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완성차산업에 위기감이 팽배하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쓰던 부품들을 모아 자동차를 만들던 우리나라는 수십년만에 세계 자동차 5대 생산국 반열에 오르는 등 전무후무한 급속 성장을 이뤄냈다. 수만종에 달하는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완성차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각종 부품사 등 연관 산업을 고려할 때 자동차산업이 우리나라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이라고 본다.
이런 자동차산업이 흔들린다. 최근 성장둔화가 지속되고 머지않아 역성장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기술 패러다임을 쫓아가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허약한 산업체질이 변화의 발목을 잡는다.
/사진=뉴스1 이윤기 기자
◆ 위기의 한국 자동차산업
국내 자동차산업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최근 받아든 상반기 성적표는 이런 우려를 증명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산업은 내수와 수출, 생산이 모두 줄었다. 상반기 국내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총 90만3499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 줄었다. 전년도에 있었던 개별소비세 인하의 기저효과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내수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상반기 완성차 5개사는 전년 동기비 0.8% 줄어든 132만4710대를 수출했다. 최대 수출시장인 북미지역 수출이 저조해서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 속에 생산량은 전년대비 1.5% 줄어든 216만2548대에 그쳤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수시장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자동차 생산국들이 자국 산업 지키기에 혈안이 된 상황에서 수출을 늘리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가장 충격적인 성적은 국내업체의 해외생산에서 나타났다. 해외생산 역시 부품사의 수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올 상반기 해외생산은 189만415대로 전년동기(219만9984대) 대비 14%나 줄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내 반한감정으로 판매가 대폭 줄어든 영향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5.6% 줄어든 119억2000만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업계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수치보다 더욱 크다. 전남 광주의 한 자동차 금형 부품사 관계자는 “두 완성차업체에 납품하고 있지만 발주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며 “우리뿐 아니라 지역 대부분의 부품회사가 3년여 전부터 사업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생산 감소도 문제지만 잠재적 우려는 더 크다. 가장 큰 리스크는 연간 100만대의 완성차를 생산하는 외국계 완성차업체들이 한국을 떠나거나 규모를 축소할 경우다. 대량 실직으로 인한 피해와 부품업체의 타격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제너럴모터스(GM)의 글로벌 사업개편 속에 수년째 나오는 한국지엠의 철수 혹은 축소설이 대표적이다. 연간 100만대를 넘던 한국지엠의 생산량은 이미 60만대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또 산업은행이 가진 한국지엠 특별결의 거부권(이하 비토권)이 오는 10월 효력을 상실할 예정이라 GM이 철수를 결정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회사의 공장 생산은 해당지역의 부품산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며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더 이상 한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기술개발을 진행할 이유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 체질 못바꾸면 경쟁력 없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단기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나아가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선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별다른 묘책은 없다”고 단언하며 “자동차 생산국으로서 비용과 기술 측면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급한 과제는 노사갈등 극복이다. 현재 업계의 위기감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 노동조합은 올해도 파업을 결의한 상태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물론 제도적으로 보장된 노조 쟁의행위 자체를 문제로 볼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노사간 신뢰와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독일 등 제조업 선진국의 노조는 경영상황에 따라 유연한 자세로 협상에 임한다”며 “회사가 잘 되면 그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론 자동차공장의 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관세장벽을 넘고 운송비용 등을 효율화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이 공장들의 생산성을 비교해 생산물량을 배정한다.
르노삼성차가 지난해 출시한 QM6(수출명 콜레오스)의 글로벌 생산을 전담하게 된 것도 생산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서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DSTR(기준시간 대비 실제 생산시간 지수)기준 전세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46개 공장 중 4위로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자율주행과 전기차 등 변화하는 자동차 기술 패러다임에 발맞추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독일의 자동차산업이 튼튼한 이유는 벤츠와 BMW 등 완성차업체보다 콘티넨탈과 보쉬 같은 원천기술을 가진 부품회사들이 있어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차원의 기술개발 이외에도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갑과 을로 귀결되는 비뚤어진 협력관계가 우리나라 부품회사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한국형 ‘보쉬’는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상반기 완성차 5개사는 전년 동기비 0.8% 줄어든 132만4710대를 수출했다. 최대 수출시장인 북미지역 수출이 저조해서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 속에 생산량은 전년대비 1.5% 줄어든 216만2548대에 그쳤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수시장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자동차 생산국들이 자국 산업 지키기에 혈안이 된 상황에서 수출을 늘리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가장 충격적인 성적은 국내업체의 해외생산에서 나타났다. 해외생산 역시 부품사의 수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올 상반기 해외생산은 189만415대로 전년동기(219만9984대) 대비 14%나 줄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내 반한감정으로 판매가 대폭 줄어든 영향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5.6% 줄어든 119억2000만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업계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수치보다 더욱 크다. 전남 광주의 한 자동차 금형 부품사 관계자는 “두 완성차업체에 납품하고 있지만 발주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며 “우리뿐 아니라 지역 대부분의 부품회사가 3년여 전부터 사업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생산 감소도 문제지만 잠재적 우려는 더 크다. 가장 큰 리스크는 연간 100만대의 완성차를 생산하는 외국계 완성차업체들이 한국을 떠나거나 규모를 축소할 경우다. 대량 실직으로 인한 피해와 부품업체의 타격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제너럴모터스(GM)의 글로벌 사업개편 속에 수년째 나오는 한국지엠의 철수 혹은 축소설이 대표적이다. 연간 100만대를 넘던 한국지엠의 생산량은 이미 60만대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또 산업은행이 가진 한국지엠 특별결의 거부권(이하 비토권)이 오는 10월 효력을 상실할 예정이라 GM이 철수를 결정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회사의 공장 생산은 해당지역의 부품산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며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더 이상 한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기술개발을 진행할 이유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 체질 못바꾸면 경쟁력 없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단기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나아가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선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별다른 묘책은 없다”고 단언하며 “자동차 생산국으로서 비용과 기술 측면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급한 과제는 노사갈등 극복이다. 현재 업계의 위기감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 노동조합은 올해도 파업을 결의한 상태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물론 제도적으로 보장된 노조 쟁의행위 자체를 문제로 볼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노사간 신뢰와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독일 등 제조업 선진국의 노조는 경영상황에 따라 유연한 자세로 협상에 임한다”며 “회사가 잘 되면 그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론 자동차공장의 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관세장벽을 넘고 운송비용 등을 효율화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이 공장들의 생산성을 비교해 생산물량을 배정한다.
르노삼성차가 지난해 출시한 QM6(수출명 콜레오스)의 글로벌 생산을 전담하게 된 것도 생산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서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DSTR(기준시간 대비 실제 생산시간 지수)기준 전세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46개 공장 중 4위로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자율주행과 전기차 등 변화하는 자동차 기술 패러다임에 발맞추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독일의 자동차산업이 튼튼한 이유는 벤츠와 BMW 등 완성차업체보다 콘티넨탈과 보쉬 같은 원천기술을 가진 부품회사들이 있어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차원의 기술개발 이외에도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갑과 을로 귀결되는 비뚤어진 협력관계가 우리나라 부품회사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한국형 ‘보쉬’는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8호(2017년 7월26일~8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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