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담뱃값 인하를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 집권여당으로 담뱃값 인상을 주도했다가 2년 만에 입장을 180도 바꿔서다. 한국당은 홍준표 당대표가 대선후보 시절 약속한 공약을 당선여부와 관계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담뱃세 인상 2년 만에 돌연 입장 선회


지난 26일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소속 의원 10명과 함께 담뱃값을 2000원 인하하고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해 인상한다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흡연율 감소가 목적이었던 담뱃값 인상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세수만 늘렸다는 비판을 받자 원래 가격으로 낮추는 안을 제시한 것이다.

/사진=뉴스1

자유한국당은 당초 2015년 1월부터 시행된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판매량이 연간 28억7000만갑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 판매량은 2015년 33억3000만갑, 2016년 36억6000만갑으로 예상치를 벗어났고 담배세수는 2014년 6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12조4000억원으로 5조5000억원 늘었다.
윤한홍 의원은 지난 27일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흡연율을 줄여서 국민건강을 증진하고자 했던 담뱃값 인상 목적이 달성되지 않고 오히려 서민 부담만 초래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정책효과가 달성되지 않고 효과가 없다면 빨리 원상으로 회복하는 것도 정치혁신의 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어 “담뱃값 인하는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의 공약이었다”며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모른 체 해서는 안되는 것이고 (공약을) 계속 실천하는 게 우리의 정치적 책임이라고 생각해 담뱃값 인하를 추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가 운영을 그렇게 장난하듯 하면 안 된다”며 “진정성이 있다면 (박근혜정부 시절 추진한) 서민증세, 담뱃값 인상에 대해 국민들께 석고대죄하는 자세부터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자유한국당이 본인들이 주도한 담뱃값 인상을 이제 와서 다시 철회하려는 것은 문재인정부의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층 ‘증세’ 추진을 막으려는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부자증세에 서민감세로 맞불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전 펴낸 대담집에서 “담뱃값 등 서민에게 부담을 주는 간접세를 내려야 한다”고 언급해 민주당이 무조건 반대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실제 홍준표 대표는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담뱃세 인하는 서민감세 차원에서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입만 떼면 서민을 외치면서 서민감세에 반대한다면 한입에 두말하는 거짓말쟁이 정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이어 “슈퍼리치 소득세 인상분으로 퍼주기 복지에 사용하지 말고 서민 감세분을 충당토록 하라”며 “그러나 슈퍼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상은 찬성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이제 와서 담뱃세를 내리자는 것은 자신들이 내세운 인상 명분이 모두 거짓말이었음을 실토한 것”이라며 “세금문제는 일반국민의 생활에 민감한 문제인 만큼 정치권에서 진중하고 정직한 자세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