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회장(68)이 이끄는 GS그룹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GS 오너가 3세 중 막내인 허용수 GS EPS 대표이사 부사장(48)의 ㈜GS 지분이 허 회장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허 부사장 일가가 소유한 승산이 대규모 타법인 주식 매각으로 200억원대 자금을 추가로 확보하기도 했다.

허용수 GS EPS 부사장(왼쪽)과 허창수 GS 회장. /사진=머니투데이DB·뉴스1


◆허용수, GS 최대주주 등극+추가 실탄 확보
GS그룹 측은 부인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허 부사장이 차기 회장 자리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말이 회자된다. 허 부사장은 고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5남 고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허 창업주의 3남 허준구 전 LG건설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창수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S 지분은 ▲허용수 GS EPS 부사장 5.26% ▲허창수 GS 회장 4.75%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2.58% ▲허연수 GS리테일 사장 2.58%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2.27%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 2.16%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 2.11% 등 허창수 회장과 친인척 48명이 45.03%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사회복지법인 동행복지재단(대표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1.62%)까지 더하면 허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이 46.65%에 이른다.

허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GS지분 대량 매입으로 지분을 4.47%에서 5.26%로 끌어올려 허창수 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가 됐다. 지주사의 최대주주는 그룹 내 의결권이 가장 크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GS에너지 에너지자원사업본부장(부사장)이 된지 1년 만에 GS EPS 대표이사로 승진하며 계열사 내 비중도 커졌다. 

허 부사장이 지분을 늘리는데 쓴 자금은 본격적인 주식 매입에 나서기 전인 지난해 8월과 11월 GS 보유주식 74만8498주를 삼성증권과 하나은행에 담보로 제공해 마련했다.


지난달 말에는 허 부사장이 지분 49.26%를 보유한 승산이 보유 중이던 LG전자 주식 31만8800주를 처분해 223억원가량을 확보했다. 승산이 2008년 6월 LG전자 주식 30만주를 취득할 당시 취득원가가 379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56억원 이상 손해를 보고 주식을 판 셈이다.


자금 사정이 나쁘지 않은 승산이 대규모 손해를 감수하고 타법인 주식을 팔아 실탄을 확보한 것은 허 부사장의 승계를 위한 준비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소수의 지분을 GS오너가 친인척 48명이 46%가량의 지분을 골고루 나눠가지며 그룹의 중대사를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GS그룹의 특성을 감안하면 허 부사장의 지분 확대도 독단적 행동이 아니라 오너일가 간 합의된 결정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승계 원칙 안갯속 오너 3세 위상 변화 
2004년 ㈜LG에서 인적분할로 설립된 GS는 허창수 회장이 14년째 이끌고 있지만 장자승계를 원칙으로 하는 LG가처럼 뚜렷한 승계 원칙이 세워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허씨 일가의 자손이 매우 많고 대다수가 주요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는 만큼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가풍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가운데 허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전무는 올해 38세로 아직 젊고, GS가의 장손인 허준홍 GS칼텍스 전무도 이제 41세라 오너가 4세로 경영권이 넘어가기에는 이르다. 두산그룹처럼 3세 형제경영으로 과도기체제를 거친 후 4세 장손이나 아들에게 경영권이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허 회장이 이끄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직접적으로 연루되며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허 부사장의 심상찮은 행보가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지만 승계구도는 아직 안갯속에 가려져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