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형 퇴직연금(IRP)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시행으로 오는 26일부터 자영업자·공무원·군인 등 소득이 있는 모든 취업자도 개인형IRP 가입이 가능해져서다.
가입 대상자는 자영업자 580만명과 공무원·사학·군인·별정우체국 연금 가입자 150만명 등 약 730만명에 달한다. 금융회사들은 대대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퇴직연금 가입자를 가장 많이 보유한 은행은 사전예약 이벤트를 벌이고 있으며 증권사와 보험사도 고객을 유혹할 수 있는 마케팅 준비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연금저축 가입률을 늘리기 위해 개인형IRP 가입자를 확대하고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률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기관의 개인형IRP 평균수익률은 1%대에 불과하다. 개인형IRP가 이번 기회에 노후 안전자산으로서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시중은행, 수수료 낮추고 영업 총동원
개인형IRP는 직장인이 이직하거나 퇴직할 때 받은 퇴직금을 적립했다가 55세 이후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찾을 수 있는 계좌다. 퇴직금 외에 연간 1800만원까지 추가로 넣을 수 있어 노후준비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곳은 은행이다.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은 지난달부터 사전예약 신청을 받고 있다.
각 은행들은 고객들에게 안내 메시지와 이메일을 발송하고 본점에선 지점 평가항목(KPI)에 IRP 유치실적을 반영하는 등 직원들의 영업을 독려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개인형IRP 관리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IRP상품의 평균 수수료가 0.46%인 것을 감안하면 비대면채널에선 수수료가 0.1%포인트 정도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윤종규 행장이 직접 나서 개인형IRP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직접 주문했다. 그는 이달 초 정기조회에서 "개인형IRP는 연금수령 은행이 대부분 주거래 은행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한은행은 개인IRP 전문센터를 활용해 퇴직연금 고객을 관리하고 IRP가입 대상 확대에 맞춰 로봇이 자산을 운용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자산배분 시스템을 가동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과열경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 영업점에 과도한 IRP할당을 지양하는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
앞서 은행들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사전예약을 받았지만 절반(52%)이 잔액 1만원 이하의 깡통계좌로 드러나 개인형IRP 역시 허수계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에 사전예약하는 등 출혈경쟁이 커지는 분위기”라며 “필요 시 불완전 판매 예방을 위한 현장검사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뻔한 IRP운용, 수익률은 1%대 그쳐
관건은 수익률이다. 지난해 개인형IRP는 수익률이 1%대에 불과해 반쪽짜리 노후자금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퇴직연금은 정부가 개인형IRP의 가입자를 확대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나 금융회사의 소극적인 IRP상품 운용으로 수익 개선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IRP는 가입자의 능동적인 노후 대비를 위해 정기예금, 펀드, 채권, ELS(주가연계증권)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도입됐다. 그러나 대다수 가입자가 원금보장형 예·적금에 퇴직금을 굴려 ‘세액공제되는 적금’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형IRP의 적립금은 총 12조4046억원으로 5조6594억원(45.6%)이 은행 예·적금에 몰렸다. 실적배당형 집합투자증권과 보험은 각각 2조763억원(16.7%), 744억원(0.6%)에 불과했다.
수익률이 낮은 것은 가입자들이 퇴직금을 안전하게 굴리는 이유도 있지만 IRP 점유율이 높은 시중은행이 상품운용에 소극적인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은행들은 개인형IRP에 국내 주식이나 채권을 운용하는 반면 증권사들은 지난해 9월 퇴직연금법 개정 이후 퇴직연금을 ETF(지수연동형펀드)에 굴릴 수 있는 매매시스템을 도입, ETF상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ETF는 저비용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려 고객에게 수익을 안기는 상품으로 꼽히지만 은행 IRP에선 ETF상품을 찾아볼 수 없다.
퇴직연금을 투자한 펀드상품도 적립금(9조5000억원) 중 85%는 채권형이나 채권혼합형에 몰려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수익률이 하락할 우려가 높아 펀드 수익은 또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은행 관계자는 “ETF는 금융회사의 보수 수수료가 낮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며 “내부에서 ETF 매매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개인형IRP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가입자가 계좌에 담을 상품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금융전문가들은 금융사별로 개인형IRP의 5년 또는 8년 장기수익률을 살펴보고 자신의 투자성향에 따라 투자상품 운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개인형IRP는 연 700만원까지 연봉에 따라 최대 16.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중도인출하거나 일시불로 퇴직금을 인출할 때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될 수 있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은퇴까지 시간이 남았다면 서둘러 IRP에 투자상품을 담아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별로 선택할 수 있는 상품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사업자별로 수익률과 수수료율 등을 잘 따져보고 개인형 IRP에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6호(2017년 7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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