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카드사의 부수업무 진출이 답보상태다.

금융당국이 카드사 부수업무 규제를 완화한지 1년 반이 지났지만 부수업무 신청 건수는 고작 4건에 불과하다. 이는 카드사의 신사업 진출이 탄력을 받지 못하는 것을 방증한다.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정보통신기술(ICT)업체의 결제시장 진출 등의 영향으로 카드사 수익성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카드사 수익원은 확대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아가 핀테크시대에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금융당국의 까다로운 인허가 과정 개선을 공약한 새 정부에 기대하는 눈치도 엿보인다.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8개 전업계 카드사 중 부수업무를 신고한 회사는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비씨카드 등 3개사뿐이며 이들이 신고한 건수는 총 4건에 불과하다. 신고 건수를 보면 부동산임대료 납부서비스와 아파트관리비 결제서비스를 위한 전자고지결제업이 각 1개씩, 중고휴대폰 매매업무와 PB사업 등 총 4건이다.

물론 다른 카드사가 이미 신고한 부수업무는 별도 신고절차 없이 시작할 수 있다. 아파트관리비 결제서비스를 대부분의 카드사가 선보였지만 신고건수가 1개뿐인 것은 이 때문이다. 전체 카드사가 영위 중인 부수업무 수가 실제 신고건수(4개)보다 많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신청건수가 4건에 불과한 것은 진출 가능한 부수업무의 종류가 4개에 그친다는 뜻이다. 이 범위 내에서 카드사는 또다시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어 수익성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금융당국은 2015년 10월 카드사 부수업무 규제방향을 기존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완화했다. ‘부수적으로 이 업무만 가능하다’에서 ‘이 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를 영위할 수 있다’로 규제방식을 바꾼 것이다. 이후 카드업계가 지난해 적극 뛰어든 대표적인 부수업무가 아파트관리비 전자고지결제업이다. 입주민에게 관리비 납부고지서를 송부하고 카드사는 고객의 은행계좌에서 관리비를 출금한 후 관리사무소에 수납한다. 고객은 관리비를 편리하게 납부할 수 있고 카드사는 결제액이 큰 만큼 수수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규제가 강해 실질적으로 진출 가능한 부수업무의 폭이 좁다는 목소리가 크다. 당국이 중소기업적합업종 총 79개 품목을 부수 금지업무로 제한했는데 카드사가 진출하려는 대부분의 업무가 이 범위에 속한다는 분석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부수업무로 시작하려 해도 중소기업적합업종에 해당되는 사례가 많다. 이외의 시장의 경우 수익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곳이 많다”며 “지금으로선 현금결제시장을 최대한 발굴해 진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내에선 카드사 수익성이 앞으로 더 악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초 가맹점수수료율이 인하되고 문재인정부가 추가 인하를 공약해 수수료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데다 신사업 진출도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ICT업체가 각종 간편결제서비스를 내놓는 등 결제지급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어 카드사로선 파이를 뺏길 수밖에 없다.

또 금융환경은 급변하고 있지만 카드사의 경쟁력은 뒤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카드사 관계자는 “핀테크산업이 성장하는 등 금융환경이 급변하는 과정 속에서 ICT업체의 신사업 진출은 활발한 반면 정작 금융회사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다만 새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시각도 엿보인다. 금융당국의 까다로운 인허가 과정을 개선해 경쟁을 촉진한다는 금융산업구조 선진화 공약을 현 정부가 내걸어서다. 카드사 관계자는 “업계 내부에서 부수업무 진출규제가 보다 완화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가계대출잔액을 줄이기 위한 규제가 있겠지만 핀테크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관련 정책도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