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규모 ‘빅5’ 대형증권사가 올 1분기 양호한 성적표를 내놨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대형사도 나왔다. 특히 초대형 IB(투자은행) 인가를 앞두고 IB부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보였다. 이르면 올 3분기부터 ‘초대형 IB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바, 대형사들의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
◆대형사 1분기 실적 ‘好’… IB가 이끌었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증권과 KDB대우증권의 합병으로 자기자본 6조7000억원의 업계 1위 공룡 증권사가 된 미래에셋대우는 올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15일 미래에셋대우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 1분기 순이익이 1101억5400만원으로 전 분기대비 흑자전환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434억7900만원으로 흑자로 돌아섰고 매출액도 3조986억원으로 전기 대비 63.8% 늘었다. 지난해 4분기 미래에셋대우는 합병과정에서 3038억원의 비용이 발생해 영업이익 35억원, 당기순이익 159억원의 성적표를 내놓은 바 있다. 다시 말해 미래에셋대우는 합병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실적을 발표한 셈이다.
이번 실적을 보면 미래에셋대우는 모든 영업부문에서 고르게 수익을 창출했다. 순영업수익 기준 부문별 비중은 위탁매매 26%, 자산관리 16%, IB 12%, 트레이딩 27%이다. 특히 IB부문에서 우리은행 지분 매각자문, 한화생명 신종자본증권 발행, 포스코에너지 RCPS(상환우선전환주) 투자 등 굵직한 딜을 진행해 수익을 끌어올린 점이 주목된다.
자기자본 순위 2위 NH투자증권도 IB부문의 약진에 힘입어 실적 상승을 이룬 것으로 분석된다. NH투자증권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38.3% 증가한 885억6500만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6.5% 증가한 3조6251억원을, 영업이익은 40.1% 늘어난 1200억800만원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의 순수수료수익을 보면 IB업무에서 발생한 수익은 3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6% 증가했다. 전체 수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6.6%로 전년 동기의 15.4%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유승창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1분기 190억원 수준의 파크원 관련 자문수수료에 이어 2분기에도 넷마블게임즈 기업공개 주관 수수료 수익이 발생해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1분기 130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냈다. 연환산 ROE(자기자본이익률)도 12.6%를 달성하며 대형사로서는 드물게 두자릿수를 넘겼다. 한국투자증권은 344억원의 IB 수수료 수익을 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IB부문의 강자임을 입증했다. 또 해외부동산, 항공기, 발전소 등으로 대체투자와 유동화 대상을 확대하며 새로운 IB 먹거리 창출에 나섰다.
지난해 현대증권을 합병해 대형사로 도약한 KB증권은 1088억원의 순이익 중 IB부문에서 209억원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KB증권은 지주, 은행, 증권의 시너지를 집약한 CIB(상업투자은행) 모델을 활용해 3년 안에 IB업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가졌다.
삼성증권은 올 1분기 영업이익 74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한 성적을 달성했다. 당기순이익도 558억원으로 20.4% 늘었다. 금융상품 판매수익과 운용손익의 증가가 실적을 견인했다. 삼성증권의 IB관련 수익은 전 분기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구조화금융 관련 수익이 79억원으로 132%나 증가했다. 대체투자상품 판매를 위한 부동산펀드 조성과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 주선 등으로 수익 창출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또 삼성증권은 IPO(기업공개)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해 올 1분기에만 12개 기업과 IPO 주관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형 IB시대 개막, 준비는 끝났다
빅5 대형사들이 올 1분기 호실적과 함께 탄탄한 IB부문의 기반을 쌓으면서 올해 시작될 초대형 IB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지난 2일 금융위원회는 초대형 IB의 허용 업무내용을 포함한 ‘초대형 IB 육성방안’과 ‘공모펀드시장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기자본이 4조원 이상인 회사에는 만기 1년 이내 어음발행을 허용한다. 이는 주로 ELS(주가연계증권)나 RP(환매조건부채권)로 자금을 조달하는 증권사의 자금 확보수단이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이번 시행령에서 초대형 IB의 부동산투자 한도가 발행어음의 10%에서 30%로 대폭 완화되면서 부동산 대체투자의 길이 넓어질 전망이다.
김선주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발행어음 확대는 대형증권사의 ROE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긍정적”이라며 “또 발행어음이 레버리지비율(부채비율)을 산정할 때 제외되는 이점이 있어 시장성만 확보되면 대형사 자금조달의 주요 부문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자기자본이 8조원 이상인 회사는 고객예탁자금을 통합해 운용하고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IMA(종합투자계좌)업무를 할 수 있다. 다만 단기금융과 IMA 운용자산은 구분해 관리해야 하고 단기금융과 IMA 예탁금의 50%, 70%씩은 기업금융으로 운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IMA는 레버리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증권사의 자금 조달 창구를 큰 폭으로 확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현재 IMA 라이선스 획득에 가장 가까운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다. 자기자본 1조3000억원 수준을 확충하면 IMA 업무에 뛰어들 수 있다. 또 미래에셋대우를 포함해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는 먼저 발행어음 업무를 위해 금융위에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지난 12일부터 초대형 IB 지정 절차 관련 설명회를 열고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김태현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3분기에 초대형 IB가 가시화될 예정”이라며 “이들의 단기금융업무 성패는 조달능력보다 시황과 IB 운용능력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