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겨냥한 검찰의 방산비리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4일 KAI 경남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17일에는 KAI 협력업체 5곳도 압수수색했다. 이어 관련자 줄소환도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지난 20일 이모 KAI 경영지원본부장(상무)을 소환조사했고 KAI와 협력업체 실무진은 수시로 소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방사청장-KAI 사장 날린 검찰 수사

이 과정에서 KAI가 자체개발한 헬기 ‘수리온’의 엔진 결함, 결빙 현상, 낙뢰보호 미비 등의 문제점을 덮고 무리하게 전력화를 진행한 의혹을 받는 장명진 방위사업청장과 경영비리·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된 하성용 KAI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주요 관계자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친 후 장 전 청장과 하 전 사장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KAI가 ‘수리온’과 고등훈련기 ‘T-50’의 협력업체와 계약하면서 납품단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의혹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국방 과학기술 대제전 내 KAI 부스에 국산헬기 수리온 모형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의 칼끝은 이들을 넘어 전 정부 핵심 관계자를 향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정부는 임기 초 하 전 사장의 횡령·비자금 조성 의혹 등과 관련한 비위 첩보를 접수하고도 KAI 사장 임명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장 전 방사청장이 서강대 동창으로 가깝게 지냈다는 점도 전 정부의 은폐 의혹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박근혜·최순실·우병우 ‘검은 개입’?

정치권에선 감사원이 ‘수리온’ 결함 등 KAI와 관련된 비리를 적발하고도 뒤늦게 언론에 공개하고 검찰이 늑장수사에 착수한 게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작품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KAI 자금비리는 이미 3년 전에 그 가능성이 포착됐는데도 지금까지 수사가 안됐다”며 “박근혜정부가 계속 감싸줬는데 청와대 민정수석실 우병우 전 수석이 핵심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범계 더민주 의원은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사업 관련 미국으로부터 구매하려던 전투기 기종이 보잉 기종에서 록히드마틴 기종으로 갑자기 바뀌는 과정에서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인) 최순실씨의 흔적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2013년 9월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구입하려는 미국 전투기를 F15SE에서 F35A로 갑자기 변경했다”며 “기술 이전이 가능했던 보잉(F15SE) 전투기에서 기술 이전이 불가능한 록히드마틴(F35A) 전투기로의 기종 변경에 대해 김 장관은 ‘정무적 판단’이라고 했지만 최씨의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KAI의 경영상 비리를 우선적으로 수사한 뒤 비자금 조성 의혹과 사용처에 대해서도 수사하겠다”며 수사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