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복합점포가 2년간의 시범운영을 마치고 다음달 재정비에 들어간다. 당국은 그동안 미미한 실적으로 존재에 의문부호가 찍혔던 보험복합점포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 이르면 7월부터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반대여론도 만만찮아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복합점포 속 초라한 ‘보험창구’

금융지주사가 오픈한 ‘금융백화점’ 금융복합점포는 나날이 몸집이 커지는 추세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30개의 복합점포를 운영 중인 KB금융지주는 올해 무려 24개의 점포를 추가할 예정이다. NH농협금융지주 역시 지난달 26일 서울 테헤란로에 11번째 복합점포를 오픈,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각각 58개, 22개의 복합점포를 운영 중인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연내 추가 개점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사가 금융복합점포를 늘리는 이유는 양호한 실적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고객이 은행, 증권 등 금융관련 업무를 빠르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다. 특히 지주사 입장에서는 은행고객을 자연스럽게 자사 증권상품으로 연결할 수 있어 적극 활용 중이다. 

지난해 NH농협금융 복합점포의 경우 은행이 증권에 소개한 건수가 개별점포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KB금융 복합점포 역시 올 들어 3월까지 은행이 증권에 소개한 영업자산이 1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연간실적 9246억원을 3개월 만에 뛰어넘은 것이다.

/사진제공=NH농협금융지주

문제는 은행·증권에 비해 보험영업실적이 미진하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보험복합점포가 출범한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9개 통합복합점포 보험지점 계약건수는 289건(초회보험료 2억7000만원)이었다. 지점당 월평균 판매 건수와 금액이 3.2건, 301만원에 불과했다. 지난달까지 약 100건으로 보험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신한금융지주마저 월 평균 계약건수가 5건에도 못 미쳤다. 

이처럼 금융복합점포 내에서 유독 보험부스만 고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일단 보험영업 관련 규제가 많은 점을 들 수 있다. 복합점포 내 입점한 보험창구의 경우 은행이나 증권사와 달리 독립된 공간에 자리했다. 기존 금융복합점포에 보험창구가 추후 입점한 탓이다. 

한 복합점포 보험창구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는 “보험창구는 은행과 증권 영업창구에 비해 위치가 동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외진 곳에 방치된 느낌”이라며 “고객들은 보험창구가 점포 내에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또 은행과 증권이 서로 유기적으로 영업해 실적을 높이고 있지만 보험은 보험사 직원이 직접 고객을 모집하는 아웃바운드 영업이 금지된 상황이다. 복합점포를 찾은 고객에게 해당 보험사 소속 설계사를 소개해 점포 외부에서 상품판매를 알선하는 행위가 불가능한 것. 다시 말해 고객이 스스로 보험사 창구를 찾아와야만 직원이 영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험사가 적극적으로 영업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방카슈랑스 규제에 따르면 복합점포 내에서는 암보험, 종신보험 등 개인보장성보험과 자동차보험을 판매할 수 없다. 방카슈랑스 총액 중 특정보험사의 판매비중이 25%를 넘어서면 안되는 ‘25% 방카룰’ 규제도 받는다. 사실상 보험 알짜배기 상품을 판매하지 못해 보험사 스스로 영업을 포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당국이 지주사별 3개 점포에만 제한적으로 보험창구를 운영하도록 해 수익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부인하겠지만 당국의 보험복합점포 정책에 ‘구색 맞추기’용으로 입점한 측면도 있다”며 “또 실제 점포를 운영하는 데 있어 건물면적에 따른 임차료나 인건비 등이 보험계약으로 인한 수익을 훨씬 상회하는 상황에서 이윤을 내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복합점포, 확대운영 명분 있나

보험사들은 부진한 실적보다 이르면 7월부터 시행될 보험복합점포 확대운영에 더 신경을 쓰는 눈치다. 또 수익을 내기 위해 현재의 방카슈랑스나 아웃바운드 영업금지 등의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그동안 시행된 보험복합점포는 당국의 시범운영적 성격이 컸던 사업이어서 미미한 실적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며 “하지만 현재의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보험사들은 복합점포 영업에 크게 신경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규제가 완화돼도 문제다. 설계사조직의 반발이 심해서다. 보험복합점포가 전 은행권으로 확대되면 설계사 입지 축소가 불가피하다. 

당국은 금융지주사에 한해 허용한 보험복합점포를 비지주은행, 외국계은행 등 전 은행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를 보유하지 않은 비지주사 은행, 은행이 없는 보험사들이 연계를 통해 새로운 판매채널을 추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보험설계사는 설 자리를 점차 잃을 수 있다.

보험복합점포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보험복합점포를 추진한 취지가 소비자의 권익증진, 보험사의 수익성 확대 등인데 이에 대한 메리트가 없다면 굳이 확대 운영할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보험은 즉석떡볶이 사먹듯 간단히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며 “복합점포 내 창구판매는 불완전판매를 야기한다. 애초 보험복합점포는 지주회사의 돈벌이를 위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꺼낸 카드에 불과하다. 굳이 확대 운영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여론에도 금융당국은 예정대로 보험복합점포를 확대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복합점포를 확대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현황조사가 끝나야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