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가 이달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한다. 국민 메신저로 불린 모바일플랫폼 카카오톡을 내세워 고객 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이 가입자 2400만명의 탄탄한 고객기반을 가져 고객확보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거래실적이나 이용금액에 상관없이 모든 고객에게 저렴한 금리와 수수료를 적용해 우량고객에 국한된 은행서비스를 확대 제공할 방침이다. 특히 선발주자인 케이뱅크보다 더 파격적인 금리를 제시해 고객의 이목을 사로잡을 것이란 평가다.
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 /사진=뉴스1 DB
◆케이뱅크 숨고르기, 카카오는 질주
관전 포인트는 올 하반기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영업대전이다.
초기 흥행돌풍을 일으킨 케이뱅크는 일부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하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을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활용해 간편송금 등 비은행 서비스 취급에 주력할 방침이다.
대출판매는 연체율 상승으로 은행의 건전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하지만 송금은 건전성 우려 없이 쏠쏠한 비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건전성부문에선 카카오뱅크가 케이뱅크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다.
이달부터 핀테크업체들의 소액 외화송금업이 허용되면서 카카오뱅크는 일반은행 송금수수료의 10분의1 수준으로 송금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창구에서 500달러 이하를 송금할 경우 수수료는 약 1만3000원 수준이지만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면 수수료가 1300원 정도로 대폭 줄어든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편의성과 가격 측면에서 확실한 차별점을 보여주겠다”며 “체크카드는 비자, 마스터카드와 같은 글로벌카드사와 협력해 해외결제서비스를 확대하고 화상통화 본인인증은 고액송금이나 분실 시 본인 확인 등 꼭 필요한 부분만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케이뱅크는 기존 여·수신 금융서비스를 재정비하고 대출증가액이 급증한 신용대출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영업 초기 신상품 출시로 박차를 가하던 것과 달리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케이뱅크는 이달부터 신용대출인 ‘직장인K’ 대출 중 마이너스통장은 판매하지 않고 원리금균등 방식과 만기일시 상환 상품도 판매를 중단했다. 일찌감치 대출실적 목표치를 달성해 건전성 강화에 나선 것이다.
지난 4월 출범 당시 연간 목표로 수신 5000억원, 여신 4000억원을 제시한 케이뱅크는 지난달 말 수신은 6200억원, 여신은 5700억원의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현재 케이뱅크의 예대율은 90% 초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20%로 지표는 안정적이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꾸준히 오르고 있어 연체율 상승을 대비한 건전성 강화가 시급하다.
케이뱅크 종로 본사. /사진제공=뉴시스 DB
케이뱅크는 자본 확충을 앞당기기 위해 주주사와 협의를 서두르고 있다. 하반기 주택담보대출과 방카슈랑스 등 규모가 큰 대출 출시를 위해선 자본금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대출자산이 신용대출에 지나치게 기울지 않게 비중을 조정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적정한 대출금리를 분석하고 대출상품을 재정비해 직장인K 신용대출의 판매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케이뱅크 주주들이 얼마나 유상증자에 참여할지 여부다. 당초 케이뱅크는 은산분리 개정안 통과 시 자금력이 풍부한 KT를 대상으로 차등적 유상증자를 진행해 KT가 케이뱅크의 1대 주주로 올라서도록 한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요원해지면서 이 같은 방식의 유상증자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현행법상 비금융주력사업자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는 최대 10%, 의결권은 4%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 주주는 KT와 우리은행, 한화생명, GS리테일, NH투자증권, 다날 등 총 20개사다. 최소 2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유상증자 규모를 감안할 때 주주별로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KT를 제외한 금융회사 4곳은 자금력이 풍부하지만 당장 올 하반기 유상증자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유상증자 규모나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연내 완료한다는 목표로 주주사와 협의할 예정”이라며 “초기 영업 성과가 좋아 유상증자에 대한 주요 주주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주주들이 증자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학 동기의 영업경쟁, ‘색깔내기’ 주목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수장의 색깔내기도 눈여겨볼 만 하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과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 동기로 35년 지기다. 두 사람은 오랜 인연으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인터넷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선의의 경쟁자가 됐다.
정통 KT맨으로 불리는 심성훈 행장은 KT이엔지코어 경영기획총괄 전무 출신이다. 그는 통신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다양한 경험으로 금융-통신사업의 비즈니스에서 영향력을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S8·S8플러스(KT용)에 케이뱅크 애플리케이션을 기본 탑재한 데는 심 행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는 이를 통해 고객을 추가로 확보하고 신뢰도 제고 효과도 누리고 있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대표는 한국투자신탁운용 운용본부장 출신으로 오랜 금융경력과 폭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의 형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업계에선 이 대표가 카카오뱅크와 금융당국의 원활한 관계 형성에 일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두 인터넷은행의 영업경쟁은 은행업과 이종산업의 제휴에서 통신(KT)의 효과가 클지 플랫폼(카카오)가 클지 알 수 있는 시험대”라며 “앞으로 두 인터넷은행의 행보에 따라 시중은행의 모바일 금융서비스도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5호(2017년 7월5일~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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