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16일(당시 대선 후보) 가계부채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올해 1분기에도 가계부채는 어김없이 늘었다. 한국은행이 잠정 집계한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359조7000억원이다. 지난해 말 1342조5000억원보다 17조1000억원 늘었다.
정부 당국은 그나마 가계대출 억제를 위한 정책이 효과를 봐 증가세가 조금 꺾인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신용 증가액은 지난해 1분기 20조6000억원에서 2분기 33조9000억원, 3분기 38조9000억원, 4분기 46조1000억원으로 계속 늘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1300조원을 넘긴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가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이달 출범한 새 정부 정책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 수준’ 가계부채 증가 속도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경제 크기에 비해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고 규모도 너무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나치게 빠르게 증가하는 가계부채는 대출 부실화의 징표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계 상환능력이 떨어져 대출 부실화로 이어지면, 금융회사 유동성 공급에 문제가 생겨 곧장 전체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0%로, 영국(87.6%), 미국(78.8%), 일본(65.9%), 프랑스(56.7%), 독일(53.4%)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9월 국제결제은행(BIS)의 분기 보고서 기준으로 보면 주요 42개국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3번째로 높았다. 경제규모에 비해 가계부채가 너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가계부채’ 자영업자 대출도 500조원 돌파

특히 기업부채로 분류되나 사실상 가계부채로 보아야하는 자영업자 대출도 500조원을 돌파해 심각성이 더하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신용정보(나이스)로부터 받은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총액은 모두 520조원이 넘는다.

이 가운데 가계부채로 잡히는 191조원을 제외하면, 329조원 정도는 사업체에 쓰였다는 명분으로 가계부채에서 빠진다. 그러나 과잉 경쟁으로 자영업이 높은 폐업률을 기록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 부채 역시 가계부채와 마찬가지로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

◆IMF까지 이례적 경고

국내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이례적인 경고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IMF는 작년 5월까지는 한국의 가계부채가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으나, 같은 해 8월 발표한 한국 국가 보고서에서는 주택 대출 등 가계부채의 구조적인 위험성을 거론하며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점진적으로 낮출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가계부채 관리 대책은 새 정부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조기 도입해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DSR은 DTI와 달리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뿐 아니라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합산해 대출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