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증권사들이 막대한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가운데 중기특화증권사들의 행보도 함께 주목받는다. 지난해 4월 금융당국이 중기특화증권사 라이선스를 도입해 중소기업의 코넥스 상장, 신용보증기금 채권담보부채권(P-CBO) 발행 등에서 혜택을 제공했다. 또 증권금융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할 때도 한도와 금리를 우대했다.

현재 중기특화증권사로 선정된 곳은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키움증권 ▲IBK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 6곳이다. 중기특화증권사로 선정된 지 1년을 맞아 이들의 성과에 대한 평가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크라우드펀딩, IBK투자증권 돋보여
중기특화증권사의 행보 중 눈에 띄는 것은 ‘크라우드펀딩’이다. 크라우드펀딩은 스타트업의 자금조달은 물론이고 초기마케팅과 해외진출을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국내에서는 153개의 스타트업이 160건의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했으며 9985명의 투자자로부터 224억원을 조달했다. 펀딩성공률은 49.2%로 나타났다.


크라우드펀딩에서는 IBK투자증권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 13건이 성공해 29억6000만원을 모았다. 아무래도 투자자가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영화 흥행에 베팅한 크라우드펀딩에 이목이 쏠렸다. IBK투자증권은 영화 <인천 상륙작전>의 펀딩에 성공하며 크라우드펀딩 인지도를 제고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키움증권도 5건의 크라우드펀딩을 중개해 엠클라우드에이피(5억원), 셈스게임즈(7억5000만원), 비즈텍코리아(2억원) 등 총 3건(14억5000만원)을 성공시켰다.

◆1년 성과, 금융당국 기대치 못 미쳐


지난 1년간 중기특화증권사의 성과는 중소기업 채권 주관과 크라우드펀딩 등 일부 항목을 제외하면 금융당국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핵심사업으로 추진했던 중소기업 지원펀드 운용은 IBK투자증권과 코리아에셋투자증권만 펀드를 설정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신기술투자조합 ‘밸류업(Value-up) 중기특화 솔루션 신기술투자조합 1호’를 포함해 2개의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도 지난해 말 80억원 규모의 ‘KAI-KSM 크라우드시딩펀드’를 조성했다.

중소기업지원펀드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신기술사업금융업 라이선스를 받아야 하는데 유안타증권과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4개사만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또한 중소기업 유상증자 주관실적과 M&A(인수·합병) 자문실적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중소기업 유상증자 주관실적은 키움증권이 2건(140억원), 유진투자증권이 1건(15억원), IBK투자증권이 1건(4억9000만원)에 불과했다. M&A 자문실적의 경우 유안타증권이 3건, 키움증권이 2건에 그쳤다.

◆평가 시기상조… 멀리 봐야

최근 금융위원회는 중기특화증권사 6곳의 1년간 활동실적을 평가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오는 6월까지 중기특화증권사 기능 강화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정 유효기간은 2년이지만 평가실적이 낮을 경우 탈락될 수도 있다. 지난해 지정된 증권사들은 일단 내년까지 지위가 유지되지만 금융당국은 중간 점검을 통해 개별 증권사가 중소기업 IB업무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평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재평가에서 탈락하면 지난해 고배를 마신 HMC투자증권이나 SK증권에게 중기특화증권사 라이선스가 넘어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기특화의 경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라 개별 건당 규모가 작다”며 “지원 규모가 대형사의 비즈니스에 비해 작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처음 시작해 이제 1년 지난 시점에서 아직 아쉬운 부분도 있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에는 시기상조로 보인다”며 “당장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기특화증권사 관계자는 “중기특화증권사가 스타트업시장에 진입해 스타트업기업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지원체계를 갖추는데 1년이란 시간은 단기적”이라며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여러 방안이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의 비즈니스 방향과 전략이 중요하며 금융당국의 평가에 맞춰 보완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중소기업금융팀 내 전문인력(4명)을 배치했으며 E-Biz팀, 리서치센터 스몰캡팀 등이 중소기업 업무를 지원하는 등 더욱 보완할 계획이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신기술투자조합운용과 크라우드펀딩 중개를 확대해 우량 스타트업 발굴을 활성할 방침”이라며 “코넥스 지정자문 활성화와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추진 등으로 중소기업의 자본시장 진입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IBK투자증권은 IBK기업은행 자회사라는 설립목적에 맞게 자본시장 내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자금조달을 지속적으로 도와 중소·벤처기업이 코넥스-코스닥 상장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특히 크라우드펀딩과 신기술투자조합을 통해 초기기업의 성장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비즈니스 방향을 제시했다.

반면 유안타증권은 크라우드펀딩 중개업 대신 기존 전문업체(인크·와디즈·오픈트레이드 등)와 제휴해 유망 스타트업을 공동 발굴하고 운영한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와 협업해 중화권 전문 증권사로서 창업패키지 도약 사업에 참여 중”이라며 “국내 스타트업시장 발전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키움증권은 중소·벤처기업 M&A가 더욱 활성화되도록 M&A 전문조직을 강화하고 인수금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프로젝트펀드를 운용하고 중소·벤처기업 IPO 주관과 자금조달 지원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