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서치센터가 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한다. 단지 리포트를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팟캐스트, 동영상 등으로 고객에게 다가간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어렵고 복잡한 리포트를 쉽게 풀어주는 서비스는 개인투자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애널리스트 활로모색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업계 인력 감축 기조에 따라 줄어드는 추세다. 리서치센터의 위상이 점차 낮아지는 상황에서 애널리스트가 투자자와의 소통으로 다시 ‘증권사의 꽃’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들이 팟캐스트 ‘이리온’을 녹음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베스트투자증권

◆팟캐스트·VOD로 투자자 곁으로
지난 3월 NH투자증권은 애널리스트들이 주식시장의 이슈를 다루는 팟캐스트 ‘QV클럽 주식설전’을 시작했다. 한주간 관심을 모았던 주제를 선정해 상반된 의견을 가진 애널리스트들이 서로 열띤 토론을 벌이는 방식이다. 약 10분 분량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기존의 증권사 리포트와 다르게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방송에 출연하는 연구원들은 일반 개인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춰 이슈를 쉽게 풀어내는 데 중점을 둔다.


주제 선정에도 큰 제한이 없어 투자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슈를 다룬다. 이를테면 지난달 30일 공개된 팟캐스트의 주제는 ‘인공지능이 주식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인가’였다. 이 방송에서 연구원들은 인공지능이 앗아갈 수 있는 자신들의 직장을 걱정하면서 예리하고 합리적인 분석으로 청취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이 방송을 진행하는 애널리스트는 NH투자증권의 WM리서치부 소속 연구원이다. NH투자증권은 개인투자자와 기관·해외투자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리서치센터와 WM리서치부를 따로 운영한다. 일선 지점에 리서치자료를 제공하는 WM리서치부 연구원들이 방송을 하면서 고객과의 소통이 더욱 원활해지는 셈이다.

하나금융투자는 리서치센터의 모닝미팅을 영상으로 제작한 ‘돈되는 VOD’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오전 8시쯤 애널리스트들이 모여 시황과 업종 전망 등을 분석하고 의견을 나누는 회의를 진행한다. 당초 회의 영상은 사내 직원들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이를 고객과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회사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 올려 고객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정주우 하나금융투자 마케팅본부장은 “기관투자가와 전문가에게만 제공하던 모닝브리핑과 주요투자전략을 MTS에서 언제든 간편하게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앞으로 투자설명회와 종목분석 등을 추가해 질적으로 향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온라인 팟캐스트 방송의 선두주자다. 지난해 12월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베스트 리서치 온라인 팟캐스트 ‘이리온’을 선보였다. 서비스 시작 당시 매주 2회씩 업데이트됐지만 고객들의 인기에 힘입어 현재 주 4회까지 방송을 늘렸다. 실제 지난 6일 기준 이리온은 팟캐스트 경제섹션에서 전체 8위를 기록했다. 제도권 금융사가 만든 방송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리온은 리서치센터장과 애널리스트, 주식전문가가 출연해 리서치 리포트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놓는 게 특징이다. 특히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센터장이 투자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부분을 콕콕 집어 해당 애널리스트에게 질문하는 형식은 투자자의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베스트증권 관계자는 “팟캐스트 ‘이리온’이 쉽고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청취자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소통’으로 신뢰 회복한다

이처럼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투자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면서 애널리스트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만 한다는 비난을 정면 돌파하고 있다.

앞서 투자자들은 매수 일변도인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주식투자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국내 증권사 리포트의 투자의견 중 ‘매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가까웠던 반면 ‘중립’은 10% 안팎, ‘매도’는 0.2%도 미치지 못했다.

2015년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를 시행했지만 매도 의견 리포트는 늘지 않았다. 기업의 실적이 부진하거나 악재성 공시가 나와 주가 하락이 예상되더라도 많은 증권사가 영업적 측면의 이유를 들어 리포트를 아예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금감원은 오는 9월부터 리포트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괴리율을 공시하는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항상 매수만 외친다는 증권사 리서치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애널리스트가 어떤 방식으로 리포트를 내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소문과 테마주에 휘둘린 단타매매보다 ‘리서치 기반 투자’ 방식이 더욱 우월하다는 확신을 투자자들이 쉽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애널리스트의 수가 급감한 점도 리서치센터의 활로를 찾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증시가 장기간 박스권에 머물면서 주수입원인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감소하자 증권사들은 비매출부서인 리서치센터의 인력을 먼저 줄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국내에서 영업하는 54개 증권사의 전체 애널리스트 인력은 1091명이다. 2010년 1500명을 넘나들던 애널리스트 수가 30% 넘게 줄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투자자와 기업 간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애널리스트 스스로 기관·해외투자자를 넘어 개인투자자와 소통하려는 의지는 건전한 시장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6호(2017년 7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