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점보 하나랑 먹물치즈 두개 주세요.”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에 위치한 한 가게 앞. 길게 늘어선 줄 옆으로 사람들의 손에 핫도그가 하나씩 들려 있다. 자세히 보니 그냥 핫도그가 아니다. 한 학생이 핫도그를 한입 크게 베어물자 소시지 대신 모짜렐라치즈가 길게 늘어진다. 또 다른 학생 손엔 검은색 핫도그가 들려있다.
◆ 청년들이 만든 핫도그 열풍… 상생 대안으로
최근 학원가와 번화가를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킨 ‘명랑시대쌀핫도그’(이하 명랑핫도그)다. 명랑핫도그는 쌀핫도그를 기본으로 모짜렐라치즈나 체다치즈, 오징어먹물 등 이색 재료를 더해 사람들의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았다.
취향에 맞게 소스 조합도 가능하다. 케첩, 머스타드, 체다치즈, 칠리 등 제공되는 소스만 5개. 치즈가루 등 파우더 토핑도 입맛대로 첨가할 수 있다. 여기에 가격마저 착하다. 기본 명랑핫도그가 1000원, 먹물치즈나 모짜렐라 in the 핫도그는 1500원. 이 정도면 주머니 가벼운 젊은층의 더할 나위 없는 간식거리다.
인기를 증명하듯 명랑핫도그는 현재 전국에 730여개 매장을 오픈하는 등 프랜차이즈시장 불황에도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7월 부산대 본점을 오픈한 이후 9월부터 본격 가맹사업을 시작해 1년도 안되는 시간에 거둔 성과다.
명랑핫도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본사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일반 프랜차이즈 형태가 아닌 ‘청년창업협동조합’이라는 이익공유형 프랜차이즈라는 사실. 이는 가맹본부와 점주를 나누지 않고 조합원인 가맹점주 개개인이 사주가 되는 형태다. 청년들이 머리를 맞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고 공동생산으로 가격을 낮추는 구조로 운영되며 본사 이익보다는 조합원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
창업비용도 적게 든다. 돈과 경험이 적은 청·장년층에게 창업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게 회사 측 설명. 명랑핫도그 측에 따르면 창업비용은 7평 기준 3000만원가량(임대료 제외)이 들어간다. 가맹비는 500만원으로 기존 프랜차이즈 대비 저렴하다. 매달 내는 가맹비는 로열티 20만원이 전부. 본사에서 구입해야 하는 원재료는 판매가의 35% 수준이다.
착한 성장모델로 주목받는 건 명랑핫도그뿐만이 아니다. 동네빵집협동조합인 까레몽도 그중 하나. 까레몽은 협동조합 이사장이자 까레몽베이커리 대표인 김봉수씨가 이끄는 브랜드다. 김 대표는 2003년 인천의 동네빵집 30% 정도가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려 문을 닫던 시절 말 그대로 동네빵집으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졌다.
◆ 갑질 없고 이익은 함께… 동네빵집 ‘까레몽’
까레몽이 프랜차이즈 형태로 조직을 갖춘 건 2013년 협동조합을 설립하면서부터다. 까레몽을 운영하는 사업주 6명이 모여 공동사업자를 만들었고 생산부터 마케팅, 구매를 함께하는 방식으로 원가부담을 낮췄다.
그 흔한 가맹비와 컨설팅비가 없다는 것도 까레몽의 강점이다. 주기적으로 가맹점주를 괴롭히는 점포 리모델링, 설비 교체, 빵 재료 구매 등 강요도 없다. 점포 증가에 따라 생산단가가 낮아져 생기는 이익은 모두 조합원들과 나눈다. 까레몽 점포는 현재 인천에만 9곳. 서울에 2곳, 대구 1곳, 전주 1곳이 더 있다.
김 대표는 “까레몽은 지난 6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지원하는 ‘이익공유형 프랜차이즈’ 사업에 선정돼 프랜차이즈 시스템 구축, 마케팅부문에 대한 전문 컨설팅을 매주 받고 있다”며 “정부 지원으로 올해 말까지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시장의 질서 회복을 위해 이런 형태의 상생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협동조합은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후 3년 생존율이 93.1%로 소상공인 생존율보다 더 높다. 협동조합이 갑질 프랜차이즈가 난립하는 경쟁체제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협동조합 형태의 프랜차이즈가 갑질 적폐가 만연한 기존 프랜차이즈의 대안모델로 떠올랐다”며 “제도 강화뿐 아니라 실제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상생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니인터뷰] 김봉수 까레몽 대표
"공동이익 나누는 게 '진짜 상생'"
- ‘까레몽’ 협동조합으로 이룬 성과는?
▶까레몽이 출범한 지 4년이 됐다. 큰 성과를 보진 않았지만 인식의 변화는 확실히 생긴 것 같다. 그동안 동네빵집은 비싸더라도 좋은 빵을 구매하고자 하는 시대적 트렌드를 맞추지 못했는데 조합을 하고 백화점 판매도 들어가고 교육도 듣다 보니 트렌드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생각과 여건이 갖춰졌다. 또 살아남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하고 협동, 지식의 공유 등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생겼다.
- 일반 프랜차이즈와 비교할 때 협동조합의 장점은 무엇인가.
▶프랜차이즈는 본사에 이익이 많이 남는 구조다. 이익 균형이 안맞다 보니 갑질 피해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익을 공유하는 협동조합의 강점이 있다고 본다. 공동의 목표와 이익을 위한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만들어 함께 규모를 키워나가고 체계를 갖추다 보면 말 그대로 ‘상생 프랜차이즈’가 탄생하는 것 아니겠나. 우리가 추구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 프랜차이즈 갑질 논란이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
▶프랜차이즈 본사가 노하우와 혜택을 줬으니 이만큼은 내 몫으로 해도 된다는 착각에서 갑질이 발생한다고 본다. ‘함께’라는 생각, ‘가맹점이 잘되면 본사도 잘된다’는 생각을 가지면 많이 개선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을 많이 모집하면서 이익을 남겼다. 겉으로는 이익이 안 남는다고 하지만 인테리어 비용을 떠넘기고 재료를 더 비싸게 받는 방식 등으로 이익을 남겨왔다. 이런 것들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좀 더 점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점주에게 이익을 주는 쪽으로 프랜차이즈 본사가 운영방향을 정한다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협동조합이 상생프랜차이즈 대안이라고 생각하나.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서로 함께 해나가다 보면 더 좋지 않겠나. 까레몽 같은 경우 내가 가진 제빵 노하우를 조합원들과 공유했다. 조합원들이 잘돼야 나도 잘되니 함께 잘해보자는 목표가 뚜렷하다. 정보도 공유하고 생각도 공유하다 보니 기존 프랜차이즈보다는 문제가 덜 발생한다. 물론 규모가 커지면 욕심이 생겨 몇명이 결탁해 주도권 싸움을 하는 등 협동조합이 갖는 문제점도 있다. 이런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상생원리를 공부하고 생각을 교류해야 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1호(2017년 8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