없는 ‘엉클 조’

평소 화통하고 격의 없기로 유명한 조 회장. 그가 ‘엉클 조’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평소 격식을 차리지 않고 임직원에게 친숙하게 다가간 성향과 연관이 깊다. 특히 임직원과 같이 마시는 일명 ‘사발주’는 신한 직원이라면 누구나 아는 일화다. 그는 임원뿐 아니라 평직원과도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첫 술잔을 기울일 때는 직위를 막론하고 모두 대접에 정량을 따라 똑같이 마신다. 건배사는 “신한은 하나다”다.

그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역시 다른 CEO와 다르다. 그는 임원에게 형식적인 보고만 받지 않고 부장이나 팀장, 담당자 등 실무자에게 직접 보고를 받는다. 실무자의 현장감 있는 목소리가 의사결정을 하는 데 때론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신한금융의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은 평소 농담을 즐기며 임직원에게 활력소가 되는 조언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무엇보다 말단 직원의 말까지 경청해 직원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속하고 정확한 결단력도 그의 장점이다. 임직원의 말까지 들으며 전후사정을 파악하는 만큼 신중한 성격이지만 결정을 내린 후에는 최대한 빠르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한다. 후배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인물로도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은행장 시절 주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아들 결혼식을 조용히 치렀다. 그의 수행비서도 모를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신한사태 종지부 주목… KB 추격 따돌려야

그가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신한사태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의 스톡옵션이 그것. 신 전 사장이 보유한 스톡옵션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부여받은 23만7678주로 지난 3월22일 기준 종가가 4만7750원임을 감안할 때 시세차익이 20억원을 넘는다. 만약 신 전 사장의 스톡옵션 행사를 허용한다면 주주의 강한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지주와 신 전 사장이 원만하게 합의하는 것이 현명하지만 스톡옵션 규모가 워낙 커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한 임기 동안 리딩뱅크의 자리를 유지해야 한다. 신한금융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연속 1위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다. 같은 기간 기업가치인 시가총액도 금융지주 가운데 신한금융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KB금융지주가 1위 자리 탈환을 위해 무섭게 따라붙고 있다. 지난해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 등 공격경영으로 5년 만에 당기순이익 2조원대를 회복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2015년 말 2조3672억원, 1조6883억원으로 격차가 꽤 컸다. 하지만 지난해 말 신한금융 2조5060억원, KB금융 2조2093억원으로 바짝 추격당했다. 만약 신한금융이 당기순이익 부문에서 KB금융에 밀린다면 조 회장도 적잖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기대와 과제가 공존하는 시점에서 조 회장이 이끄는 신한금융호가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항해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 프로필
▲1957년 6월 30일생 ▲대전고 고려대 법학과 신한은행 입행 ▲뉴욕지점 대리 ▲인사부장 ▲기획부장 ▲강남종합금융센터 센터장 ▲뉴욕지점장 ▲신한은행 전무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신한은행장 ▲신한금융지주 회장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