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아빠가 돈을 벌고 엄마가 관리해 자녀를 기르는 것이 평범한 가정의 모습이었다. 아빠가 번 돈을 엄마가 알뜰하게 모아 저축한다고 해서 아빠가 ‘내 돈’으로 구분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가족은 소비공동체이기 때문에 ‘내 돈’이 아니라 ‘우리 돈’으로 인식했다.
그런데 요즘엔 가계자산과 소비규모, 엄마 이름으로 저축된 돈이 점점 커지면서 부부간 법률을 따져야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고액 자산가 혹은 부부 명의로 등록된 부동산이 많은 경우 금융실명제법과 세법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세법과 금융실명법은 경제적 공동체인 가족을 하나로 판단하지 않는다. 가족의 소득과 소비를 하나로 인식하는 우리 가치관으로는 법이 비상식적으로 보이겠지만 세법은 실제로 일을 해서 소득을 신고한 자의 돈으로 구분한다.
따라서 예금 등의 금융상품은 금융실명법에 의해 명의자 것으로 추정한다. 예컨데 아빠 이름으로 신고된 소득이 엄마 이름으로 저축되는 순간 그 돈은 엄마 소유로 추정한다.
그러나 이 돈이 아빠의 돈이라면 금융실명법 위반에 해당하고 엄마의 돈이라면 세법상 증여에 해당한다. 두가지 법에 따른 논쟁이 벌어질 경우 돈의 출처는 부부가 직접 설명해야 한다. 증여세를 낼 것인지,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셈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그동안 ‘우리 돈’으로 생각했던 부부들은 돈의 출처에 따라 과세 혹은 위법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 어처구니 없을 것이다. 그러나 두 법률을 모른 채 법정 분쟁이 벌어지면 더 큰 혼란을 겪게 되므로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세법상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 경조사비는 비과세 대상이지만 용도에 따라선 비과세를 받지 못한다.
즉 엄마가 가족 공동체 생활비로 지출한 것은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지만 엄마가 돈을 아껴 자신의 이름으로 저축하면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으니 명확한 증여의사가 있지 않다면 금융상품의 예금자 또는 가입자는 아빠(소득자)의 이름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배우자는 10년간 6억원 증여에 대해 증여공제가 적용된다.
금융실명법의 취지는 지하자금과 음성 탈루 목적의 자금흐름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일반 가정의 경제활동을 일일이 규제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 적용과 관련해 부부 중 어느 한쪽으로 예금명의자가 분산돼 세금부담의 왜곡이 초래된다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금융실명법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현재 부부가 버는 소득이 적은 젊은 부부는 세법과 금융실명법을 몰라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소득이 늘고 가정의 경제규모가 성장한다면 세법과 금융실명법은 반드시 알아야 하는 법임을 잊지 말자.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