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16’ 현장. /사진제공=한국게임산업협회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17’ 개막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주최 측인 한국게임산업협회 지스타조직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강신철 지스타조직위원장은 100여명의 미디어 관계자 앞에서 진행 상황을 브리핑하며 성공적인 개최에 자신감을 보였다. 올해로 13회째인 지스타는 과연 업계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성공적인 게임쇼가 될 수 있을까.

지스타조직위는 “이번 지스타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질 것”이라며 ‘당신의 게임을 완성하라!’는 슬로건을 확정한 지스타 2017의 규모를 공개했다. 조직위가 공개한 지스타 2017 참가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현재 2758부스(BTC관 1655부스, BTB관 1103부스)가 신청했다. 이는 지난해 설치된 2719부스(BTC관 1530부스, BTB관 1189부스)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조직위 관계자는 “BTC관은 일찌감치 마감돼 세부사항을 조정 중”이라며 “BTB관도 지난달 중순 이후 문의가 급격하게 늘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신철 지스타조직위원장도 “개막을 4개월 앞둔 시점에 이미 BTC관이 매진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며 “위원장을 맡은 첫해인 만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스타의 규모는 매년 성장했다. 1회 지스타가 열린 2005년 당시 13개국 156개사가 참가해 15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며 성공적으로 닻을 올렸다. 이후 2012년 31개국 434개 업체가 참가하고 30만명의 관람객이 찾을 때까지 참가업체 수와 관람객 수 모두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열린 지스타 2016은 35개국 653개 업체가 참가해 규모 면에서는 최고를 기록했지만 관람객 수는 22만명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규모보다 내실을 다져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스타를 방문했던 한 관람객은 “점점 볼 것이 없어진다”며 “참가기업이 많아지는데도 게이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늘어나기는 커녕 즐길거리마저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진제공=한국게임산업협회

◆대기업 홍보행사 전락
지스타는 출범 당시 일본의 ‘도쿄게임쇼’(TGS), 미국의 ‘E3’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형성장에만 매달려 콘텐츠가 부실해지면서 관람객 수가 줄고 그 결과 몇몇 거대 게임기업의 홍보행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올해는 이런 흐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기자간담회에서 조직위 측이 공개한 행사장 도면에는 주요 길목마다 대기업 부스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중소게임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일부의 지적에 조직위원회 측은 “지스타는 매년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중소업체를 배척한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중소게임사 지원방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는 못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지원금으로 열리는 행사가 특정기업 몰아주기로 비춰져 아쉽다”며 “규모를 키워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주최 측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성장은 고사하고 생존조차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세 게임쇼로 자리잡은 중국 차이나조이의 성공사례는 지스타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지난 7월27일부터 30일까지 중국 상하이 뉴인터내셔널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차이나조이는 4000여종이 출품되고 공식 전시규모가 14만㎡에 달해 지스타의 3배가 넘는다.


전시장 구조도 규모만큼 호평을 받았다. 텐센트, 넷이즈, 블리자드 등 대형업체를 양 끝에 배치하고 전시관 중앙에서는 e스포츠 행사를 수시로 개최했다. 무대 뒤쪽에는 게임체험에 사용되는 PC와 모바일기기가 즐비했다. 가상현실(VR)체험관은 물론 대중적인 인기가 다소 떨어지는 게임도 마니아들을 위해 행사장 한켠에 배치했다. 이 같은 관람객 체험 중심의 차이나조이에는 올해 40만명 이상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된다.

현장을 둘러본 국내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신작을 소개하기 위해 지스타에 참가한다면 중국업체들은 서비스 중인 게임을 내놓고 관람객이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성공의 열쇠는 '재미'

업계에서는 근래 최대 히트작인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제작 블루홀)의 흥행으로 올해 지스타를 찾는 관람객 수가 반짝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 기회를 발판 삼아 남은 기간 관람객이 즐길 콘텐츠와 편의시설을 확충한다면 지스타의 당면과제인 관람객 수 감소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들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스타의 운영 주체가 민간으로 넘어간 후 비즈니스 성과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PC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중심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 한번 뒤를 돌아보고 과오를 짚어본다면 눈앞의 성과에 집착하는 것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람객이 행사에 불만을 갖다 보니 그 수가 점차 줄어드는 것”이라며 “게임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은 결국 그 행사장을 방문하는 관람객이지 바이어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강 위원장이 천명한 ‘업체가 스스로 참가하고 싶어하는 게임전시회’는 차이나조이처럼 관람객이 많이 방문하는 전시회”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9호(2017년 10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