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독립기념관이 30주년을 맞았다. 광복절을 한달여 앞두고 독립기념관을 찾았다. 지금의 이 나라가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희생이 있었나. 독립투사들이 꿈꿨던 나라에 우리는 얼마만큼 다가섰을까. 한번쯤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겨레의 집.
◆독립기념관
학생 시절 방문했던 독립기념관은 컸다. 너무 컸다. 넓은 광장을 지나 큰 기와집, 그리고 전시관을 둘러보며 발바닥이 후끈거릴 때쯤에야 야외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누구나 한번쯤 독립기념관에 가봤을 것이다. 특히 군인은 독립기념관 방문 시 하루의 휴가를 주므로 자의든 타의든 둘러볼 기회를 갖게 된다.
추억의 독립기념관이 벌써 30주년을 맞았다. 서른살이 되며 더 커진 독립기념관에는 입체영상관이 생겼고 철거된 조선총독부 건물을 옮겨와 공원을 꾸몄다. 바깥에는 야영장도 있다.
주차장에서 전시관으로 발을 옮기면 가장 먼저 ‘겨레의 탑’이 눈에 들어온다. 한낮에 걷기에는 좀 더워서 비가 오락가락하는 이맘때가 방문 적기다. 겨레의 탑을 지나면 ‘겨레의 집’이 흑성산에 포근히 안겨 있다. 뉴스에서 많이 보던 겨레의 집은 참 크다. 길이 126m, 폭 68m의 축구장 크기로 동양최대의 기와집이다. 이곳에서 매년 광복절 기념식이 열린다.
윤봉길의사 사형틀.
겨레의 집에는 ‘불굴의 한국인상’이라는 키 큰 조각품 외에 다른 전시물이 없고 왼쪽 벽에 커다란 태극기가 있다. 독립기념관의 상징이자 중심, 그늘이 있는 광장 역할을 한다. 방문객들은 이곳을 시작으로 왼쪽부터 전시관을 둘러보게 된다. 7개의 전시관은 겨레의 집 뒤로 둥글게 연결됐다.
1~5 전시관까지는 대체로 시간의 흐름을 따른다. 제1전시관은 태고적부터 우리 역사를 되짚어 보고 2~5 전시관은 혼란의 개화기를 지나 나라를 빼앗기고 되찾는 여정을 보여준다. 제6전시관에서는 독립운동을 다룬다. 제7전시관에는 체험존이 마련돼 전시 관람으로 긴장된 마음을 풀고 체험을 통해 나라를 지킨 어른들의 마음을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감동을 주는 건 역시 사람이다.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것도 사람이었지만 독립을 이뤄낸 것도, 그 위대함으로 이 나라를 여기까지 있게 한 것도 사람이다. 제5와 6전시관 사이, 야외에 3의사 동상이 있다. 윤봉길, 안중근, 김좌진이다. 펄럭이는 옷자락을 잡은 윤봉길은 폭탄을 던진 직후인 것 같고 앞으로 전진하며 품 속으로 손을 넣는 안중근은 총을 꺼내려는 것 같고 장도를 휘두르는 김좌진은 온기 없는 쇠에서도 불 같은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예전 제5전시관에 있던 동상을 바깥으로 이동 전시해 역동적인 감동을 준다.
실내 전시관에는 윤봉길 의사의 사형틀이 있다. 아래를 뾰족하게 깎아 말뚝을 땅에 꽂고 여기에 사형수를 묶었다. 윤 의사는 총을 맞는 그 순간까지 의연했다. 눈을 가리고 사형틀에 묶인 윤 의사의 사진을 보면, 편안한 입 모양과 힘을 빼고 팔을 벌린 모습을 볼 수 있다. 소명을 다한 자의 숭고한 마지막 모습이다.
유관순열사 유적지.
주권을 잃은 나라의 학생 또한 위대했다. 그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정의를 좇았다. 각종 만세운동에서 태극기를 들었던 이름 없는 영웅의 상당수가 학생이었다. 그들에게서 희망을 보았고 마침내 우린 주권을 찾았다. 이러한 학생 정신을 생각해 본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독립기념관 견학은 의미가 있다.
