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형항공사(FSC)들이 저비용항공사(LCC)의 강력한 도전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글로벌 최대 규모 항공사 중 하나인 델타항공의 혁신이 주목받는다. 델타항공은 ‘고객 경험’을 전면에 내걸고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는 데 힘쓰고 있다. 단순한 가격경쟁력보다 리딩 항공사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해 충성고객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17~18일(현지시간) 이틀간 미국 애틀랜타공항 인근에 위치한 델타 뮤지엄에서 열린 ‘2017 델타 커스토머 익스피리언스 쇼케이스’에 참여해 델타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체험해봤다.
◆최신예 기종, 새로운 좌석
델타항공이 가장 전면에 내세운 것은 새로 도입한 A350-900. 유럽 에어버스가 만든 최신예 항공기다. 사실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델타항공의 A350의 도입이 빠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이 이미 2대를 도입해 운항 중이다. 그럼에도 항공업계의 관심이 쏠린 이유는 델타항공과 미국 항공기제조사인 보잉이 그간 깊은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캐나다 봄바르디어가 상계관세를 도입한 트럼프의 보호무역조치에 대항해 에어버스와 손을 잡는 등 항공기제조사 간 전운이 감도는 시점이라 이목이 더욱 집중됐다.
보잉의 최신기인 B787시리즈가 아니라 라이벌격인 에어버스의 A350을 차세대 주력기로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길 웨스트 델타항공 최고 운영 책임자(COO)는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다른 요인은 제외하고 효율과 고객 편익 극대화 측면만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델타항공은 A350 실제 비행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애틀랜타 공항에서 이륙해 두시간가량 인근을 비행한 뒤 애틀랜타공항에 다시 착륙하는 일정이다. 참석한 기자들에게는 실제 국내선 항공권이 주어졌고 미국 국내선 탑승을 위한 보안검색 절차도 진행됐다.
델타항공은 비행에 앞서 최근 도입한 기내식을 제공했다. 기존의 경우 케이터링업체를 통해 음식을 공급받지만 델타는 취항지에서 직접 농장과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들과 협업해 재료를 선별하고 조리한다. 이날 등장한 메뉴 역시 조지아 지역에서 만든 치즈와 야채, 햄 등으로 구성됐다. 전세계적으로 160개의 농장과 협업 중이라는 게 델타 측의 설명으로 소비자 경험을 위한 델타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후 준비된 항공권을 갖고 비행기에 올랐다. 델타항공은 A350-900에 새로운 좌석시스템을 도입했다. 일등석을 없애고 업그레이드된 비즈니스클래스인 ‘델타원스위트’ 32석을 도입했다. 이와 함께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인 ‘프리미엄셀렉트’ 48석을 신설했다. 메인캐빈 226석을 더해 총 좌석은 306석이다.
먼저 A350에 도입된 델타원스위트 좌석을 체험했다. 비즈니스클래스에 해당하지만 다른 항공사 퍼스트클래스 못지않게 안락하다. 기존 B777좌석 등에 배치된 델타원클래스와는 달리 여닫이문으로 복도와 옆좌석이 완전히 분리된다. 절대적인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것. 방해금지 표시등도 있다. 180도로 펼쳐지고 길이가 196㎝에 달하는 침대형 좌석이 탑재돼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으며 18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로 기내에서 제공되는 각종 엔터테인먼트도 즐길 수 있다.
더욱 눈길이 가는 좌석은 ‘델타프리미엄셀렉트’다. 좌석 앞뒤 거리를 기존 이코노미(32인치)보다 6인치 늘린 자리다. 비즈니스의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좁은 자리가 불편한 사람을 위해 만든 좌석으로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한 결과라는 게 델타항공 측의 설명이다.
앤드류 윙그로브 델타항공 상품전략 및 고객경험 상무이사는 “여행객의 수준이 향상되고 항공사 기대치가 높아짐에 따라 새 기준으로 업계를 선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첨단 기술로 업계 선도
델타항공은 새 기종 도입뿐 아니라 여정 곳곳에서 다양한 고객경험을 제공한다. 델타항공이 마련한 가상부스를 통해 이런 과정들 역시 체험할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셀프수화물 위탁서비스'다. 별도의 창구를 거치지 않고 혼자서 수화물을 등록해 실을 수 있다. 업그레이드된 키오스크에 여권을 스캔하면 얼굴을 인식해 본인임을 식별한 뒤 수화물의 무게를 책정하고 짐가방을 자동으로 전송한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셀프체크인과 병행하면 공항에서 별도의 창구를 이용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델타항공 관계자는 “기존 창구와 비교했을 때 시간당 두배 이상의 수화물을 등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등록한 수화물은 고유의 전자라벨(RFID)을 통해 실시간으로 추적이 가능하다.
기내 와이파이도 인상적이다. 하늘에 떠있음에도 스마트폰으로 웹서핑이 가능한 속도의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었다. 1시간 이용 금액은 6.95달러. 더 긴 시간 사용을 원할 경우 할인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고 아이메시지와 페이스북메시지는 무료다. 실제로 사용해본 결과 국내통신사가 미국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로밍보다 체감속도가 빠르다. 이는 A350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B777과 B747 등을 포함해 모든 대형기종에서 사용 가능하다.
길 웨스트 COO는 “최첨단 과학기술시대에서 항공사는 그 선두에 있어야 하고 델타항공은 그 선봉에 섰다”며 “고객 편익 확대를 위해 더욱 다양한 기내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1호(2017년 10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