넓고 방대한 독립기념관을 효과적으로 돌아보려면 자신에게 맞는 관람 코스를 선택해야 한다. 독립기념관 웹사이트에서 연령, 주제, 시간에 따른 몇가지 코스를 찾아볼 수 있다. 어르신이나 걸음이 불편한 관람객은 태극열차를 타도 좋고 기왕 온 김에 야영장에서 하룻밤 묵어가도 좋겠다. 독립운동의 위대한 역사를 멀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상황에 맞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유관순 열사 유적지
그렇다. 천안에는 독립운동의 위대한 영웅 유관순 열사가 있다. 지금의 병천시장인 아우내장터 만세운동에 3000여명이 모였고 일제의 강력한 제지로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속에 있었던 인물이 바로 유관순, 서울에서 3.1운동을 목격하고 3월13일 귀향해 아버지인 유중권, 숙부 유중무, 이웃어른 조인원에게 서울의 상황을 전하고 만세운동을 계획했다. 1919년 4월1일 아우내장터에서 독립선언문을 발표한 김구응이 현장에서 일본 경찰에게 사살됐다. 비보를 듣고 달려온 모친 최씨마저 살해하는 등 일제는 극악했고 잔인했다. 이때 사망한 사람이 19명, 유관순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부상당하고 투옥당했다.
열사의 거리.
유관순 열사 유적지는 그를 기리는 장소다. 가장 위에 추모각이 있고 기념관과 봉화지, 초혼묘, 순국자 추모각이 별도로 마련됐다. 기념관에서는 유관순 열사의 짧은 생애와 함께 아우내 독립만세운동, 천안의 독립운동을 살펴볼 수 있다. 유관순 열사의 유품 중에는 아기용 뜨게 모자가 있다. 사촌오빠 유경석과 사촌올케 노마리아의 아들 유재경에게 돌 선물로 주려고 직접 뜬 것이라고 한다. 문득 걸음을 멈추게 된다. 어딘가에서 안타까운 울림이 전해지는 듯하다.
일제에 맞서 독립의 의지를 불태운 투사의 길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고 시대의 부름이었을 것이다. 평화로운 나라였다면, 주권을 잃지 않았다면, 꿈을 꾸는 이화의 여학생이었을 것이다. 조카를 위해 뜨개질을 하고 교정을 거닐며 꽃과 하늘을 보고 동기들과 재잘거리는 10대 소녀였을 것이다. 힘 없는 나라는 소녀에게 일상을 허락하지 않았고 총명했던 소녀는 나라를 위해 신명을 바쳤다. 어떤 때는 ‘정의’가 논리나 이성의 반대편에 놓일 때가 있다. 그녀는 작고 약한 학생이었지만 가장 올바른 것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을 했다. 그 고통의 시간과 죽음은 결코 허무하지 않았으며 나라는 이름 없고 약한 자들의 희생으로 지금에 이르렀다.
유적지 앞 ‘열사의 거리’를 걸으며 그날을 상상해 본다. 과연 그 자리에 서 있기라도 할 수 있었을까. 무엇이 이들에게 그런 용기를 주었을까. ‘나라’라는 것이 개인에게 과연 어떤 의미일까.
그들의 희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기억일 것이다. 잊혀진다면 다시 반복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어쩌면 ‘예의’이기에 앞서 우리 민족이 살아가는 ‘비책’일 것이다. 오랜 시간을 통해 ‘길’을 얻었으니 우린 마땅히 머리 숙여 감사하고 그들을 기린다.
[여행 정보]
[대중교통으로 여행지 가는 법]
독립기념관: 천안역 또는 천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400번 승차 - 독립기념관 주차장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독립기념관: 검색어 ‘독립기념관’ /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삼방로 95
유관순 열사 유적지: 검색어 ‘유관순열사유적지’ /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탑원리 338-1
독립기념관
문의: 041-560-0114
http://www.i815.or.kr
관람시간: (3~10월) 오전 9시30분 ~ 오후 6시 / (11~2월) 오전 9시30분 ~ 오후 5시
정기휴관: 매주 월요일
관람요금: 무료
태극열차(편도): 초등학생·청소년·어른 1000원 / 4세 ~ 유치원생·경로·장애인보호자(1인) 700원
유관순열사 유적지
문의: 041-564-1223
관람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동절기 오후 5시까지)
관람료: 무료
음식·카페
충남집: 병천의 대표음식인 순대국밥 중 줄서는 맛집이다. 국밥용 순대와 그냥 먹는 순대가 다르고 국물은 진하지만 냄새 없이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순대국밥 6000원 / 순대 1만원
041-564-1079 /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충절로 1748
논골집 목천점: 독립기념관 근처 맛집으로 체인점이지만 상추, 깻잎, 양파 등 직접 기른 채소를 상에 낸다. 고기구이 이외에 굴들깨칼국수가 인기다.
갈비살 1만3000원 / 차돌박이 1만2000원 / 굴들깨칼국수 7000원
041-555-9762 /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동평3길 128
숙박
테딘패밀리리조트: 실내외 워터파크, 산삼스파 등 시설을 갖춰 가족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여름 물놀이 장소로 인기다.
예약문의: 041-906-7000 /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성남면 종합휴양지로 200
☞ 본 기사는 <머니S> 제495호(2017년 7월5일~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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